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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팔다리처럼 움직이는 인공관절을 고대하는 사람들

인공관절 이런 식으로 걷는다 MIT 미디어 연구소의 바이오메카트로닉스(Biomechatronics

인공관절 이런 식으로 걷는다 MIT 미디어 연구소의 바이오메카트로닉스(Biomechatronics: 생명공학에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을 접목한 새로운 영역의 학문분야) 연구가들은 사용자가 보폭과 균형을 유지하며 걷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모터를 장착한 인공 발목을 개발중이다.

뼈와 직접 연결되어 뇌의 명령을 받는 차세대 인공관절은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할 것이다. 이러한 차세대 인공 관절을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공관절에 의지하게 된 미군들이다.

● 3가지 핵심 사실

미국에는 현재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이 180만명에 이른다. 그 중 약 절반 가량이 보철물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보철물들은 집중적인 연구 개발을 필요로 한다. 의수족 사용자들을 쉽게 지치게 만드는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당하고 돌아온 미군의 수가 수백명에 이르면서 인공 보철물에 대한 연구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제3의 돌파구는 항상 존재한다.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의 가르침이다. 길은 온통 지뢰밭이고 교각은 완전히 부서져버렸으며 왼쪽에 적의 부대가 집결해 있다면 당신은 곧 새로운 루트를 찾거나 교각을 새로 건설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관학교에 처음 입학한 이후 그리고 사관학교 여자 농구팀의 가드를 맡아왔던 던 할파커의 세포 깊숙히 파고 든 가르침이다. 계속해서 움직여라. 언제나 또 다른 길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그렇게 졸업을 했다. 최신 무기와 이국 문화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 하는 행동파인 그녀에게 바그다드 외곽의 한 전투경찰서를 맡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2004년 6월 어느 날, 해도 아직 뜨지 않은 새벽에 그녀는 평상시처럼 중무장한 험비 차량에 올라타 순찰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차량에 로켓 추진식 수류탄을 겨냥하고 있었고 이 폭탄은 명중했다. 차량을 관통한 폭탄은 그녀 곁에 있던 동료의 팔을 뚫고 지나가 그녀의 팔에서 터졌다. 힘줄과 근육이 스파게티 면발처럼 힘없이 늘어졌다.

이라크 저항군이 하지 못 한 일을 의사들이 마무리지었다. 산산조각난 오른쪽 어깨뼈 아래를 완전히 절단한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올해 24세의 그녀는 이른바 컴퓨터 세대다. 어느날 눈을 뜨자 글을 쓰고 음식을 먹고 점퍼를 걸칠 오른팔이 더 이상 없다는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녀는 수퍼컴퓨터와 재건외과를 처음으로 개발한 미국이 자신에게 희망이 되어줄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해 줄 것으로 믿었다. 영화 ‘아이로봇’에 등장하는 윌 스미스의 수행로봇에 견줄만한 그런 팔을 말이다.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침공 이후, 지금까지 370명이 넘는 미군이 절단 수술을 받았다. 실제로 워싱턴 DC에 있는 월터 리드 육군병원 3층 복도는 지나다니는 휠체어로 교통 체증을 앓을 정도다.

할파커가 전직 체조 선수이자 암벽 등반가인 멜리사 스톡웰과 친구가 된 것도 바로 그곳이었다. 스톡웰은 2004년 4월, 바그다드에 배치된 지 몇 주도 안돼 길가에 매설된 폭탄에 왼쪽 다리를 잃고 말았다.

두 사람이 겪고 있던 좌절감이 친분형성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것이다. 올해 26세인 스톡웰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용한 C-레그 의족을 제공받았지만 통증없이 걷기까지 수개월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녀의 소원이라면 이른바 자신의 “가족”(假足)을 지탱해주는 대형 실리콘 소켓에 쓸려 살갗이 벗겨지는 일도 없고 절름발이라는 것을 광고하듯 옆으로 쓰러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할파커는 그 이름조차 끔찍한 견갑관절 절단을 겪은 외로운 여군이었다.

