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바이오디젤의 보급은 신재생에너지, 환경친화에너지의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국가적 의미와 함께 국내에서 상용화된 제1호 석유대체연료라는 산업적 관점에서도 커다란 상징성을 갖고 있어 많은 관심이 집중돼왔다.
향후 상용화가 이루어질 바이오에탄올이나 수소와 같은 친환경 석유대체연료들이 바이오디젤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용 보급 100일을 맞은 현시점에서 바이오디젤은 양적으로 눈에 띄는 시장확대를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BD20(바이오디젤 20%+기존경유 80%) 시장의 몰락 등 당초 예견됐던 문제점들이 다수 도출되면서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와관련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를 비롯 환경부, 정유사, 바이오디젤업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가 상충된 다수의 집단들이 각자의 논리와 주장을 펼치며 얽히고 설키면서 아직도 적지 않은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따라 최근 산자부는 연내에 ‘BD보급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키로 하는 등 그동안 환경부, 바이오디젤업계, 시민단체들이 요구해왔던 바이오디젤 보급확대에 좀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천명, 향후 추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BD5 6천2백만대 vs BD20 80대
최근 산자부가 발표한 국내 바이오디젤 보급현황에 따르면 상용보급이 시작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SK인천정유 등 5대 정유사가 바이오디젤 제조업체로부터 공급받은 BD100(100% 바이오디젤)의 량은 총 2만75㎘로 집계됐다.
이는 시범사업 기간이었던 지난해의 연간 바이오디젤 사용량(15,022㎘)을 33%이상 능가하는 것으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인 3,755㎘와 비교하면 무려 450%의 시장성장이 나타났다.
각 정유사들은 이렇게 공급받은 바이오디젤을 기존경유와 0.5:99.5로 혼합하여 총 3백75만7천98㎘의 BD5(5%이하의 바이오디젤을 기존경유와 혼합한 경유)를 생산, 전국 각지의 주유소에 공급했다.
이를 단순히 계량화하면 디젤승용차 연료탱크의 용량을 평균 60리터라고 가정할때 약 6천2백61만8천3백대의 차량에 주유가 가능한 물량이며 국내에 등록된 모든 경유자동차(8월 현재 약 580만대)를 각각 650여회씩 주유할 수 있는 엄청난 량이다.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이 BD5의 보급과 함께 큰 폭의 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자부측도 “BD5 상용화로 바이오디젤 보급이 크게 촉진되고 있다”며 “생산공정 개선을 통해 바이오디젤의 품질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과는 달리 사실상 BD0.5에 불과한 BD5로는 바이오디젤이 지닌 친환경성(유해배출가스 저감효과)을 누릴 수 없다는 점이나 BD20의 보급을 법적으로 억제함으로서 추가적인 시장활성화를 제한하고 있다는 부분 등 이미 상용화 추진단계에서부터 예상됐던 문제점들이 현실화되는 한계도 나타났다.
실제로 BD5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는 반면 BD20은 지난 3개월간 단 4.8㎘가 공급되는데 그쳤다. 이는 고속버스(연료탱크용량 400리터)로는 12대, 승용차(연료탱크용량 60리터)로 환산해도 80대 밖에 주유할 수 없는 적은 량이다.
업체간 부익부빈익빈 심화
상용화 이전 ‘자체 주유·정비·저장시설을 갖춘 사업장에만 BD20공급을 가능토록 한 규정이 시범사업때 보다도 BD20 시장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환경부와 바이오디젤업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월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환경연구부 조항문 박사는 국회 환경경제연구회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서울시의 모든 공공차량에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려던 계획이 엄격한 산자부 고시에 의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차량정비사업소에 전문정비팀을 구성하고 별도의 공급시설을 설치, 현행 법규정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종로, 중구, 동대문, 양천구 등 7개기관의 청소차 및 건설기계 212대에 대한 BD20 시범보급(2,922ℓ/日) 추진계획을 밝힌바 있다.
특히 이처럼 BD5와 BD20의 시황이 극명하게 나뉘면서 정유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이오디젤업체들은 성장가도를 달리는데 비해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인수설까지 나도는 등 생사의 기로에 처해있어 업체간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바이오디젤제조업체 A사의 관계자는 “일정부분 예견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하다”며 “해외수출 등 생존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는 있지만 BD20 활성화 이외에는 근본적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산자부 ‘BD 보급 중장기 종합대책’ 기대
이에따라 지난달 19일 산자부가 BD20을 포함한 바이오디젤의 보급확대를 위해 연내에 ‘바이오디젤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발표에 거는 업체들의 기대는 지대하다.
산자부는 당시 “관련업체들이 구성한 ‘바이오디젤 품질·수급협의회(가칭)’에서 제시한 방안을 바탕으로 올해내에 중장기 종합대책을 세울 계획”이라며 “이를위해 11월중 산자부 제2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바이오디젤 상용화 추진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자부는 현행 BD20 사용요건인 정비시설 보유조건을 외부업체와의 위탁정비계약 체결시에도 허용하는 방안, 지자체들의 관용차량에 BD20을 사용토록 추진하는 방안 등 BD20 활성화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은 이미 한차례 회합을 갖고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체간 이해관계가 달라 공통된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산자부가 지금까지와 달리 BD20 확대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업계의 의견이 가능한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불평불만의 목소리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산자부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바이오디젤 보급확대 정책의 차질 없는 진행을 위해 품질수급협의회의 위상과 역할 제고, 산자부의 협의회 참여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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