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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휴대폰은 안녕하십니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휴대폰을 집에 놓아둔 채 회사에 출근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은 마치 중요한 전화라도 올 것 같은 기분에 근무시간 내내 이유모를 답답함과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이처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대폰은 단순한 전화기의 의미를 넘어 친구이자 애인이며 때로는 사업파트너로서 일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분신(分身) 같은 존재가 된지 오래이다.

휴대폰을 분실했을때 느껴지는 상실감이 지갑을 잃어 버렸을때 받는 충격 이상으로 심대한 정신적 아노미(anomie)를 초래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휴대폰을 분실한 후 이를 되찾는다는 것은 용꿈을 꾸지 않았다면 바라기조차 힘든 희귀한 사건(?)이 되어 버렸다. 무전기와 동급의 용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구형 모델이 아닌 이상 휴대폰을 잃어버린지 5~10분만 지나도 이미 전원이 꺼져있기 일쑤여서 분실이 아니라 도둑을 맞은 듯한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동통신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분실폰, 도난폰 등을 원천으로 하고 있는 불법복제 휴대폰, 일명 ‘브릿지폰’ 시장이 아직도 국내에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휴대폰의 고유기기정보(ESN)를
복제한 브릿지폰은 하나의
번호를 사용하는 두대의 휴대폰이
존재한다 하여 ‘쌍둥이폰’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포폰, 브릿지폰 등 불법복제 폰의 사회적 심각성이 지적된 이후 불법복제 방지용 착발신 인증시스템, 통화도용방지시스템(FMS), 휴대폰 불법복제신고센터(폰파라치) 등의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는 있지만 브릿지폰 유통을 완벽하게 근절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2006년 8월 현재 대한민국 땅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법 브릿지폰 제작쪾유통실태에 대해 파악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휴대폰 복제는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로서 적발될 경우 복제업자와 의뢰자는 현행 전파법 제87조에 의거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복제폰 사용자 또한 100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주요 고객

휴대폰에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도 같은 고유한 기기정보(ESN, Electronic Serial Number)가 있는데 이를 복제하여 다른 휴대폰에 입력하면 원래의 폰과 동일한 번호로 착발신이 가능해진다.

이는 A라는 휴대폰에 B의 ESN을 입력하면 이동통신사의 시스템이 A휴대폰을 B휴대폰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마치 집이나 사무실에서 하나의 전화번호로 2대의 유선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불법 복제폰을 브릿지폰이라 하며 하나의 번호를 사용하는 2대의 휴대폰이 존재한다고 해서 ‘쌍둥이폰’, 브릿지폰의 이니셜을 인용하여 ‘b폰’으로도 불린다.

브릿지폰과 함께 대표적인 불법 휴대폰의 하나인 ‘대포폰’(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무적(無籍) 휴대폰)이 사망자, 노숙자 등 사람의 신상정보를 도용한 것이라면 브릿지폰은 사람이 아닌 기계의 명의(ESN)를 도용하는 것이다.

또한 대포폰은 이동통신 대리점과 같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개통되지만 브릿지폰은 공식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분실폰(습득폰), 도난폰, 요금미납에 따른 정지폰 등을 활용하므로 휴대폰 복제업자에 의해 불법적인 루트로 만들어진다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다.

특히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다른 대포폰과 달리 브릿지폰은 명의자와 실사용자가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가장 특징적인 사실이다. 이는 대포폰이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비해 브릿지폰은 저렴한 비용으로 구형 폰을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명의자 스스로 자신의 휴대폰을 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 브릿지폰 제작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는 이모씨는 “과거에는 무료전화 사용, 도청쪾감청 등 악의적 목적으로 타인의 휴대폰 ESN 정보를 몰래 복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브릿지폰이 값싼 기기변경 방법으로 알려지며 자신의 휴대폰을 복제하려는 젊은 일반인들이 고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불법복제업자들은 이처럼 브릿지폰이 일반인들의 생활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검찰, 경찰, 정보통신부(중앙전파관리소), 이동통신사 등 관계기관들에 의한 불법휴대폰 단속이 강화되면서 적발 위험성을 낮추려는 복제업자들과 저렴하게 휴대폰을 교체하려는 일반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타인의 휴대폰을 복제한 경우 통화시 잡음발생, 사용하지 않은 요금부과 등에 의해 피해자가 복제폰 존재여부를 인지함으로서 브릿지폰 사용자는 물론 복제업자들도 적발될 개연성이 높았었던 반면 현재의 시스템은 피해자가 없는 만큼 적발의 위험성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복제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범죄꾼에서 일반인들로 고객전환을 꾀함으로서 위험성을 낮추고 수요시장도 넓히면서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한 1석3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3~5만원이면 10분만에 작업 완료

