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치약으로 이를 닦은 후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맛이 너무 이상하다.
그래서 차라리 컵 받침을 핥는 게 낫겠다 싶은 기분이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치약이 모든 음식의 맛을 망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오렌지 주스의 맛만 변하는 것일까.
오렌지 주스 맛을 변화시키는 주범은 대부분의 치약에 사용되는 포말성 세제인 ‘라우릴황산나트륨(sodium lauryl sulfate)’이다.
각 미각 세포들의 외부 막에는 미각 수용체들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치약에 사용되는 이 포말성 세제는 미각 세포의 외부 막을 일시적으로 붕괴시켜 수용체의 일부를 분열시킨다고 플로리다 치과대의 린다 바토슈크 교수는 설명한다.
바토슈크 교수와 함께 10년 전부터 오렌지 주스와 치약간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 중인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의 생리학자 존 드시몽은 “오렌지 주스에서는 단맛과 신맛, 그리고 약간의 쓴맛 등 3가지 맛이 난다”면서 “하지만 라우릴황산나트륨이 단맛을 느끼는 미각 수용체를 분열시켜 오렌지 주스의 과당 성분 맛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치약은 신맛과 쓴맛을 느끼는 ‘미뢰’는 손상시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구연산은 약간의 신맛을 유도해 낸다. 하지만 과당 맛을 느끼지 못하면 신맛이 강화돼 구연산의 강력한 신맛이 훨씬 더 두드러지게 된다.
현재까지 세포 차원에서 정확히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드시몽은 “그저 이를 닦기 전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게 낫다"고 말한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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