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9.11 이후 - 첨단기술 對 테러리즘

미국이 비정규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주었던 9.11 테러.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이전보다 더 안전한가?

이 질문에 미국토안보부의 과학 및 첨단기술 전환 책임자인 머린 맥카는 “당연하다”는 한마디로 응수한다.

물론 적들은 여전히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현재 방어망을 통과하기는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제2의 9.11 테러,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한 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는 소련의 세계 최초 인공위성 발사 이래 보지 못했던 거대한 규모로 미 과학계를 집결시키고 있다.

미 본토의 안보 연구에 연방 정부는 2003년 이후 거의 40억 달러(약 4조원)를 쏟아 붓고 있지만 전체 안보 비용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미 국토안보부의 올 한 해 예산만도 4백억 달러(약 40조원)에 이른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비용의 증가가 그 전까지 안보와는 별개였던 학문들도 통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맥카는 주장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염병학자, 생물학자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생물무기 테러로부터 대기와 식품을 안전하게 지킬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핵물리학자와 생물무기 범죄 전문가들은 최고의 행동과학 연구가들과 힘을 합쳐 핵무기 밀거래와 자살 폭탄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렇듯 막대한 비용이 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심어줄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 중 상당수가 안보 과시적 측면이 있다.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라는 것이다”라고 ‘Beyond Fear: Thinking Sensibly about Security in an Uncertain World(두려움을 넘어서: 불확실한 세계에서 안보 문제를 현명하게 생각하라)’의 저자 브루스 슈나이어는 말한다.

백악관에서부터 지방의 시청사들에 이르기까지 표적이 되는 주요 건물들에 최첨단 보안 장치들이 집중되다보니 자연스럽게 테러리스트들은 지하철, 경기장 같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목표물들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 점에 대해서도 이미 고려를 마친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미 본토 안보 대책은 대형 목표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산재되어 있는 취약한 부분들까지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지금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5개 지역과 향후 몇 년 내 선보이게 될 몇 가지 첨단 방어 기술들을 소개한다.

대기, 물, 식품 공급처

이와 관련하여 가장 어려운 문제점 중 하나는 들판에서 자라는 농작물에서부터 공공장소의 공기조절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공격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미국 내 30개 도시에 소형 독극물 탐지망을 가동하고 있다. 탐지기의 필터에서 대기 샘플을 채취하여 연구소로 보내면 그 곳에서 대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3억 달러(약 3천억원)의 경비가 소요되는 바이오워치(Biowatch)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자동병원체측정시스템(APDS)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19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의 사린 가스 공격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얻은 APDS는 매일같이 샘플을 수집하고 판독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화학물질과 생물독소의 식별이 바로 가능하다.

쇼핑센터, 기차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되는 APDS는 중간에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일주일 이상 178곳의 대기 샘플을 채취하여 그 결과를 무선으로 중앙 연구소에 송신해준다. 뉴욕시에서 실험가동중이며 2008년경이면 다른 도시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국경 지대, 기간 시설물

2004년 이후, 미국 출입국 관리소는 미국에 입국한 약 6천만 명의 사람들을 상대로 양손 검지 손가락의 지문을 채취했다. 광학 스캐너에 기록된 이 지문들은 미 정부가 갖고 있는 요주의 인물 목록 정보와의 대조 작업에 사용된다.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총 15억달러(약 1조5천억원)가 소요된 미국 방문자 및 이민자 생체인식(U.S.-VISIT) 프로그램을 통해 1,100명의 위장 입국 시도자를 비롯하여 신상 배경이 미심쩍은 입국 희망자들을 2만명 넘게 적발했다.

비자 신청 관련 서류가 급증함에 따라 열 손가락 지문 스캔을 활용하면 보다 정확한 인물 식별이 가능해질 것이다. 홍채 인식, 음성 인식 시스템도 사용될 수 있다.

한편 100여 곳의 항구와 국경 지대에는 SAIC사가 고안한 컨테이너차량 감시 시스템(VACIS)이 설치되어 세관원들이 차량을 일일이 열어보지 않고도 트럭 및 화물 컨테이너의 내부 검사가 가능해졌다.

저에너지 감마선을 이용한 VACIS(차량 및 화물 검사시스템)는 납판을 부착한 화물상자도 꿰뚫어볼 수 있으며 6초 만에 낟알 크기의 물체까지 투사해낸다. 신고한 물품 목록과 일치하지 않는 물건이 발견될 경우, 해당 컨테이너는 조사를 위해 별도의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라고 불리는 미소립자 크기의 감지기 역시 개발되고 있다. 파이프라인, 경비가 없는 국경, 공공 설비 등에 뿌려 침입자나 생화학 또는 방사능 물질의 살포 등을 감시할 수 있다.