브릿지폰의 가격은 기종이나 외관상태, 인기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신품과 다름없는 최상급 제품이라해도 정품가격의 50%, 중고품의 70~80% 수준에서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모씨의 소개를 받아 서울 신촌 인근에서 브릿지폰을 판매하고 있는 모업체를 찾아 문의해본 결과,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인 모델로 손꼽히는 모토로라 레이저폰(모델명: MS500)의 브릿지폰 가격이 정품(약 50만원)의 절반 정도인 24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이통사가 최우수고객에게 제공하는 최고수준(약 25만원)의 단말기보조금을 지급 받았을 때에만 기기변경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업체측은 만일 습득한 휴대폰을 직접 가져온다면 신형은 7만원, 그 외에는 3~5만원의 복제비만 내면 브릿지폰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ESN 추출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소프트웨어(S/W)에 의해 10~15분이내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단지 브릿지 시킬 습득폰은 반드시 자신과 동일한 이동통신사用으로 생산된 제품이어야 하며 복제방지 인증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아야 된다는 설명이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만 브릿지폰 업체들이 수백곳 이상 성업 중에 있을 것”이라며 “브릿지폰 전문업체에 더해 일부 이동통신대리점에서도 매출증대의 방편으로 암암리에 브릿지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각 업소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철저한 기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신분(소개자)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브릿지폰을 판매하지 않는다. 경찰들의 불법복제폰 단속방법이 일반인을 가장하여 복제폰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복제폰 업자들은 서울 지역에만
수백여곳 이상의 브릿지폰 업체들이
성업중이라고 말한다.

이와관련 지난해초 팬택앤큐리텔의 듀얼페이스(모델명: KTF-X8000)를 습득, 브릿지폰으로 사용 중이라는 최모씨는 “브릿지폰을 만들었다해도 적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시 많은 부분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사용중 고장이 발생했을때 A/S센터를 찾지 않는 것이 가장 첫번째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접수과정에서 복제폰 여부가 발각될 수밖에 없는 A/S센터에 수리를 맡기는 행동은 경찰서에 자수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네비게이션, MP3다운로드, 위성DMB 등 브릿지폰이 아무리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해도 원래의 휴대폰에서 구현되지 않는 유료부가서비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통사가 이용료 청구 과정에서 복제폰 소유를 의심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원래의 휴대폰과 브릿지폰을 동시에 켜놓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이통사의 FMS가 하나의 번호로 2곳에서 신호가 잡히는 것을 복제폰의 존재 징후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브릿지폰도 시간이 흐르면 구형이 되고 언젠가는 정상 루트로 휴대폰을 교체해야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기에 결코 원래의 휴대폰을 버리는 우를 범하면 안된다. 만약 원래의 휴대폰을 잃어버린다면 기기변경, 보상판매 등 어떠한 혜택도 누릴 수 없다.

이동통신 가입자 10%가 브릿지폰 보유

이와같이 정부의 강력한 단속의지와 복제방지시스템 구축, 사용상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브릿지폰의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형 휴대폰을 소유하고픈 젊은이들의 갈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자신의 휴대폰을 자신이 복제해 사용하는 것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또한 정부의 단속이 주로 복제폰 제작쪾판매업자, 분실폰 및 도난폰 수집쪾유통업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어 일반 개인들의 경우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브릿지폰 근절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는 것은 아니지만 브릿지폰 판매업자들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의 10% 정도가 브릿지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말까지 SK텔레콤, LG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수가 총 3천951만명 이므로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약 4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브릿지폰 소유자이다. 이는 다시말해 대한민국 국민 4,800만명의 8.3%, 12명중 1명이 잠재 범법자인 셈이다.

