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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과학기술문화정책

요즘 들어 전국 지자체들의 지역과학축전 행사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과학축전은 지역특성에 맞는 과학체험 활동을 비롯, 과학 영상전, 천체 관측전, 로봇경진대회 등 이벤트성 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과학문화를 중시해온 우리나라 정책 풍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과 기술을 뭉뚱그려 과학기술이라고 말하는데, 과학기술 대중화를 부르짖는 사람들 가운데 기술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254억원, 올해 267억원의 국민 세금을 사용하는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조차 과학기술과 관련된 문화사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술문화는 여러 측면에서 과학문화와 다르고 관심의 대상도 다르다.

과학문화는 학교에서 배우는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 기초이론을 다루는 반면, 기술문화는 실생활과 산업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 환경기술 등에 초점을 맞춘다.

또 과학문화는 기초과학의 이론을 소개하기 때문에 지식 위주이며 기술 문화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을 확산시켜야 하므로 정보중심의 미래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생산 방식도 판연히 달라 과학문화는 도서관의 자료를 뒤적여 과거의 축적된 지식을 여러 형태로 변형시켜 내놓는 반면에 기술문화는 세계 곳곳의 연구 현장에서 새로 출현하는 첨단기술의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해 산업현장에 제공한다.



따라서 과학문화의 수요층은 기초과학 이론을 지식으로 습득해 공부에 활용하려는 학생들을 겨냥하지만 기술문화는 산업정보를 획득해 제품개발에 적용하려는 기업인들이나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상식을 얻으려는 일반인들이 대상이다.

이처럼 과학문화와 기술문화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문화를 외면한 채 과학기술 문화로 뭉뚱그려 각종시책을 펼쳐온게 사실이다.

올 들어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총 100억원을 투입, 기술문화사업을 추진중이다. 아직 그 성과를 언급하기엔 이르지만 과학문화와 기술문화는 상호 연관성을 갖고있다는 점에서 동시발전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문화사업이 과기부와 산자부로 분리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심지어 과학문화재단을 염두에 둔 기술문화재단 설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과학기술문화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훈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h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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