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최첨단 잠수정을 지구의 가장 깊숙한 곳에 내려 보낼 계획이다. 최첨단 잠수정의 이름은 ‘뎁스엑스’(Depth X).
뎁스엑스는 54개의 초음파 센서를 장착한 인공지능 무인잠수정(AUV)으로 사람이 원격 조정하거나 특정 항로를 미리 프로그램 해 놓지 않아도 스스로 항해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초대형 안구(눈) 형태의 로봇이다. 스톤은 지구 깊숙한 곳에서의 뎁스엑스 시험 운행이 성공하면 우주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을 이용,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얼음 심연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뎁스엑스(Depth X):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인공지능 무인잠수정
주변 환경에 대한 3차원(3D) 디지털 지도 제작 및 생명체 탐지 기능을 갖춘 AUV를 만드는 기술
◆항해: 뎁스엑스(Depth X)는 동굴과 같은 제한된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의 실현 가능성을 테스트한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거나 특정 항로를 미리 프로그램 해 놓지 않아도 무인 항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뎁스엑스는 특수 초음파 배열(B)로 제어되는 54개의 초음파 센서(A), 관성 안내장치, 가속도계, 깊이 측정기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확인한다. 또한 도플러 속력 자동기록기(C)를 통해 기체의 속도를 기록한다.
이들 정보가 컴퓨터(D, E)에 입력되면 인공지능 무인잠수정(로봇)은 주변 환경을 3D 디지털 지도로 제작하고 어디로 갈지 결정한다.
로봇이 확인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선수(船首)와 선미(船尾) 없이 커다란 눈, 또는 계란 형태로 설계된 무지향성 로봇의 몸체 전 부분에는 센서가 골고루 설치돼 있다.
◆추진력: 일단 뎁스엑스가 어디로 갈지 목표를 정하면 6개의 추진기(F)를 이용, 정확하게 방향을 조정하고 벽면을 확인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뎁스엑스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직 추진기 2개, 수평 추진기 4개 등 총 6개의 추진기를 장착하고 있다.
부력 컴퓨터(G)에서는 정확하게 물을 주입하고 빼낼 수 있도록 밸브, 펌프, 가압기체 세트를 통제한다.
이를 통해 어떤 깊이에서든 중립의 부력을 유지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추진기의 동력 낭비를 막는다.
30대의 전기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지닌 리튬이온 배터리로 만든 배터리 타워(H)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2대를 장착했다.
◆샘플링 장비: 로봇의 탐사체(I)는 후에 실험실에서 분석할 가로 1cm, 세로 3cm의 코어를 채취한다.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에는 물을 담아 갈수 있도록 접이식 플라스틱 박스 5개와 채취한 물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도 탑재돼 있다.
빌 스톤은 주변이 어둡고 축축할 때, 특히 지하 4,000피트(약 1,219m) 아래의 동굴 속에 있을 때 우주를 꿈꾼다. 생명체는 물론 색상이라고는 전혀 없는 바위투성이의 세계에 들어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얼음으로 뒤덮인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를 바라보고, 화성의 바위평원 건너에 있는 올림푸스 몬스의 광활한 붉은 돔을 그려본다. 올림푸스 몬스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다.
스톤은 이어 어둡고 깊은 달의 크레이터 중앙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가장자리 꼭대기로 올라오는 스스로의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스톤은 우주 비행사가 아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 탐험가다. 스톤은 해면 밑 가장 척박한 지역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국립지리학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 등 유명단체에서 후원하는 대규모 국제 동굴 탐험팀을 이끌고 50회 이상이나 동굴탐사를 다녀온 전문 동굴 탐험가다.
지하세계에서 몇 주씩 머물면서 그와 팀원들은 인간으로서는 가장 깊숙한 땅 속까지 탐험해본, 소위 동굴 탐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톤은 스스로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했다. 스톤에게 있어 동굴은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고 개척할 방법에 더 관심이 많다.
