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문에 미국의 석학들은 대책방안을 고안해 내느라 분주하다. 4월에 미국의 과학 및 사업계 지도자들은 모임을 가지고 대담한 회수전략을 제안했다. 바로 국제선형가속기(ILC)라 불리는 최대 규모의 입자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인데 이 가속기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입자를 충돌시킬 수 있으며 길이는 약 30km이며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거대 장비이다.
물리학계의 냉소주의자들은 ILC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다른 프로젝트에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난 번 미국이 이러한 취지의 과학연구 프로젝트를 내놓았을 때 - 1993년경 초전도 수퍼 입자가속기(Superconducting Super Collider)의 처지를 반추해 보자 - 의회는 프로젝트 진행 중도에 이를 중지시켰고 자금의 대부분을 다른 영역으로 이동시켰다. SSC의 중단과 이로 인한 자금사정의 악화에 대한 쓰라린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ILC를 도외시하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미국학술원 패널은 주장하고 있다. “ILC를 포기하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과학 영역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프린스턴 대학교 명예총장이자 패널의 의장인 해럴드 사피로는 말한다.
ILC는 전자와 양전자(구성성분이 없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를 충돌시켜 아인슈타인도 골치 아프게 만드는 난해한 문제들을 물리학자들이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우리는 이 우주는 암흑물질(dark matter)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암흑물질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초대칭성 입자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진화를 할 것인가? 우주에는 10차원이 존재하는가? 11차원? 아니면 12, 13......차원?
스위스의 거대 강입자 충돌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 즉 LHC)가 양자를 충돌시키면서 이러한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 나가겠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변을 얻기 위해 ILC의 좀 더 정확한 측정기법을 필요로 하고 있다.
비록 LHC가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보존(Higgs Boson)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해도 ILC의 더욱 청정한 충돌은 과학자들이 이 난해한 입자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힐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자연의 난해한 수수께끼 해결은 제쳐두고라도 역사상 가장 야심찬 물리학적 실험 중 하나를 주최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모여들게 되고 미국 과학자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부여하며 미국의 어린이들이 과학에 대한 야심을 꿈꿀 수 있게 한다고 이 패널의 보고서는 적고 있다.
이 패널은 미국이 ILC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비용으로만 향후 5년 동안 5억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으며 이 금액은 전체 LHC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의 총 분담금보다 3천만 달러가 적은 액수이다. (ILC의 운영국은 일종의 물리학계의 국제올림픽위원회인 다국적 패널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그러한 미묘한 사안으로 인해미국이 운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현재의 추정비용은 120억 달러이고 운영국이 이 비용의 50%를 부담하게 될 예정이다.
전 록히드 마틴사의 회장이자 패널 멤버인 노만 오거스틴은 초기 5억 달러의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미국은 처음부터 이 분야의 글로벌 리더였으며 만약 미국이 ILC를 놓치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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