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가 섭취한 영양상태가 후손들의 머리색에 변화를 주거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3일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오클랜드 아동병원 의학연구소의 종양학자 데이비드 마틴이 이끄는 연구팀은 먹는 음식만으로 후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쥐를 통해 연구했다.
비만 및 당뇨병, 그리고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와 옅은 색의 털을 만드는 유전자를 가진 어미 쥐에게 B12와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먹이, 예를 들면 잎사귀 많은 식물을 공급했다.
비타민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한 어미 실험쥐는 짙은 색의 털을 가진 새끼를 낳았으며, 이 새끼들은 또한 당뇨나 비만, 암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저항력이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먹이의 공급이 중단된 후에도 새끼 쥐들은 여전히 건강을 유지했으며, 털의 짙은 색상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런 세대 수명 현상(generation spanning phe nomenon)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스웨덴 과학자들이 수백 년 된 기록들을 조사한 결과 한사람이 사춘기 무렵 먹는 음식은 후대 손자로 하여금 당뇨병에 대한 취약성을 갖게끔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리고 303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지나치게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 사람들의 손자들은 당뇨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철저한 규명이 이루어진 연구조사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의 유전자가 의외로 외부 요인들에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억지로 시금치를 꾸역꾸역 먹거나 10대 자녀들에게 다이어트 식단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어떤 특정 음식이나 식단이 인간의 유전자 발현에 끼치는 영향이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라는 게 과학자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음식과 인간 건강이 전반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면서 “외적 요인이 오랜 기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신 여성이 체험한 환경 노출의 영향은 100년 후에도 여전히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