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가속력이 슈퍼카인 람보르기니 갈라르도 보다 강력하며, 6,831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해 1회 충전으로 무려 402km의 주행능력을 발휘한다.
속도감과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슈퍼카 개발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
테슬라사는 환경을 사랑하는 스피드 마니아를 타깃으로 올해 100대의 로드스터를 한정 생산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별도의 상용 제조라인 건설을 통해 공급 능력을 2,000대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 놀라운 전기 스포츠카의 가격은 대당 10만 달러(9,300만원)다.
지난 1999년 스탠포드 공과대학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JB 스트라우벨(31)은 여유가 생기면 매번 학생용 정비 창고에 들렀다. 여기서 그는 자정을 넘겨 새벽이 올 때까지 자신의 84년형 포르쉐 944 부품을 개조하곤 했다.
당시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상에 하나뿐인 ‘JB표’ 전원 제어장치와 충전기를 개발해 냈다. 이후 두 개의 전기모터를 구입, 집에서 직접 만든 커플러(coupler) 및 벨트시스템과 조합했으며 자동차를 완전히 분해, 380kg짜리 납산(lead-acid) 축전지를 장착했다.
그는 이렇게 휘발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기 위해 장장 1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00년 초. 스트라우벨은 전기자동차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기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로 승화시켰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연구에 매진했다.
개인적으로 그는 240마력, 180kW급 동력만 제공할 수 있다면 전기자동차의 드래그 레이스(400m 직선코스에서 벌어지는 가속 경주) 세계 최고 기록도 충분히 경신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한 가지 문제는 배터리를 완충하고도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가 고작 32km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32km를 달리면 다시 전기코드를 꼽고 재충전해야만 작동이 가능한 것.
집밖에 나서면 매번 견인차에 이끌려 되돌아 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아무리 빠른 속도를 내고 유해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100% 전기자동차를 만들어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그를 사로잡았다.
결국 정답은 하나였다. 빠르고 오래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개발이다.
이에 스트라우벨은 호기심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공학도의 모습을 표출했다. 500달러에 폭스바겐 비틀을 구입, 전기톱으로 두 동강을 낸 뒤 엔진과 구동바퀴가 있는 뒷부분을 트레일러 연결고리를 이용해 자신의 포르쉐 후방에 붙인 것이다.
그는 폭스바겐의 스로틀과 점화장치를 포르쉐 운전석으로 원격 연결함으로서 포르쉐에 앉아 폭스바겐이 미는 힘으로 운전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 우스꽝스러운 혼혈 자동차는 무려 1,287km를 달릴 수 있었다.
여행 중의 어려움은 앞뒤의 차량이 기역(ㄱ)자 형태로 접히는 ‘잭 나이핑’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 보다는 포르쉐에서 운전하며 클러치와 기어변속은 폭스바겐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서 발생했다.
스트라우벨은 “폭스바겐의 기어를 3단이나 4단에 고정시켜 놓고 포르쉐의 동력으로 출발을 했다”며 “3~4단에 맞는 속도를 낼 때까지 폭스바겐에서 나는 온갖 끔찍한 소리를 참아내야만 폭스바겐의 시동을 걸고 포르쉐를 밀게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쨌든 그의 포르쉐는 진화를 거듭하며 지난 2000년 캘리포니아 세크라멘토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드래그 레이싱 대회에서 시속 127.4km의 속도를 내며 17.278초 만에 결승점을 통과, 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이 기록은 현재의 스트라우벨에게는 장난같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가 테슬라 모터스에 입사한 후 만든 최신형 100% 전기자동차 ‘로드스터’(Roadster)는 속도 면에선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510마력의 ‘람보르기니 갈라르도’ 보다도 가속력이 좋다. 드래그 레이스에서라면 10번 붙어 10번 모두 승리할 자신이 있다.
사실상 속도 보다 더 중요한 로드스터의 강점은 주행거리다. 배터리 1회 충전으로 402km를 달릴 수 있다. 과거 전기자동차의 평균 주행거리(32km)와 비교해 12배 이상 확장된 것.
이처럼 자동차의 성능이 우수해진 이유는 예전의 납산 배터리를 버리고 노트북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새로운 전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로드스터를 통해 스트라우벨은 가솔린 자동차 만큼 좋은 전기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파워, 주행거리, 속도 모두에서 뒤쳐지지 않는 전기자동차 말이다.
그러나 과연 로드스터가 도로 곳곳을 장악하며 명실공이 전기자동차의 전성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테슬러가 지금까지 수많은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컨셉트 카의 하나로 기억될지 지금으로서는 섣불리 추측하기 어렵다.