또한 어떻게 민간기금을 모아 달에 민간 기지를 세울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것이야 말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스톤의 이 같은 생각은 집착, 망상, 또는 환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실제 스톤은 엔지니어이자 국제택배가 왔을 때도 직접 서명을 하고 택배를 받을 정도로 작은 회사인 ‘스톤 에어로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주산업 주변에서 맴돌기를 30년. 그는 이제 동굴이야 말로 지구상에서 최적의 우주탐사 훈련 장소라는 사실을 증명해 낸 것 이상으로 자신의 꿈에 가까이 가 있다.
현재 스톤은 나사(NASA)에서 5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공지능 무인잠수정(AUV:Autonomous Underwater Vehicle)인 뎁스엑스(Depth X)를 시험 중이다.
발명가에 걸맞게 뎁스엑스도 장애물이 많은 척박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뛰어난 항해 실력을 자랑한다.
뎁스엑스는 54개의 초음파 센서를 장착한 일종의 로봇으로 사람이 원격 조정하거나 특정 항로를 미리 프로그램 해 놓지 않아도 스스로 항해할 수 있다.
모양은 초대형 안구(눈)처럼 생겼다. 이 로봇은 주변 환경을 3D 디지털 지도로 제작할 수 있다.
뎁스엑스는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멕시코의 자커톤 석회암 우물에서 첫 번째 현장실습을 시행할 계획이다.
스톤이 우주로 나갈 기회를 잡으려면 우주에 관심이 많은 부자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번 현장실습을 완벽하게 이뤄내야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스톤은 우주에 가고자 하는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안구 모형의 초대형 오렌지 로봇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약 5억7,500만 마일(9억2,537만2,800km) 떨어진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보안당국 검사시설. 야외 스튜디오에 만들어진 대형 수조탱크 안에 오렌지처럼 생긴 둥근 로봇이 둥둥 떠 있다.
그리고 탱크 옆에는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테이너 트레일러가 세워져 있다. 트레일러 안에서 “시간 다 됐어”라는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지름 2m의 오렌지 로봇이 탱크 안을 선회한 후 잠수한다. 마치 숨을 내쉬기 위해 고래가 공기를 방출한 다음 바닷물로 들어가는 것처럼.
트레일러에서는 뎁스엑스팀의 연구원들이 한창 일을 하고 있다. 스톤 에어로스페이스의 연구실 매니저이자 무선탐사선, 생명유지 장치, 레이저, 초음파 이미지 장치의 전문가인 존 커. 그리고 카네기 멜론 대학의 로봇 전문가인 조지 칸터와 도미닉 조낙, 콜로라도 대학의 생물학자인 존 스피어도 보인다.
그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만약 테스트가 잘못된다면 뎁스엑스는 물론 수백만 달러의 테스트 장비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반면 잘만 진행된다면 인공지능 무인로봇공학 분야에서 또 하나의 성과를 올리게 된다.
현재 화성 표면을 탐사하는 반 인공지능 무인우주선인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를 생각하면 스톤이 시도하려는 대담한 계획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들 탐사선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이미지를 수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로봇이 주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조종사가 이를 보고 전진 명령을 내리는 원격조정 로봇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뎁스엑스는 완전 인공지능 무인로봇을 표방하기 때문에 낯선 장소에서도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트레일러 안에서는 칸터가 로봇의 작업을 모니터하는 컴퓨터를 유심히 바라보고, 밖에서는 커가 직접 뎁스엑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들은 로봇의 항해 시스템을 테스트 중인데, 로봇은 약 10피트(약 3m) 깊이의 정사각형 외각 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방향은 정확해 보였지만 움직임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결국 칸터는 코드의 라인을 슬쩍 보더니 “사각형 코너를 지나쳤다”고 외친다.
뎁스엑스는 대형 안구(눈)의 형태를 띠고 있다. 54개의 초음파 센서를 장착한 뎁스엑스는 매분 발사되는 수천 개의 초음파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주변 환경의 사진을 찍는다.
뎁스엑스는 주변 환경을 3D 디지털 지도로 제작할 뿐 아니라 관성안내 장치, 가속도계, 깊이 측정기 및 여러 센서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다. 이들 기능은 위치 인식 및 지도 제작을 동시에 하는 일명 슬램(SLAM)으로 불린다.
