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터는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나 의학을 전공한 뒤 언론계에 뛰어들어 30년 동안 슈피겔지(紙)의 저술가 겸 리포터로 활동했죠. 한마디로 의학, 광의적으로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셈입니다.
이 책에는 단두대(기요틴)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마지막 왕인 루이 16세와 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기본이고,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두 명의 풍운아도 소개됩니다.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와 조지 자크 당통이 그들인데, 로베스피에르는 당통을 기요틴으로 보낸 이후 자신도 ‘칼이 떨어지는 기계’의 희생자가 됩니다.
하나만 더 사례를 들죠. 파리대학 해부학 교수인 이그네스 기요탱 말입니다. 그는 혁명 당시 국민의회 의원으로 기요틴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목을 내려치는 이 기계의 이름 역시 기요틴이 됐는데, 그도 기요틴에서 최후를 맞습니다.
사족(蛇足)이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요틴을 발명한 사람은 기요탱이 아니고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독일의 피아노 제조공 토비아스 슈미트입니다.
제가 이처럼 기요틴에 대해 길게 얘기하고 있는 것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요탱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기요틴의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기요틴을 사용하면 계급의 차이와 범죄의 종류에 관계없이 사형집행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대목은 눈여겨 볼만합니다. 이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술에 취한) 사형집행관의 비(非)전문성으로 인해 죽음을 맞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칼을 맞아야 하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정치가 장 프랑소아 듀코는 사형집행을 앞두고 기요틴의 칼날이 면도날보다 더 날카롭기를 바란다는 말까지 합니다.
기요틴은 늘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겨질 뿐 그것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의미는 간과되기 일쑤입니다.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의 부재(不在)인 것이죠.
파퓰러사이언스 2월호와 3월호에는 같은 제품을 두고 쓴 정반대의 기사가 있습니다. 바로 모다피닐과 아모다피닐이라는 신종 각성제가 그 것입니다.
‘수면이 박탈되는 사회’라는 주제로 기사를 쓴 로라 알렌은 이 각성제들의 위험성을 경고했죠. 반면 토마스 하이든은 이 각성제들이 커피보다 수요가 많은 액상 에너지 보충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의 전형 같습니다.
파퓰러사이언스 2월호는 편집장으로 부임해 엮은 첫 작품입니다. 지인들의 평가는 여러 가지였지만 ‘어렵다’는 반응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재차 물어보면 ‘과학’이라는 타이틀에 질리거나 지레 겁을 먹어 찬찬히 읽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어느 페이지에 그물을 던져도 싱싱한 고기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 만큼 놀랍고 흥미로운 기사가 가득합니다.
과학기술 전공자는 전공자대로, 일반 독자들은 독자들대로 과학기술적 읽을거리에 대한 만선(滿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독자 여러분이 얄팍한 지갑을 열만하고 황금같은 시간을 흔쾌히 쪼개 이 책을 볼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정구영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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