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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은 왕의학문 '國格사업'

인공위성 탑재 관측장비 자체개발, GPS국제센터 구축 등 첨단 기반기술 확보

“한국천문연구원이 단순히 하늘의 별자리만을 보는 곳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과 과학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학문이 천문학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은 인터뷰 첫마디로 천문학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천문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사업들은 다른 출연연들과 마찬가지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우선 연구 개발을 통해 천문 관측장비들을 직접 만들어 내고 있다. 천문대에서 사용하고 있는 관측장비 들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연구개발을 통해 제작해야 하며, 천문학뿐만 아니라 전자 관련 기반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들이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 2007년 완공

또한 천문학의 대상이 우주이듯이 인공위성에 탑재되는 관측장비 개발도 중요한 역할의 하나다. 이미 과학기술위성 1호에 탑재된 원자외선분광기(FIMS;Far-ultraviolet IMaging Spectrograph)를 천문연이 개발했다.

또 지구가 우주의 일부이듯이 지상의 위치 파악도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이다. 최근 차량용네비게이션에 사용되는 GPS가 국내 기준점이 있는곳이 바로 천문연이다.

천문연은 지난해말 GPS 국제 데이터 센터를 구축했으며, 이는 아시아-오세아니아 권역의 데이터 센터로는 최초이며 세계적으로는 4번째이다.

이밖에 오는 2007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중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사업도 첨단을 달리고 있다.

KVN사업은 서울(연세대)·울산(울산대)·제주(탐라대) 등 3곳에 21m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상호 연동시킴으로써 3곳을 연결한 것과 같은 크기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천문연이 이러한 연구개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기관이라는 시각보다는 하늘의 별자리만을 관측하고 있는 기관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천문연을 천문대나 기상청의 하부기관으로 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박 원장은 “천문학은 전통적으로 ‘왕의 학문’으로 발전돼 왔으며, 국가의 대외적인 체면을 좌우하는 국격(國格)사업입니다. 과거나 현재나 과학문화가 우월한 선진국만이 천문학을 대표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타국 정찰위성 감시는 망원경 뿐

뒤집어 보면 천문학의 발전없는 선진국이 존재 할 수 없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을 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한 국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만약 우리나라 영공에 타국의 정찰기가 나타난다면 난리가 날 것 이지만 타국의 정찰위성이 초정밀 카메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정찰위성이 하루에 얼마나 우리나라 영공을 지나가는지를 아는 방법은 망원경을 이용해 직접 관측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 출연 연구기관장중 최연소인 박 원장은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천문연구원 뿐만 아니라 국내 천문학 발전을 위해 넘치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박 원장의 이러한 자부심과 열정은 그의 어린시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박 원장은 초등학교 시절 천문학 교재용 소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또박또박한 글씨로 직접쓰고, 행성의 그림까지 직접 그려낸 정성을 본다면 천문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열정이 이미 오래전에 싹텃음을 알고도 남는다.

천문학의 대중화 강조



하지만 박 원장이 서울대 천문학과를 다니던 70년대만 해도 천문학은 그다지 관심을 모으는 학문이 아니었다.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에피소드 한토막. 박 원장이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과외교사를 하려 했는데, 천문학 전공이라고 하자 학부모가 떨떠름한 표정을 하며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번에는 천체 물리학이라며 수학이 핵심인 물리학을 강조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서울대에 천체 물리학과가 없다는 것을 안 학부모로부터 졸지에 가짜라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열정 없이는 하기 어려운 천문학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자신이 길로 선택한 박 원장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천문학의 대중화다.

박 원장은 “어려서부터 별을 보고 자란 아이는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를 탐험하겠다는 꿈을 키우지, 누군가를 해쳐야하는 전투기 조종사를 꿈꾸지 않을 것”이라고 비유한다.

박 원장은 최근 천문연의 담장을 헐어내고 앞마당을 광장으로 개방했다. 또 지속적인 별자리 관측 축제를 개최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바로 생활속의 천문학으로 자리잡기 위한 의사표현인 셈이다.

또한 우리의 전통 천문학을 부활시키는 작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박 원장은 “우리는 매우 발달된 전통 천문학이 있었다”면서 “과거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야간 항해에 필수적인 천문지식이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일본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져

한 예로 조선시대 태조 4년(1395년)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228호)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석각 천문도이며, 여기에 새겨진 1천4백67개의 별은 고구려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우리 조상들이 천문학을 얼마나 발전시켜왔는지를 알 수 있다.

박 원장은 “발달된 전통 천문학이 근대 천문학으로 이어지는 맥을 잇지 못함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천문학은 일본 보다 최소 15년 이상 뒤져 있고, 유럽과 미국과의 격차는 이 보다 더 큰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박 원장은 “현재 멕시코 등에 초대형 망원경을 설치한 천문대를 설립하려는 계획이 예산 등의 문제로 보류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왜 해외에 천문대를 설립하냐고 하지만 계절풍 기후지대인 우리나라에서는 별 관측이 어렵기 때문에 인공 빛이 거의 없고 항상 맑은 날씨를 가진 지역에 설립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발행되는 새 1만권 지폐에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비롯 천문학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다수 들어간다고 한다.

국민들이 돈을 쓰면서 매일같이 천문학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박 원장의 기대가 한국 천문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다려 본다.

● 박석재 원장은?

▷ 76년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천문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87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천문학 박사를 취득했다.

▷ 92년 천문대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지난해 5월 천문연 원장에 취임했다.

▷ 개인적으로 천문 관련 책 저술 및 밴드의 기타연주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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