로드스터의 탄생 과정
로드스터의 탄생은 생뚱맞은 트레일러를 매달은 포르쉐와 모터 자전거로부터 시작됐다.
스트라우벨은 1984년형 포르쉐 944를 386kg의 12볼트짜리 배터리 20개로 구동되는 두 개의 직류(DC)모터를 장착해 전기자동차로 변신시켰다.
이 차의 최대 주행거리는 약 32.2km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는 폭스바겐 비틀을 반으로 잘라 포르쉐를 뒤에서 미는 형태로 경주에 참가했다. 포르쉐는 그 자체로 8.7초 내에 시속 60마일(약 96.6km)로 가속할 수 있었으며, 최고 시속은 약 167.4km였다.
1998년 스트라우벨은 16~40km의 주행거리와 51.5km의 최고 속력을 지닌 전기모터 자전거도 만들었다. 두 개의 납산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된 27kg의 이 자전거는 페달을 돌리는 수동식과 모터의 힘으로 전진하는 자동식으로 탈 수 있다.
도로주행 테스트
로드스터의 시동을 거는 일은 새로 산 옷을 입고 외출하는 것만큼 익사이팅하다.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어 시동이 켜졌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8,000 RPM까지 가속 가능한 208kgm의 회전력(torque)으로 운전자를 등받이로 힘차게 밀어 붙인다.
하지만 배기구에서는 아무런 연기도 나오지 않아 마치 물리학의 법칙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 특히 로드스터는 엘리제 스포츠카의 서스펜션을 장착, 섬세한 핸들링까지 제공한다.
분명 전기자동차지만 기존의 스포츠카와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로드스터의 진정한 가치를 말해준다.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3시간 30분이 걸린다는 것만이 로드스터가 자신의 주인에게 주는 유일한 불편함이다.
테슬라 모터스의 태동
스트라우벨은 캘리포니아 주 산 카를로에 위치한 테슬라 모터스에 최초로 고용된 직원 중 한 명이다.
현재 직함은 바가지 머리의 외모를 가진 31세의 젊은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술이사(CTO). 그는 입사 이후 지금껏 실용적이면서도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 모터스는 지난 2003년 전직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인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이 설립한 자동차회사. 두 사장은 2000년경 자신들이 개발한 혁신적 전자책 단말기인 ‘e-북 리더’ 기술을 매각한 이후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린 멋진 디자인의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던 차에 스트라우벨의 능력과 아이디어에 주목, 적극적인 러브콜을 통해 그를 영입했다.
테슬라는 설립 직후 휴대용 전자기기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가볍고 효율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 주목했다. 스트라우벨과 두 사장의 생각은 이를 전기자동차의 동력으로 사용하자는데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들의 목표는 운전 자체가 고통스러운 지금까지의 전기자동차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운전대를 놓고 싶지 않은 재미 만점의 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소수의 프로토타입 컨셉트 카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시연한 후 세단 자동차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상용 모델 개발에 돌입했다.
당초 마틴과 마크가 테슬라의 주인이 됐을 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였다. 바로 자신들의 이상을 현실화시킬 유능한 엔지니어와 앞으로 쓰일 막대한 연구비용을 감당해줄 투자자다.
먼저 두 사람은 수많은 벤처캐피탈 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신규 자동차회사들 대부분이 좋지 못한 결과를 맞았던 선례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마지막 기대를 걸고 만난 사람이 바로 실리콘밸리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기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그는 2002년 자신이 공동 창업한 소액결제 전자지불 사이트 페이팔(PayPal)을 이베이(eBay)에게 15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매각한 벤처신화의 주인공. 그는 페이팔 매각 즉시 민간 로켓설계·제작 기업인 스페이스X(SpaceX)사를 설립, 두 번째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대체 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았던 머스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투자를 단행했고, 지금까지 총 6,000만 달러(557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테슬라가 21세기 메이저 자동차 회사 중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회사는 전 세계를 탈바꿈시킬 기회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을 확보한 테슬라는 곧바로 선임 엔지니어의 물색에 돌입했다. 반드시 위대한 엔지니어는 아니더라도 열정을 가진 인물을 발굴해 내야 한다는 점이 그들의 어려움이었다.
마틴은 스트라우벨에 대해 “구글 사이트 검색 중 우연히 이름을 알게 됐지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첫 느낌을 설명했다.
당시 스트라우벨은 비록 완성은 되지 못했지만 스탠포드대학과 함께 자신만의 전기자동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었다. 그것은 바로 1만개의 노트북 배터리를 동시에 충전하여 최대 4,80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하려는 테슬라의 계획과도 정확히 일치했다.
