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런던대학교(UCL) 연구팀은 자신의 본능적․무의식적 판단을 믿고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심사숙고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정답을 맞힐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연구결과를 생물학 전문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650개 이상의 동일한 형상을 차례차례 보여주고 이중 나머지와 상하좌우의 위치가 다른 하나의 이미지를 고르도록 한 실험에서 판단시간을 1초미만으로 제한받은 피실험집단의 정답률이 95%에 이른 반면 1초이상 생각할 시간을 가진 실험자들은 70%만이 정답을 선택했다.
이같은 결과는 ‘무의식의 뇌’가 원형에서 반전된 형상을 원래와 다르다고 인지하는데 비해 ‘의식의 뇌’는 이를 똑같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UCL 자연지능실험실 리자오핑 실장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생각할 시간이 거의 없을때 인간은 더 낳은 판단을 내렸다”며 “단지 일상생활에서는 이성적(의식적) 결정이 본능적(무의식적) 결정을 눌러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게 만들면서 본능이 침묵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단순한 시각적 인지실험에 의한 결과이므로 논리적, 수학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에는 적용될 수 없다.
특히 UCL의 실험에서도 피실험자에게 4초 이상의 여유를 부여하자 1초미만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답률이 올라갔다.
수학시험 시간에 4개의 보기 중에서 1초내에 마음에 드는 번호를 찍는다고 정답을 맞힐 수는 없으며 순간적 판단을 해야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니라면 이성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이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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