칸터는 뎁스엑스를 세계 최초의 완전 3D 슬램 잠수정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뎁스엑스는 해저뿐 아니라 모든 분야를 통틀어 세계 최초의 완전 3D 슬램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파(DARPA) 그랜드 챌린지의 무인 탐사체는 비교적 시야가 좁고 앞만 볼 수 있다. 옆이나 뒤, 위, 아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굴탐사 로봇인 뎁스엑스는 어느 방향에서건 장애물과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전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뎁스엑스의 전신은 역시 스톤이 발명한 ‘와쿨라 스프링즈 맵퍼(Wakulla Springs Mapper)’로 어뢰 모양의 추진기 끝에 장착해 스쿠버 드라이버가 직접 조정한다.
1990년대 후반 스톤은 이 장치를 이용해 플로리다에 있는 수천 피트 깊이의 와쿨라 스프링즈 내부 지도를 작성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3D 디지털 지도 제작에 성공했다.
뎁스엑스는 자커톤에서 1,000피트(약 305m) 혹은 그 이상 잠수,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장치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
나사(NASA)에서 스톤의 작업을 감독하기 위해 파견한 천체생물학자 존 럼멜은 “이론과 실제는 동일해야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스톤은 뎁스엑스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는 동굴에서의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스톤은 언제나 우주로 나가기를 꿈꿔왔다. 자라면서 존 글렌의 1962년 첫 지구궤도 비행에 마음이 사로잡혀 우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구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우주에 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사항들을 배워가며 이력서를 채워 나갔다.
생업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자동제어 전문가지만 남는 시간에는 생명유지, 로켓추진, 우주선 설계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스톤의 기술력과 우주에 대한 열정이 알려지면서 1982년 기존 우주정거장 계획을 검토하는 국회의 위원회에 선발되고 이후에는 5년 계획으로 자체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려는 연방위원회에도 선출됐다.
유로파, 유로파
1979년 보이저 1호가 목성을 탐사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고 있고,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비록 유로파는 표면 온도가 영하 160도로 매우 낮고, 6마일(약 9.7km)에 가까운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많은 천체생물학자들은 지구의 모든 바닷물을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의 물이 그 아래 흐르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스톤은 뎁스엑스를 이용해 유로파를 탐사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사(NASA)의 공식적인 유로파 탐사 계획은 없지만 소속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사용한 3단계 임무를 대략적으로 구상해 놓고 있는 상태다.
우선 우주선이 유로파의 지표면에 착륙한다. 그런 다음 소형 열 생성 원자로를 부착하고 있는 추같이 생긴 로봇을 방출해 수 km의 얼음을 녹인다.
이 로봇이 얼음을 뚫고 그 아래에 흐르고 있는 바다에 도착하면 뎁스엑스와 유사한 유형의 로봇을 내보낸다.
그리고 스톤이 설명했듯이 이 지점부터는 인류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것이다.
추 모양의 로봇을 주 기지로 삼고, 뎁스엑스는 한 번에 수백 피트씩 조심스럽게 돌아올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이 과정에서 뎁스엑스는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고, 시각 및 화학적 감시 시스템을 사용해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주 기지에 돌아와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한다.
뎁스엑스의 성공은 스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의 발명은 1억 달러라는 민간기금 모금에 큰 견인차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자금을 이용해 달의 남극에서 물을 채취할 또 하나의 로봇을 제작할 계획이다. 만약 달에서 얼음의 흔적이 확인되면 스톤은 직접 달에 가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얼음은 스톤이 쉐클턴이라고 부르는 분화구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다.
동굴의 깊은 지하에서 별로
달 남극의 정 중앙에 위치한 깊이 1마일(1.6km), 지름 12마일(19.3km)의 쉐클턴 분화구는 일 년 내내 어둠에 묻혀 있어 천체생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음 혜성이 거의 정규적으로 달과 충돌하고 있고, 쉐클턴에는 해가 들지 않기 때문에 분화구 아래 깊숙한 곳에는 상당량의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은 상당한 효력을 지닌 말이다.
1990년대 수행된 궤도 탐사에서 수집한 정보도 이 같은 얼음 존재 설에 무게를 더해준다. 하지만 코넬 대학의 도날드 캠벨 박사팀의 최근 연구 등과 같이 지구에서 수행한 레이더 조사 결과는 이러한 가설을 반박하고 있다.
