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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 투자된 첨단 원자력기술 사장 위기

한수원 ‘경제성 낮아’, 과기부 ‘상용화는 업체 몫’ 책임 떠 넘겨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14년간 약 500억원의 정부 자금이 투입돼 개발된 첨단 핵연료 재활용 기술이 정부출자기관의 경제성 논리와 과학기술부의 책임 회피로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문제의 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소(KAERI)가 개발에 성공한 ‘사용후 핵연료’ 가공기술 ‘듀픽’(DUPIC; Direct Use of spent PWR fuel In CANDU reactors).

경수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가공, 중수로의 핵연료로 재사용하는 기술로서 기초연구 기간을 제외한 10여년 동안에만 국민의 혈세가 무려 500억원 이상(인건비 포함) 투입됐다.

듀픽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KAERI 건식공정핵연료기술개발부 송기찬 박사는 “듀픽을 통해 중수로 1기당 연간 2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며 “현재 고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돼 저장고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으로도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이 듀픽이 흔적도 없이 공중분해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내의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운영중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뿐인데 경제성을 이유로 기술 도입을 꺼리고 있다.



한수원의 입장은 파운드 당 30달러 수준인 천연우라늄의 수급에 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고준위 핵물질 상태인 듀픽 연료봉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듀픽 사용을 위해서는 시설투자에 약 8,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도 한수원이 망설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자금을 지원한 과학기술부 조차 “연구개발은 지원했지만 상용화는 기업체가 담당할 몫”이라는 논리를 펴며 국내 활용이 어려울 경우 해외수출을 추진하라는 식의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박사는 “경제성은 천연우라늄과 듀픽 핵연료의 단순 가격 비교에 더해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의 저장능력이 오는 2016년경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사실까지 따져봐야 한다”며 “현 세대가 남긴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해 후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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