마틴은 “면접을 마친 후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어 스트라우벨을 아는지 물었는데, 스페이스X로 스카우트를 추진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전화를 끊자마자 곧바로 달려가 연봉계약서를 내밀었다”고 웃음 지었다.
로드스터의 구동 방식
로드스터의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LG가 만든 18650s 리튬이온 배터리 6,831개를 좌석 뒤에 있는 1,000파운드(453.6kg)의 배터리 팩에 넣는다.
전력 변환기(power inverter)가 배터리의 직류(DC) 전기를 교류(AC) 전원으로 전환, 180kW급 전기모터의 구동장치를 회전시켜 바퀴를 움직인다.
간단한 방법으로 난감한 문제 해결
우수한 엔지니어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방법으로 난감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 천재적인 엔지니어는 일반인이 ‘내가 왜 저걸 생각하지 못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간단한 해결책을 사용한다.
스트라우벨은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 후 고고도 무인 수소 비행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천재성을 드러냈다.
이 수소비행기는 좁은 우주공간에서 효율적으로 통신을 중계하기 위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바람이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에서 한 곳에 정지하고 있으려면 비행기는 정교하게 자신의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엔진 출력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비행속도를 바꿀 수 있을까? 스트라우벨이 찾아낸 해결책은 고도를 조정하는 것. 속도를 낮추려면 위로 올라가고 높이려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다.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로젠 박사는 이에 대해 “아주 간단하면서도 매우 고상한 방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트라우벨은 어릴 적 레고와 함께 화학실험 세트를 가지고 놀았으며, 열두 살이 되던 해에는 오래전에 고장 난 골프카트를 되살려 자신의 첫 번째 자동차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직접 설치한 중고 태양광 패널로 집에 필요한 전기를 얻어 쓴다.
그렇지만 그는 열성 환경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환경보호주의가 스마트 엔지니어링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의 공통적 기준은 환경의 지속성”이라며 “새로 개발된 기술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만 제대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또한 다양한 대체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현실적 한계를 느꼈으며, 최근에는 로드스터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스트라우벨은 “테슬라가 공짜로 로드스터를 나눠 줄 수는 없다”며 “1억원을 들여 만든 제품을 100만원에 파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기업은 1억원 짜리 물건을 1억5,000만원에 팔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문제는 배터리
로드스터 프로젝트 시행 초기, 스트라우벨은 자기 집 뒷마당에서 테슬라사의 엔지니어들과 수도 없이 미팅을 가졌다.
이웃들에게는 생일파티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로 들렸겠지만 엔지니어들은 그곳에서 로드스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불태우고 터뜨리고 망치로 때리기도 했다. 테슬라의 성공과 실패가 이 배터리의 내구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전기는 값싸고 강력하며 풍부한 자원이지만 실용적인 전기자동차의 설계는 과거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폐업한 전기자동차 업체들의 주요 실패 원인은 바로 지극히 제한적인 주행거리였다.
일례로 GM의 EV1은 출시된 지 5년 만인 2001년 수치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됐다. EV1을 나락으로 떠 밀은 것은 휘발유 자동차 제조업체나 정유회사의 방해공작이 아닌 힘없는 배터리였다.
납산 배터리에 이은 니켈-메탈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EV1의 주행거리를 약 160km로 늘려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자동차로 불리기에는 어려운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90년대 상용화된 초기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궁극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 또한 기존 배터리에 비해 충전량이 2배정도 높아졌을 뿐 스포츠카를 움직이려면 무려 7,000개를 매달아야 할 만큼 출력이 약했다.
더욱이 수천 개의 배터리를 연결하는 것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불이 붙거나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에서 연기가 나면 놀라는 것으로 그치지만 자동차에서 불꽃이 튀면 재난 그 자체다.
이에 따라 스트라우벨은 배터리를 물리적으로 조립하는 최적의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처음 연구팀은 모든 배터리들을 강력 접착제로 붙이는 방법을 시도했지만 출력이 불안정하고 주변 장치에 들러붙어 실패했다.
결국 이들은 한국의 LG가 만든 18650s 리튬이온 배터리 6,831개를 11등분해 칸막이로 분리한 배터리 팩을 고안해냈다.
이후 연구팀은 반년 이상 배터리 팩의 과열 방지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애초에 스트라우벨이 떠올린 것은 공랭식이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가 워낙 열에 민감하고 커다란 배터리 팩 내부에선 공기흐름이 불규칙했기 때문에 배터리의 파열이 계속됐다.