그녀는 원래 일부분은 기계 조작으로 또 일부분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팔 보조기구를 착용했었다. 방패처럼 생긴 두꺼운 플라스틱 소켓에 달려있는 이 의수는 그녀의 몸에 감긴 접착 테이프에 의지해 작동했다.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면 도르레와 케이블이 모터를 장착한 팔을 잡아당겨 뭉퉁한 갈고리를 여는 식이다. 지난 전쟁에서 선보인 이 보조기구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다루기도 무척 힘들다. 마치 장난감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불만을 보철물 제작기사들에게 전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10kg이 나가는 고철덩어리가 아니라 1.5kg 정도로 가벼운 팔이다.” 그녀를 더 우울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참상을 그렸던 <우리 생애 최고의 해>(The Best Years of Our Lives)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갈고리를 의수라며 제공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스톡웰의 경우를 보더라도 빨리 걸을 수 있으면서 통증도 없는 의족과 소켓은 존재하지 않았다. 쳐다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녀의 창백한 허벅지에 시퍼런 멍자욱을 남기지 않을 그런 보조기구는 없었던 것이다. 할파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튼튼하고 기민하면서 실크 블라우스 속으로 매끄럽게 쏙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가벼운 인공 팔은 어디에도 없었다.

절름발이라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족으로 걷는 법을 익히며 스톡웰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거기에 적응해갔다.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자신의 인공 팔은 방에 던져둔 채 할파커도 끝까지 사용을 거부했다. 텅 빈 오른쪽 소매를 그냥 대롱대롱 매단 채 그녀는 한 팔로 씻고 입고 운전하고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녀 역시 그 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러나 앞으로, 머지않아 의수족 사용자들이 이렇듯 수많은 불편함에 더 이상 자신을 길들이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것이다. 스톡웰과 할파커 같은 이라크전 퇴역 군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기술적 진보에 큰 몫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보철물 그 자체다.

맨하탄 프로젝트

현재 절단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철물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최적과는 거리가 멀다. 속도가 빠른 것도 이동성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편안하거나 모양이 좋은 것도 아니다.

꾸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작을 뿐만 아니라 암 연구처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러한 문제점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에는 현재까지 약 180만 명이 절단 수술을 받았다. 대부분이 노인 뇌졸중 또는 당뇨병 환자들이다. 하지만 의수족을 사용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물론 인간 팔다리의 움직임과 기민함을 기계가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는 사실이 기술개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임은 틀림없다. 인간이 팔다리를 움직이는데 뼈와 근육의 힘 만큼이나 두뇌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파커와 스톡웰은 사지손상의 예방과 치료에 미국 정부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시점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미국상이군인회는 잘 맞지 않는 보철기구 사용으로 등과 엉덩이 통증이 심화되어 절룩거리게 된 나이든 퇴역 군인들에 대한 치료 개선을 위해 로비를 펼쳐왔다.

한편 이라크에서는 방탄조끼와 일류 야전 수술팀의 투입 덕분에 예전의 어느 전쟁터에서보다도 부상병들의 생존율이 높은 상태다. 물론 그 중에는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보철물 하나 지급받는데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베트남 참전 미군들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었는지 잘 알고 있는 미 관리들은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전에 참전한 젊은 미군 부상병들에게는 결코 그런 고통을 대물려 주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현 상태에서 가능한 최고의 의료 시술을 제공하겠다는 미 정부의 약속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소켓과 컴퓨터로 작동되는 인체 부착물 정도를 생각해서는 안 되며 분야를 초월한 공동 연구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모색하라는 주문이 연구자들에게 떨어졌다.