비록 나사(NASA)와 유럽우주국 모두 내년 궤도 탐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스톤은 직접 달 표면에 착륙해 조사할 예정이기 때문에 얼음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그 정확한 지점은 어디인지에 대해 보다 결정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톤은 우주에서 물은 금과 같다고 말한다. 얼어붙은 물(H2O), 즉 얼음을 통해 마실 수 있는 물,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추출해 내거나 액체 상태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해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얼음의 활용도는 달 지지자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이지만 스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달의 얼음이라고 달에서만 사용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왜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저궤도 기지로 이송해와 지구에 판매하지 못하는가 하고 되묻는다.
현재 우주여행의 가장 큰 장애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데 막대한 비용의 연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톤은 달에 대규모 연료회사를 설립하면 우주여행 비용을 75%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우주여행 비용이 저렴해지면 더욱 많은 정부 과학자와 기업가들이 우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톤은 달 기지를 설립하면 향후 수년 내에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고 과학적 지식을 추구하는 행성 간 여행은 그에게 엄청난 금맥이다.
지난 2004년 그는 나사(NASA) 관계자와 대통령 직속 우주자문기구 위원들을 만나 쉐클톤 분화구 탐사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민간 투자자들이 남아 있는 만큼 아직 절망하기는 이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스톤은 어떤 면에서 자신이 21세기 우주 원정대를 이끌 만한 재목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는 자신이 진정한 탐험가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에 가 보았고, 그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땅을 디뎌 봤다는 것. 그는 “현재 이런 경험을 가진 우주 비행사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아폴로 11호의 탑승자이자 스톤과도 안면이 있는 우주 비행사 버즈 알드린 역시 동굴 탐사에 대해 듣기 전까지는 달 표면 만큼 혹독한 곳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난 수년 동안 스톤의 친구 중 16명이 동굴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들 중 4명은 스톤과 함께한 탐사에서 숨졌다.)
동굴을 탐사하기 위해 스톤은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모으고, 100명 혹은 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을 이끈다.
그리고 한번 떠날 때마다 몇 주씩 혹독한 훈련을 한다. 특히 낯선 장소에서, 때로는 우주처럼 공기조차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복잡한 장치들을 만들어 낸다.
수많은 지하 통로들은 물에 완전히 잠겨 있다. 스톤을 이를 감안, 다이버의 날숨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쇄회로 스쿠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24시간 또는 그 이상 동안 물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특허까지 받은 이 생명유지 장치는 당장에라도 우주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습기조차 없이 완전히 건조한 동굴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변을 식수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장치도 현재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장비들은 달 분화구 탐사 초기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동굴에서는 달 기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외부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헤드라이트를 떨어뜨리거나 공기 호스가 절단되면 여분으로 준비해간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스톤은 나사(NASA)에서 사용한 한대 대신 3대의 달 착륙선을 준비해 갈 것이다. 이러한 ‘여분의 원칙’은 쉐클턴 분화구 탐사 전반에 걸쳐 적용된다.
물론 동굴 탐험 자체로 스톤이 우주에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은 아니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러시아의 추진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부피를 줄이기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공기역학 브레이크와 팽창식 거주지를 사용하는 등 수십 년 동안 우주산업 주위를 맴돌면서 생각해 놓은 아이디어도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탐사팀과 함께할 계획이다. 동굴 탐험가로서 스톤의 면모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에 잘 드러나 있다.
스톤은 “12~18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달에 간다면 그 중 누군가는 임무 중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하지만 이들을 개척지에 묻고 우리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사(NASA)의 인류우주탐사과학팀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웬델 멘델은 지난 2004년 스톤을 만난 자리에서 너무 위험 부담이 큰 만화 같은 계획을 만들었다고 넌지시 얘기했다.
멘델은 “우리는 우주로 나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을 탐사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말로 확실한 장비가 아니면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주탐사에 있어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 증명되지 않은 첨단기기로 시도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나사(NASA)의 행성과학자이자 뎁스엑스팀의 일원인 크리스토퍼 맥케이는 좀더 긍정적인 반응이다. 그는 쉐클톤 탐사의 기본 아이디어는 확실하다고 말한다.