공랭식을 고집하려면 주행거리 축소를 무릅쓰고 배터리 팩의 크기를 줄여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스트라우벨은 수냉식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이후로도 연구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후에야 격자형태의 튜브 안에서 냉각수와 부동액에 의해 냉각이 이루어지는 테슬라만의 독특한 수냉식 냉각시스템이 완성됐다.
이 배터리 팩을 장착한 로드스터는 완충 상태에서 최고의 효율성으로 가동되면 최고 402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식 건전지들이 대게 그렇듯 이 배터리 또한 차량 운행 후 5년이 지나거나 주행거리가 5만 마일(약 8만500km)을 넘어서면 충전 효율이 70%선으로 낮아진다.
약 2,000만원에 달하는 배터리 교체비용을 감안할 때 소비자들이 수긍할 만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닌 셈이다.
시보레가 제조비용 상승을 무릅쓰고 자사의 최신 전기자동차 ‘볼트(Volt)’ 컨셉트카에 소형 가솔린 엔진을 장착,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수시로 재충전해주는 일명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Hybrid powertrain)’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보레의 관계자는 “6,831개의 배터리 팩이 고가의 솔루션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이 정도는 1억원짜리 자동차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그 이상의 차량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배터리에 더 많은 전력을 넣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업 오토퍼시픽사의 부사장이자 GM EV1의 전신인 임펙트(Impact) 프로토타입을 프로그래밍한 짐 홀도 동일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배터리 팩은 자동차에 최적화되지도, 차량의 환경에 맞춰 설계되지도 않은 전형적인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이룩해줄 놀라울 만큼 간단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스트라우벨도 이 같은 비평을 들은바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완벽한 배터리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는 GM도 인정한 사실로서 GM이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할 완벽한 배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달리 스트라우벨은 현존하는 최고의 배터리를 사용키로 결정한 것이다.
테슬라의 로드스터 프로토타입 모델에는 가죽 시트와 고성능 핸들[왼쪽 위]이 장착돼 있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충전상태와 그날 가장 빨리 달렸던 속도가 표시된다.
LED 후미등와 고휘도 헤드램프[오른쪽 위와 왼쪽 아래 좌측]를 비롯한 여타 장치들은 로터스 엘리제와는 스타일이 다르다.전기모터의 회전력(torque)이 충분하다면 2단 기어[왼쪽 아래 우측]만 놓고도 주행할 수 있다. 모터를 반대로 돌리면 되므로 후진 기어는 없다.
섹시한 이미지의 외관도 필수적
로드스터를 운전하면 뛰어난 가속 성능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60마일( 96.6km)까지 가속하는데 4초면 충분하다. 이 정도의 속도는 레이싱 카의 영역이다.
테슬라의 에버하드 사장은 스릴 있는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옆 좌석 동승자에게 라디오를 켜달라고 요청하곤 한다.
라디오에 손을 뻗는 순간 가속페달을 밟으면 그의 등이 좌석으로 끌어당겨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스트라우벨도 “로드스터를 타고 거리에 나서면 각종 튜닝작업으로 출력을 높인 자동차들을 만나게 된다”며 “이들을 따라 잡아 앞서나가는 맛에 푹 빠져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행동은 다소 엽기적(?)일지는 모르지만 이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바로 1만3,500rpm, 250마력에 불과한 전기모터로 아무런 무리 없이 시속 209km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로드스터는 또 일반 전기모터와 마찬가지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8,000 rpm에 도달할 때까지 엄청난 회전력(torque)을 발휘한다.
이는 신호등에 걸렸을 때 하단기어로 변속해야하는 2단계 기어 시스템이 적용돼 있기는 하지만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기어변속 없이 1단 기어로도 충분히 정지 및 가속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포르쉐 등 여타 스포츠카들이 차량의 파워를 100% 발휘하려면 고도의 운전기술이 요구된다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사실이다.
테슬라는 올해 여름경에 영국 헤델사의 로터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첫 번째 로드스터의 제조를 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10만 달러(약 9,300만원)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올해 예정된 약 100대는 이미 사전판매가 완료됐으며, 1,000~2,000대를 생산하는 내년에도 300여대에 대한 선주문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스트라우벨은 이 같은 관심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확신한다. 그는 10년 후에는 도로에서 수백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로드스터를 통해 스피드와 주행거리라는 전기자동차의 두 가지 한계를 일거에 제거해 냈고, 이 과정에서 자동차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섹시한 이미지의 외관이 필수적이라는 교훈도 얻었다. 현재 그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배터리 기술의 혁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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