심지어 도룡뇽의 재생능력에 대해서까지 연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2005년 재향군인회 담당 부서는 로드 아일랜드, 프로비던스에 있는 VA 메디컬 센터에 회복 및 재생 의학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720만 달러라는 거액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올해 미 국방부 소속 군사용 신기술 개발 담당 기구인 다파(DARPA)는 보철물 관련 두가지 프로젝트에 4천8백50만 달러의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년 후에는 좀 더 튼튼하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인공 팔을 그리고 4년 후에는 감각 능력과 훨씬 원활한 움직임을 갖춘 신경 조절 의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다파는 지금까지 해저 광산 탐사용 바다 가재 로봇에서부터 수면 부족 실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자금을 지원해온 기관이다.

이러한 연구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뇌의 요구에 직접 반응하면서 진행 상황을 그때그때 전달할 수 있는 인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보철기구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 의수족에 속도, 각도, 걸음걸이, 균형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를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

금속, 플라스틱 등 재질이 개선된다면 보다 가볍고 뛰어난 탄력성을 지닌 보철물의 등장도 가능하며 인체와 좀 더 용이하게 결합될 수 있다. 보철기구의 고안자이자 MIT 미디어 센타의 바이오메캐트로닉스 팀의 총 책임자인 휴 헤르는 “조정과 책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맨하탄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지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대변자로서 독보적 역할을 해 온 헤르는 십대 시절, 뉴햄프셔에서 빙산 등반을 하다 동상을 입어 두 다리를 잃은 후 수십 년간 무릎 아래 의족을 달고 살아왔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여러 핵심 기술을 목전에 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그리고 연구 자금만 투입된다면 극적이고 거대한 혁신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헐리우드조차 생체공학으로 여길 그런 혁신을 말이다.”

미래의 의수는 어색하고 불편한 부착물을 달 필요없이 기존의 뼈에 직접 연결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보다 자연스러운 의수족은 생체 신경을 사용하여 뇌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인체내 신경과 부착된다.

[1] 사용자의 뇌 속에 이식된 칩[2]은 인공 근육에 의해 움직이고 접촉을 감지하며 완전 관절로 이루어진 의수[3]에게 명령을 보내는 일을 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거둔 진보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나무 의족이나 다름없는 고정된 보철물을 착용했다. 그 후 가죽끈, 케이블, 도르레를 이용한 고도화된 기계 의수족이 등장하면서 갈고리 의수도 탄생했다.

1960년대 소련의 과학자들은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의 신체내 물질을 사용할 여지가 아주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피부에 이식한 전극봉으로 근육의 근전도 신호(근육의 수축)를 탐지하여 배터리로 작동되는 보철기구는 근육신호만으로 팔을 구부리거나 펼 수 있는 것이다.

1980년대초 베트남 참전 상이군인들의 재활 필요성 때문에 관련 연구가 촉진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등장했고 그에 따라 움직임의 단계적 변화와 속도, 회전, 굴곡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보철기구가 너무 딱딱하다 보니 동작이 매끄럽게 조합되지 못하고 따로 따로 움직일 때가 많으며 때로는 덜컹거리까지 한다.

한 번에 하나의 신호를 받아 팔꿈치, 손목이나 손이 움직이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것이지만 이러한 제어 기능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동작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사용자의 높은 집중도가 요구된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설거지를 하거나 옷을 입는 것 같은 단순한 활동으로도 사용자가 쉽게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의수보다는 의족 분야가 더 많은 발전을 거두었는데 이는 하지 즉, 전체 절단환자 중 95%를 차지하는 다리 절단 환자들이 많은 현실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사람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스톡웰이 착용했던 C-레그는 독일 오토 보크 헬스케어사가 제작한 것으로 사용자의 체중이 일정 정도 이동하면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유압계를 이용하여 다리가 자동으로 앞으로 내딛도록 만들었다.

아이슬란드 회사인 Ossur사의 신형 레오 니(Rheo Knee)도 C-레그와 비슷하게 마이크로프로세스를 사용하여 무릎의 자세와 하중을 감지한 후 의족이 사용자의 걸음걸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첨단 보철물도 사용자의 팔다리가 정확히 어디까지 나아갔는지는 감지할 수 없다. 이 장치들은 중추 신경계와 아무런 정보도 주고받을 수 없고 사용자의 욕구를 파악할 수도 없으며 심지어 반대편의 팔 또는 다리와의 조정 활동도 불가능한 그야말로 침묵과 고립 상태에서 작동된다고 할 수 있다.

