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 소재 연구기관중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재도)은 연구개발 성과를 실제 산업과 연결시키는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으며, 기술개발 초기부터 산업에 적용키위한 목적을 두고 있다.
화학연의 수많은 연구성과중 산업에 적용된 대표적인 두가지 사례만 봐도 쉽게 알 수있다.
최근 화학연이 산업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연구사례로는 ‘백색 LED용 황색 형광체 개발’과 ‘LCD용 수직배향막 개발’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두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국내 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디스플레이장치인 LCD와 미래의 빛으로 불리우는 LED 등 향후 시장성이 매우 큰 산업분야의 핵심소재 이면서도 해외 원천기술 보유업체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국내 수요를 수입에만 의존해야 했으며, 기술제휴 자체도 불가능했던 분야들이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순수 토종기술의 기술개발을 통한 극복외에는 다른 대안을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美 업체로부터 특허침해 경고
화학연 화학소재연구단 김창해 박사가 개발한 ‘백색LED용 형광체’는 백색LED에서 최근 미국업체가 거론하는 특허침해 문제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이 되는 토종기술이다.
백색LED는 휴대폰용 LCD의 백 라이트 광원, 휴대폰 카메라용 플래시, 숫자 키패드의 후면 광원 등 최소 5개 이상 사용돼 휴대폰의 수요만큼 그 수요가 비례해 증가되는 부품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대기업들은 미국 LED업체인 크리(CREE)사로부터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는 백색LED를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받았다. 이는 이들 휴대폰 업체의 계열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이 최근 독자적으로 백색 LED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 박사의 기술을 사용해 백색 LED를 생산하는 LG이노텍은 이러한 특허침해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김 박사는 “특허문제를 피해가기 위해 기존 기술과는 전혀 다른 소재를 사용해 개발이 이뤄졌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산업화에 초점을 맞춘 기술개발에 특허문제도 고려해야 했던 이유는 백색 LED의 수요의 급증과 함께 백색을 구현하는 기술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백색LED는 적·청·녹의 세가지 색을 동시에 구현하거나, 청색LED에 황색 형광체를 부착하는 두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하지만 빛의 3원색인 세가지 색을 하나의 LED에서 동시에 발광시켜 백색을 구현하는 방식은 LED 내부에 세가지 색을 구현하는 각각의 초소형 칩 3개를 내장하고 여기에 총 6개의 전극을 부착해야 하므로 휴대폰 등에 장착되는 필수조건인 초박화가 어렵고 생산단가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또한 근접거리에서는 백색이 아닌 3가지 색이 각각 표출되는 단점도 발생한다.
신소재 적용한 황색 형광체 개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된 기술이 청색의 LED 전극에 적색과 녹색의 중간색인 황색의 형광체를 부착해 백색을 구현하는 것으로 일본 니치아(日亞)사는 YAG(Yttrium Aluminum Garnet)계열의 형광체를 개발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백색LED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고, 화학연 김창해 박사는 2001년부터 YAG 계열이 아닌 전혀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황색형광체 개발에 나서, 스트론튬 실리케이트 계열의 황색 형광체를 개발해 LG이노텍에 기술이전이 완료됐다. LG이노텍은 지난달부터 이 기술을 활용한 초박형 백색LED를 생산하고 있다.
김 박사는 “기술적으로는 YAG계열의 형광체가 가장 우수하지만 특허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연구개발 초기부터 전혀 다른 소재물질 발굴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스트론튬 실리케이트 계열의 황색 형광체를 개발했다”며 “일본과 미국에 이어 독자적인 형광체 물질을 개발했기 때문에 휴대폰용 뿐만 아니라 향후 노트북 및 TV용 LCD, 일반 조명용 등으로도 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 ‘청색LED용 고효율 형광체 개발’을 오는 2008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LCD생산 필수소재 국산화
화학소재연구단 이미혜 박사가 개발한 ‘LCD용 수직배향막 기술’도 LCD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를 국산화한 것이다. 이 분야는 일본의 JSR 등 3개사가 독점해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분야로 국내 LCD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해도 핵심소재인 수직배향막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노트북을 비롯 PC용 모니터, TV, 휴대폰 등의 각종 모바일기기 까지 거의 모든 전자장비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사용되는 LCD는 리기판 사이에 액정이 들어있고, 이 액정을 전기적으로 컨트롤해 영상을 보여주게 된다.
이 박사가 개발한 ‘LCD용 수직배향막’은 LCD의 유리기판 내부면에 100nm 이하 두께로 코팅돼 액정을 수직 방향으로 배열시키도록 해주는 소재다. 기존에는 액정을 수평으로 배열시키는 배향막을 사용했기 때문에 화면을 볼 수 있는 시야각이 좁고 밝기도 어두워 LCD를 TV용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 박사가 개발한 수직배향막은 폴리이미드 계열의 고분자 소재로 수직배향막 분야의 시장주도업체인 일본 JSR사의 제품과 비교해 공급가를 크게 낮추면서도 화면 밝기를 향상시키면서도 단점인 잔상효과는 크게 낮추는 성능향상을 이뤄냈다.
이 박사는 “현재 일본 JSR사의 소재는 1Kg당 140만원에 수입되고 있으며, 1Kg의 포장단위중 액체용제를 제외하면 실제 수직배향막에 사용되는 폴리이미드 소재는 50g수준에 불과하므로 금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는 첨단소재”라고 설명한다.
현재 화학연의 기술개발로 국내에서는 수직배향막 소재가 약 3분의 1수준의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한 상태다.
LCD TV용 수직배향막소재 상용화
이 박사는 “현재 모바일기기에 사용되는 수직배향막은 제일모직에 기술이전이 이뤄져 삼성전자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LCD 모니터 용으로도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는 2008년까지는 보다 넓은 시야각도와 밝기를 필요로 하는 LCD TV용 수직배향막소재를 상용화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ed.co.kr
일본 YAG계열 백색LED와의 밝기 및 백색 발광 비교 사진. 제일 왼쪽이 일본 제품이며, 나머지는 모두 화학연이 개발한 황색형광체를 사용한 백색LED 이다.
LCD 유리기판 내부의 제일 안쪽(검은색 격자 무늬부분)의 액정과 직접 접촉하는 부분에 수직배향막이 100nm 이하 두께로 코팅된다. 이 배향막으로 인해 액체이면서도 고체와 같은 결정을 갖는 액정(초록색 결정)이 수직방향으로 배열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기술이전 산업화 169건
누적 매출액 총 4조7천억원 규모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재도)은 지난 76년 한국화학연구소로 설립된 이후 국내 화학산업과 함께 발전해 왔다. 현재 311명의 인력중 61%인 190명의 연구인력이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전체인력의 61%가 박사급 인력이다.
올해 866억원의 예산중 767억원이 연구예산인 화학연은 생명화학연구단·화학소재연구단·신화학연구단 등 3개 연구단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부설로 안전성평가연구소를 두고 있다.
화학연은 지난 9월 30주년을 맞아 기존 대형 화학산업 뿐만 아니라 나노 화학소재와 생체화학 등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며 오는 2010년까지 나노·환경·에너지·생명과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신화학 핵심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즉 실생활과 밀접하고 산업화가 가능한 분야의 화학기술을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 2,060건, 해외 1,393건의 특허출원 실적을 가지고, 169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분야에서 약 4조7,000억원의 누적매출 효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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