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SC)의 앙트안 베카라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된 연구논문을 통해 “머릿속의 뇌섬엽(insula)이 다치게 되면 담배를 끊는 것이 마치 스위치를 내려 형광등을 끄는 것처럼 간단히 해결된다”고 밝혔다.
베카라 박사는 14세때부터 24년간 하루 2갑씩 흡연을 해온 네이선이라는 남자가 뇌졸중으로 대뇌피질의 섬엽이 손상된후 흡연욕구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임상보고를 받고 흡연자였던 뇌손상 환자 69명의 임상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록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가운데 네이선을 포함한 19명이 뇌섬엽을 다쳤는데 이중 12명(63%)이 금연의지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뇌손상을 입은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담배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이후에도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며 흡연욕구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뇌섬엽의 손상이 없었던 50명 중에는 19명(38%)만 금연에 성공했으며 그나마 니코틴 중독에서 완벽히 벗어난 사람은 4명(8%)에 불과했다.
베카라 박사는 “앞으로 이같은 현상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뇌섬엽을 표적으로 하는 강력한 금연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뇌섬엽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만을 목표로한 약물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노라 볼코우 소장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라고 논평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당장이라도 경두개자기자극(TMS) 장비로 뇌섬엽에 자기자극을 가하면 뇌섬엽의 역할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 귀 사이의 두뇌 속에 위치하고 있는 뇌섬엽은 심박동이 빨라지면 불안감이 드는 것 처럼 신체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 두려움, 불안, 분노, 슬픔, 욕망 등의 감정으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