분실 또는 도난된 휴대폰의 80%이상이 불법복제되고 있다는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의 추정치를 적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국내 휴대폰 가입자 4천8백만명 중
약 10%가 브릿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에 접수된 분실폰이 약 450만대에 이르고 있어 이중 50%가 주인에게 되돌아갔다고 해도 지난해 1년동안 최소 180만대의 복제폰이 양산됐다는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불법복제폰 1대를 10만원만 잡아도 연간 불법복제폰 시장규모는 무려 1,8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거대한 복제폰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분실폰 및 도난폰을 주인이 되찾을 확률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KAIT 산하 핸드폰찾기콜센터가 전국의 우체국 등을 통해 접수한 분실폰(표-2) 숫자에서도 지난 2000년에는 8만1,675대의 휴대폰이 센터에 접수됐지만 2001년 7만4,758대, 2002년 6만7,852대, 2003년 5만7,785대, 2004년 6만6,345대 등으로 접수율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의 휴대폰 가입자와 분실쪾도난폰 발생률이 200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대됐음을 감안하면 복제폰이나 해외 밀수출 시장 등에 얼마나 많은 휴대폰들이 유입되고 있는지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또다른 특이한 사항은 2002년까지는 접수된 분실폰의 99%이상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2004년에는 70%대로 떨어졌다는 것으로서 예전에 비해 분실폰을 되찾으려는 주인들의 의지 자체도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택시기사, 유흥주점 종업원이 핵심 공급원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량의 휴대폰이 과연 어떠한 경로로 복제폰 제작업자들에게 공급되고 있을까.

업자들은 분실폰의 경우 택시기사에 의한 공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서울 용산에 사업장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취객이 많은 택시의 특성상 휴대폰 분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항, 기사식당 등 택시기사들이 다수 상주하는 곳에 찾아가 분실폰 구입의사를 밝히며 명함을 나눠주곤 한다”며 “기사들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데 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고 부가수입을 올릴 수 있어 호응도가 높다”고 밝혔다.

D운수에 근무하고 있다는 택시기사 김모씨도 “요즘 택시기사 중에서 복제폰 업자의 명함 한두장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최신폰은 하루일당에 해당하는 5~1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휴대폰 상태가 좋을수록 되찾을 기대를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고 단언했다.

가끔 택시번호와 회사명을 외우고 있는 손님이 회사를 통해 연락을 취해오기도 하지만 휴대폰을 습득한바 없다고 끝까지 발뺌하면 그만이라고 한다.

택시기사가 손님의 실수를 악용하고 있다면 나이트클럽과 같은 대형 유흥주점에서는 웨이터와 같은 종업원들이 의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손님들의 휴대폰을 절도하여 복제폰 업자들에게 팔아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브릿지폰 업주는 “택시기사들의 경우 부정기적으로 1~2개의 휴대폰을 가져오는 반면 웨이터들은 매달 30~40대의 휴대폰을 가져오는 사례가 많다”며 “출처를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지만 분실폰으로 보기에는 물량이 너무 많은 것으로 보아 만취했거나 잠시 자리를 비운 손님들의 물건을 훔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이제는 편안해야할 택시나 흥겨워야할 나이트클럽에서 조차 휴대폰의 존재유무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각박한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와같은 현상에 대해 정통부 전파방송산업팀의 담당자는 “정부는 휴대폰 불법복제 근절을 위해 지난해 이동통신 3사에 휴대폰인증시스템 도입을 의무화 시킨 것을 비롯 FMS, 폰파라치제 도입 등 전파관리소, 이동통신사, 경찰 등과 연계하여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복제방지 인증 휴대폰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고 올해말 이통사의 착발신인증시스템도 본격 가동될 예정에 있는 등 복제폰 사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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