사실 그와 유사한 계획들이 이미 나사(NASA) 내부에서 테스트를 받았으며, 차츰 나사(NASA)의 우주탐사 임무에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나사(NASA)는 빠르면 2024년 달에 영구적 거주 기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맥케이는 “나사(NASA)와 달리 빌 스톤은 모든 일을 한꺼번에 계획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서 “위험도 크지만 열매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 워싱턴에 가다
지난해 11월 스톤은 워싱턴에 갔다. 그는 뎁스엑스의 최신 버전을 나사(NASA)에 전달하고 미 해군연구소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미 하늘과 땅에서 무인 인공지능 로봇으로 큰 성공을 맛보았던 군은 인공지능 무인잠시정인 뎁스엑스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톤은 최근 발표된 우주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이 인류의 태양계 진출 확대를 약속하는 2004 우주탐사 비전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인류탐사 옹호론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낙관론이 퍼졌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자 낙관론은 곧 실망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세계 최초로 고도 100km의 준 궤도 우주비행에 성공한 스페이스쉽 원을 제작한 버트 루탄도 2020년 달에 착륙할 아레스와 오리온 우주 여객기에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
루탄은 만약 나사(NASA)가 이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면 네일과 버즈보다 51년은 늦게 달에 도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셔틀에서 가져온 철제 로켓 모터와 새턴호에서 떼어 온 엔진 등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면서 “누가 이런 기술에 관심을 갖겠느냐”고 반문했다.
스톤이 생각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사(NASA)가 몇 번의 실패 때문에 제도적으로 두려움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나사(NASA)는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고 실패하지도 않을 가장 보수적인 해결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비난 받지 않겠지만 예산도 대폭 삭감될 것이라는 얘기다.
비단 스톤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루탄 등 이 분야의 선두 주자들은 인류가 화성 또는 그 보다 먼 우주로 나가려면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나사(NASA)가 계획한 20년보다 더 빨리 우주를 개척하려면 스톤과 같이 혁신적이면서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개척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 3월 스톤은 캘리포니아의 몬테레이에서 열리는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컨퍼런스에 참가해 쉐클톤 탐사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리 보는 천공’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제인 구달이나 세르게이 브린과 같이 이 시대 가장 성공한 명사들의 강의가 준비돼 있다.
스톤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100인이 여기에 참석할 거라면서 자신의 발표를 듣고 얼음을 찾아 떠나는 탐사 계획에 이들의 지갑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그 가능성은 파워 볼에서 최고 상금을 받을 확률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별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워싱턴 하늘 아래서 스톤은 “역사를 바꾸는 것은 소수의 부자들”이라며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토해냈다.
지난해 11월 초 텍사스 오스틴에서 뎁스엑스(Depth X)의 항해 능력 실험이 이루어졌다. 나사(NASA)의 과학자들은 스톤을 이 시대의 가장 우수한 탐험가 중 한명 이라고 평가했다.
MISSION TO EUROPA
뎁스엑스와 같은 로봇을 사용해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를 탐사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 아래 물이 흐르고 있다고 믿어 왔다.
이런 이유로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탐사체를 장착한 뎁스엑스와 같은 로봇은 총알 모양의 열을 생성하는 캡슐을
이용해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을 녹이고 그 아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이들 로봇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1. 생명체를 향해 전진
뎁스엑스는 온도, 산도(酸度), 경사도 등을 측정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새로운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제작하고, 이미 탐사한 지역을 계속 추적한다. 그리고 다시 캡슐로 돌아와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한다.
2. 색상으로 증거 수집
열수 분출공과 같은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뎁스엑스는 사진을 찍고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미생물의 징후를 나타내는 색상과 형체의 패턴을 식별한다.
스톤은 만약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노랑색, 오렌지색, 녹색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3. 외계 생명체 확인
마지막으로 현미경을 통해 분석할 물 샘플을 채취한다. 스톤은 머신 비전 시스템이 생물체가 있는지 찾아낼 것이라고 한다. 채취된 샘플은 빛에 비췄을 때 생물 DNA가 형광 빛을 발하도록 염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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