C-레그가 제어 정도를 가늠하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리를 직접 살펴보는 것뿐이다. “한쪽 발목이 다른 쪽 발목에게 ‘무게 중심이 바뀌었다’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고 레오 니를 발명한 Herr는 설명한다.

그러나 절단수술을 받은 사람은 무게 중심의 변화를 인지할 수 없다. 따라서 레오 니 또는 C-레그를 사용하여 길을 가다 전방에 오르막 계단이 보이더라도 무릎에 그러한 사실을 전해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에대해 통증도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보철기구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팔에 끼우는 소켓이 너무 조일 경우 살을 짓누르게 된다. 또 너무 크면 의족이 휘청거리기도 한다. 6개월간 C-레그를 착용한 스톡웰의 경우 여전히 몸통, 엉덩이, 다리가 따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그런 자신을 쳐다볼 때마다 너무 싫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반바지를 입기로 결심했다. 심지어 겨울철에도 말이다. “긴 바지를 입고 걸어가는 내 모습에 ‘도대체 왜 저러지?’하며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것 보다 차라리 내 다리를 이렇게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이 더 속 편하다.”

생체공학: 갈 길이 아직 멀다

인체에서 인체에서 팔이나 다리의 절단 부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구부리거나 움직일 수 있는 폭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무릎보다는 발을, 팔꿈치보다는 손목을 절단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이유다.

관절이 많이 사라지면 인체는 손발의 내전, 외전 운동은 물론 근육의 내전, 외전운동이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관절들의 활동 덕분에 사람들은 아이스티도 음미하고 길가의 움푹 파인 곳도 비켜갈 수 있다. 인간의 이러한 활동은 현재의 보철 기술로는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것들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로이 애론은 누구보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브라운 대학의 의과 교수인 그는 팔다리를 잃은 군인들에 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유연성, 활동성 등 신체적으로 절정기에 이른 사람들인데다 의지도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보철기구를 수년간 사용케 하는 것은 관절염 및 여타 과사용 손상으로 점점 더 무력해질 때까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고로 몸을 다치면서 애론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04년 심한 허리 부상으로 몇 달간 침대에만 누워 지내면서 그는 다중 보철기구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조직공학, 전자공학, 야금술, 신경공학 및 로봇공학을 결합하여 하이브리드 사지(四肢)(생물학적 및 합성 사지를 공유하는)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절단 환자들이 아무런 통증없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그들의 몸과 마음이 다시 하나되어 움직일 수 있게 해 줄 그런 팔다리를 말이다.

연구가들이 절단된 조직과 신경을 되살려내어 사용자의 심신의 욕구를 간파하는 똑똑한 로봇 보철기구와 새로이 생겨난 팔다리를 결합할 수만 있다면 이들 젊은이들은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할 나위없이 완벽한 시점에 나온 이러한 애론의 구상은 회복 및 재생 의학센터 건립을 위해 새로이 VA기금을 마련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 그 곳에서 그는 손상을 입은 관절을 살리고 절단 후 남아있는 팔다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그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인간도 아흘로틀(axolotl) 도룡뇽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아흘로틀은 도룡뇽의 일종으로 팔다리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화 단계상 가장 고등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의 일부가 잘려나가도 아흘로틀은 금방 팔, 다리, 발가락 등 무엇이든 바로 재생한다. 내가 할 일은 이 도룡뇽과의 대화법을 찾아내서 그 비결을 밝히는 것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이런 첨단 기술이 약속하는 눈부신 미래의 발전상도 할파커에게는 너무도 머나 먼 얘기일 뿐이다. 그녀는 월터 리드의 맞춤 주문 보철기구 디자이너와 함께 아무런 기능은 없지만 가볍고 진짜 팔처럼 생긴 의수족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그곳 디자이너들은 상처 부위를 감싼 후 브라 끈으로 고정할 수 있는 반투명 실리콘 소켓 라이너를 만들고 그 위에 여러 자세로 구부릴 수 있는 튜브로 알루미늄봉을 고정시켰다. 그런 다음 우레탄폼으로 된 패드를 대고 필요한 형태로 구부러지는 스테인레스 손가락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제작된 새 의수에 ‘CSI 마이애미’의 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할파커의 정상적인 팔을 본떠 피부의 얼룩 등 모든 것을 페인팅 작업으로 똑같이 그려 넣었다. 모터도, 센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도 없다.