원격검침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구축된 이러한 배터리 구동 컴퓨터들은 전자공학적 눈, 귀, 코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저대역 주파수로 상호 커뮤니케이션하며 중앙 서버에 판독 결과를 송출한다. 자금만 충분하다면 2010년경이면 전국에 배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운송 수단

지하철, 버스, 기차, 비행기 그리고 각각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추 기관들은 대기 중 병원균, 방사능 폭탄에서부터 트럭 폭탄 테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위협들에 노출되어 있다.

샌디아국립연구소의 캘리포니아 지부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은 센서를 무선 또는 광섬유를 통해 신발상자 크기의 지적 센싱 모듈(ISM)이라는 장치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정 시설물에 ISM 네트워크를 설치할 경우, 이 장치는 다른 곳에 있는 지휘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설물 관리자나 보안 관계자들에게 위협에 대한 조기 경보를 제공하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운동 경기장, 지하철, 공항 등 30곳의 시설물에 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탐지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는 핵 및 화학 시설물, 주요 수송 거점에도 한층 개선된 장치들이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지의 자살폭탄 테러범을 막기 위해 현재 26여 곳의 공항에 가동 중인 소위 ‘퍼핑 머신(puffing machine)’은 검사 전 일주일간 폭발물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가려낼 수 있는 장치다.

한 대에 15만 달러(약 1억5천만 원) 정도로, 유선형의 헛간처럼 생긴 장치 안으로 사람이 걸어 들어가면 공기 바람이 내뿜어져 나와 옷에 붙어 있을지도 모르는 폭발물 미립자 흔적을 채취하게 된다. 그런 다음 그 대기를 수거하여 검사관에게 보내면 단 몇 초 만에 질산염을 기본으로 하는 8가지 형태의 폭발물을 구별해낼 수 있다.

“올림픽 규격의 거대한 수영장에 녹인 1 밀리그램의 아스피린에 맞먹을 정도의 미량도 바로 알 수 있다”라고 샌디아연구소의 수석 엔지니어인 케빈 링커는 말한다.

자동차용 청소기인 더스트버스터(DustBuster)만한 약 5kg짜리 ‘마이크로 하운드’도 이미 개발단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살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연구가들은 약 9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폭발물 흔적을 탐지할 수 있는 장치의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공공 장소

오늘날 빌딩이나 공공장소에는 대부분 감시 카메라와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지만 지방건축법규와 높은 재수리 비용이 완벽한 테러 방지 대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건축 첨단기술은 9.11 이전과 비교했을 때 몇 광년쯤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웨트 의원이 밝힌 세계무역센터 건물 재건축 계획에도 방폭용 창문 및 건축 자재, 센서 장치, 고층에 있는 구조요원들이 지상에 있는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중계기를 비롯하여 건물 내 오염 지역을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구조요원들의 경우, 캘리포니아 벤츄라에 있는 비보메트릭스(Vivometrics)와 시카고 소재의 액션추어(Accenture)에서 공동 개발한 라이프셔츠(LifeShirt) 등 최첨단 보호 장비를 착용하게 될 것이다.

조끼처럼 생긴 이 보호 장비는 GPS를 이용하여 구조요원의 움직임을 계속 추적함으로써 30가지의 생리적 신호를 측정하게 된다. 이 모든 실시간 데이터를 지휘통제 센터로 보내면 동시에 수십 명의 구조요원들의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금융망 또는 전력 및 통신망이 사이버 공격을 받게 될 경우, 미국의 물리적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완전 무력화되고 만다.

이에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주요 웹사이트에 스파이나 해킹활동을 탐지하기 위해 일명 ‘모짜르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 미 에너지부(DOE)에서 사용중인 이 소프트웨어는 자체 검색엔진을 가동하여 스스로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색출·분류하게 된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글식’ 검색엔진으로 통하는 이 장비는 연말쯤이면 군 당국 및 여타 정부기관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최첨단 기술과 이에 소요되는 수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으로 100% 완벽한 보호가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홍채인식장치나 스마트 센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아무리 많은 하드웨어를 모아놓아도 소용이 없으므로 결국 완벽한 안전은 인간의 지적 의사결정 능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한 진리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