심리적인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기능도 없는 것이다. 할파커의 텅빈 옷 소매를 이 의수가 메우게 된다. 언뜻 보면 이제 그녀도 정상인처럼 보일 것이다. “예전의 내 모습처럼 보이고 싶다. 그렇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라고 할파커는 말한다.

● 다리와 발: 균형 모색

오늘날 인공 다리는 사용자의 균형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만 여전히 불편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지형에서 안정감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태이다. 하지만 머지않아 사용자들보다 의족이 눈앞에 펼쳐질 상황을 한 발 앞서 인식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보철기구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의족이다. 때론 소켓[1]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하지만 C-레그는 사용자의 걸음걸이와 속도를 분석하고 유압 피스톤[2]에 가해지는 저항력을 계속해서 조정해준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의족[3]은 다중 동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스프링을 이용하여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작동하거나 움직임을 100% 예상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인공 다리는 뼈에 직접 결합시킨 보철 부착물[1]과 연결된다. 인공사지(四肢)는 지형, 움직임의 활발성도 그리고 두뇌와 인체에서 전달된 신호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Ossur사의 시험제품인 파워 니(Power Knee)[2]는 센서를 사용하여 정상적인 다리의 움직임을 파악함으로써 조작을 용이하게 해 준다. 동력장치를 갖춘 발목[3]은 모터 장착 스프링을 활용하여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인체와 생체의 결합

할파커가 사용하는데 편리한 의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살과 보철기구가 직접 닿는 부분인 소켓(접합부)이었다. 의족이나 의수가 매달려 있는 진공식 소켓, 계속해서 딱 들어맞도록 유동물을 첨가하거나 제거하는 흡착식 소켓 등 소켓도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소켓을 아예 제거하는 것이다.

1952년 스웨덴의 정형외과 의사인 페르-인그바르 브래네마르크는 토끼의 뼈속에 삽입한 티타늄 봉이 뼈와 잘 융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골유착(osseointegration)이라 명명된 이 기술은 치과의 임플란트 시술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티타늄 봉을 환자의 근치(根齒) 고정시킨 후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심는 것이다. 브래네마르크의 아들 리차드 역시 스웨덴 구텐베르그 소재 살그렌대학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 리차드는 의수 또는 의족의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기대하며 티타늄 봉을 환자의 뼈 속에 이식했다. 그러나 몇몇 환자들에게서 합병증이 발생했다. 무슨 상처처럼 봉 주위의 피부가 융합되지 않으며 병원균 감염이 일어났던 것이다.
브라운 대학의 분자 생물학자인 제프리 모건과 공대 학장인 클라이드 브라이언트는 그러한 감염을 차단할 방법을 모색중이다.

브라이언트는 튼튼하면서도 인체 조직과 부작용 없이 융화될 수 있는 결합물질을 찾기 위해 티타늄과 합금을 이용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자연 봉합물을 생성하여 금속에 흡착할 수 있는 피부 세포를 배양중인 모건은 “브라운대학 학생들은 코에도 피어싱을 하고 다닌다”며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인공 보철물을 부착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 개발되면 보철물 자체도 더 진화할 필요가 있다. 두뇌에서 직접 전달된 신호에 따라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 설리번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테네시주 데이튼의 전선 보선공으로 일하던 그는 2001년 작업중 감전 사고로 어깨 아래 두 손을 잃었다.

1년 후 의사들은 어깨 부근에서 왼쪽 팔을 조절하던 신경 4개(더 이상 근육에 연결되어 있지 않음)를 흉부 근육에 이식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 시카고 인공수족 신경공학센터의 재활연구소 책임자인 토드 쿠이켄은 그 신경에서 신호가 발생되는 것을 감지했다.

쿠이켄이 이끄는 연구팀은 설리번의 흉부 표면에 전극봉을 여러개 흩어놓은 후 전선으로 결합하여 다관절 보철물에 연결했다. 이러한 실험의 목적은 손상된 설리번의 신경에서 나오는 신호의 방향을 바꾸어 뇌와 의수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의사가 설리번에게 손을 펴는 동작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라고 주문하자, 그 장치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사고를 당한 이래 경험한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는 현재 식사는 물론 잔디 깎기와 빨래도 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것은 팔 신경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중 극히 일부분만이 발휘된 것일 뿐이다. 손을 오무리는 동작에 관여하는 신경은 적어도 20개의 근육을 제어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는 거기서 다만 두개의 서로 다른 신호만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만약 그 비밀을 벗겨낸다면 앞으로 더 많은 동작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그는 감촉을 느끼게 해 주는 센서를 개발중이다.

인공 팔에 동력을 공급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팔의 신경을 우회하여 뇌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있다. 브라운 대학의 뇌과학 프로그램 총 책임자이자 사이버키네텍스 뉴로테크놀로지 시스템즈의 수석 과학자인 존 도노규가 개발 시도하고 있는 브레인게이트라는 칩이 그것이다.

2004년 칼에 찔려 마비가 된 매트 내글이라는 25세 청년의 뇌 속에 브레인게이트를 이식했다. 뇌의 1차운동피질 속에 가로 세로 4 밀리미터 크기의 칩을 이식한 내글은 컴퓨터 모니터의 커서를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그의 신경들이 특정 패턴으로 작동하면서 그러한 데이터들이 그의 두개골에 고정된 플러그를 통해 컴퓨터로 전송되어 커서가 움직이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레인게이트 개발자들은 야심찬 작업에 착수했다. 컴퓨터에 연결한 인공 팔을 내글의 무릎 위에 울려놓고 그에게 손을 펴보라고 했다.

그는 지시에 그대로 따랐다. 물론 그렇게 상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이 펴졌다. 도노규는 이 장치가 앞으로는 무선으로 작동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재 사이버키네틱스는 무선 송신기와 100% 이식이 가능한 전력원을 사용하는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 수많은 관절들이 사라진다면 인체는 손발은 물론 근육의 회전운동도 불가능해진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관절들의 활동 덕분에 사람들은 커피도 음미하고 길가의 움푹 파인 곳도 비켜갈 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팔다리

앞으로는 두뇌가 단순히 보철물에 신호를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보철물로부터 다시 신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두뇌는 다리로부터 걷고 있는 지형이나 경사도 등 복잡한 감각 정보를 받고나서 이에 필요한 신호를 보낸다.

차세대 보철물은 레오 니 또는 C-레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센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센서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생물학적 관절이 수신하는 신호를 상당부분 감지하면서 경사도, 전진 및 공간 지향 등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센서와 함께 보철물을 이식하는 것은 센서들이 사용자의 두뇌 및 척수와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을 때에만 효과가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매개체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이른바 인공 신경 세포, 즉 생체 신경인 바이온(BIONs)이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알프레드 만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이 이식 장치(1센티미터 길이의 유리 캡슐로 전자봉을 장착하고 있음)는 이미 환자의 근육 및 신경 내부 또는 신경 근처에 삽입하여 마비증상을 치료하고 뇌졸중 및 관절염 환자들의 팔다리 자극에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이들은 현재 바이온 2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온 2가 기존의 신경 신호(근육에 지시를 보내고 팔다리에서 받은 피드백을 처리함)를 확대시킨다면 디지털 장치를 장착한 보철물과 두뇌의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러한 센서가 오르막길과 같이 다리에 추가로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보철물의 컴퓨터 제어 모터를 작동하여 사용자의 몸을 밀어 올려줄 것이다. 헤르와 그의 연구팀은 스프링처럼 움직이면서 힘을 증감시킬 수 있는 “고성능 인공 발목”(active ankle)을 개발했다.

그가 제작한 시제품에는 발목 부위에 모터와 스프링이 달려 있다. 사용자는 절단되지 않고 남은 다리 근육에 이식된 무선 센서를 바탕으로 필요에 따라 힘을 증대시키는 등 발목 내부의 컴퓨터와 신호를 주고 받게 된다. 자신이 직접 장치를 시험해본 헤르는 무빙워크를 타고 있는 느낌과 같다고 설명했다.

“상품화하면 캐터펄트(Catapult)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그는 말한다.
첨단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팔다리가 그 수많은 쓰임새에 맞춰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앞으로 인공 보철물도 외관과 그 내부까지 점점 인간의 팔다리와 흡사해질 것이다.

수많은 관절로 이루어진 손가락이 따로 떨어진 세 개의 손가락으로 구성된 갈고리를 대신하게 되면 손가락 사용이 보다 자연스럽고 기민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인공 무릎과 발목은 점점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기계 관절의 활동 매케니즘까지 인간을 모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에 위치한 SRI 인터내셔날의 수석 연구원 로이 콘블루는 전압을 공급하면 확장하고 차단하면 수축하는 인공 근육인 전기활성고분자를 가지고 실험중이다. “전압이 높을수록 더 많이 확장한다.” 콘블루는 말한다. 이는 화학적 신호에 따라 모양을 변형하는 인간의 근육을 모방한 것이다.

● 할파커가 새로 착용한 의수에는 모터도, 센서도, 마이크로프로세서도 없다. 정상인처럼 보이게 한다는 심리적 기능을 제외하면 아무런 기능이 없는 것이다.

“예전의 내 모습처럼 보이고 싶다. 그렇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도룡뇽의 비밀

“어떻게 해야 인간도 절단된 팔다리를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손이나 발을 베이면 섬유아세포라고 불리는 조직 세포가 상처 위에 흉터를 만든다. 그러나 도룡뇽은 꽃봉오리같이 생긴 아체(芽體)가 상처 위에서 자라나며 약 3개월 정도만 지나면 그 부위가 새로 생겨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데이비드 가디너 생물학 교수는 이와 같은 생리 작용을 이용하면 부상 군인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룡뇽의 사지 재생 원리를 연구중인 가디너 교수는 “요즘에는 완전히 불가능하다고만 여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고 말하며 최근 미국방부에서 이 현상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음을 언급했다.

도룡뇽의 경우 다리가 절단되면 상처 부위의 주변 세포들이 마치 시간이 정지되기라도 한 듯 피부, 근육 및 뼈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작업에 착수한다. 이러한 역분화성 세포들은 미친 듯이 증식하여 새로운 팔다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세포로 다시 변환된다.

샌디에고 소재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연구자들은 쥐의 근육 세포에서 역분화를 일으킨 Reversine이라는 합성분자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물질이 다른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즉 역분화성 세포가 팔다리의 재생에 필요한 세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는 뜻이다. 20년간 이 문제에만 집착해온 가디너 교수에게도 도룡뇽의 이런 재생 능력은 여전히 신기한 마술같기만 하다.

걸음을 뗄 때마다 정신집중이 필요하다

여기 다리 한 쪽을 잃은 여군이 있다. 물리 치료실에서 재활 훈련을 받는 그녀는 제자리에서 서는 법 하나만 익히는데도 몇 시간이 걸린다. 맨 처음 스톡웰은 목발에 의지해 걷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지팡이 두 개를, 그 후 한 개를 사용하여 걸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한 발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서서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침내 그녀는 C-레그를 착용하게 되었고 평행봉을 잡고서 절뚝거리며 걸었다. 어느 정도 지나자, 평행봉을 잡지 않고서도 걸을 수 있게 됐고 자신의 물리치료사를 끌고 방 주위를 빙 돌았다.

이제 마지막 단계는 달리기다. 마치 기계체조선수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것이야말로 최종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인공 관절없이 다리 하나로 달리기를 시도했는데 달걀 거품기처럼 빙빙 돌며 발을 차는 식이었다.

그녀의 보철물 제작자인 엘리어트 웨니트로브에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난 해 초봄 어느 화창한 날, 스톡웰과 그녀의 남편 딕은 버지니아 북부에 위치한 한 트랙을 향해 차를 몰았다.

스톡웰은 Ossur Total Knee로 이루어진 소켓을 착용했다. 이것은 탄력이 뛰어난 Ossur Flex-Run Foot에 부착된 것으로 거대한 물음표를 거꾸로 뒤짚어 놓은 듯한 모양의 스프링이다. 이 인공 무릎은 다리를 앞으로 쭉 뻗을 수는 있었지만 C-레그처럼 쓰러지려고 할 때 붙잡아주는 버팀목같은 기능은 없었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스톡웰은 자신의 남편에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딕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당신은 할 수 있어” 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들은 중간 레인까지 걸어갔다.

그런 후 그녀의 남편은 이렇게 속삭였다 “자, 시작해 봐.”
그녀는 의족을 앞으로 힘차게 차며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여섯 발자국 정도 긴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버릇 때문인지 제자리를 빙빙 돌기만 했다. 웨인트로브는 이 점을 지적했다.

그녀의 입에서 “좀 나아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다시 시작했다. 가까스로 일어서긴 했지만 겨우 한 발 떼다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멈춰 섰다. 힘들어서 벌개진 얼굴은 온통 머리카락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스톡웰은 다시 일어섰다. 짧은 걸음을 급히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몸을 버티고 서있느라 팔도 무척 아팠을 것이다. 자신의 발가락을 뽑기라도 할 듯 그녀는 계속해서 달렸다.

마침내 요령을 터득했다. 몇 달 후 그녀는 도로 경주와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의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녀는 팔로 돌리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지난 가을, 자신의 경험에 한껏 고무된 스톡웰은 미네소타대학에서 보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이 분야가 미래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한 세기정도만 지나면 더 이상 보철물이 필요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절단된 팔다리를 다시 자라나게 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봄, 트랙에서 걷기 연습을 하며 스톡웰은 허리가 쑤시고 둔부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왼쪽 다리를 다음에 어디에 두어야 할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던 것이다. “걸음을 뗄 때마다 항상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 팔과 손: 촉감

인공 의수는 정교한 운동 기능에 중점을 둔 인공 의족과 비교했을 때 거부감이 덜하다. 현재의 기술로는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물체를 쥐는 것도 어색하지만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보다 매끄러운 움직임이 가능해질 것이다.

케이블과 도르레가 사라진 대신 새로운 ‘Utah Arm 3’ 내부의 전극봉[1]이 팔꿈치, 손목 그리고 손을 움직이라는 어깨 근육의 전기 신호를 읽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조정을 거쳐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덜커덩거리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동작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주 높은 집중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근육의 전기신호를 이용하는 손[2]은 물체를 쥐고 놓는것이 가능하다.

미래의 의수는 어색하고 불편한 부착물을 달 필요없이 뼈에 직접 연결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보다 자연스러운 의수족은 생체 신경을 사용하여 뇌와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인체내 신경과 연결된다.[1] 사용자의 뇌 속에 이식된 칩[2]은 인공 근육의 움직임과 촉감의 인지, 의수[3]에 명령을 보내는 일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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