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뎁스엑스, 유로파 탐사 나선다

계 최초의 완전 인공지능 무인잠수정(AUV) 뎁스엑스(Depth X)가 드디어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탐사에 본격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세계 최고 깊이의 수직 동굴인 멕시코 북동부 엘 사카톤에서 뎁스엑스를 이용, 유로파의 생명체 모의탐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 아래 물이 흐르고 있다고 말해 왔다. 이 같은 이유로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뎁스엑스와 같은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은 총알 모양의 열을 생성하는 캡슐을 이용해 유로파의 두꺼운 얼음을 녹이고 그 아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무인잠수정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은지 스스로 판단한다.

싱크홀(sinkhole), 또는 세노테(cenote)로 불리기도 하는 폭 100m, 깊이 1,000m 이상의 엘 사카톤은 물로 채워져 있다.

NASA는 이 천연우물에 1.5t의 뎁스엑스를 들여보내 각종 표본을 채취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내에 착수하게 될 지도 모르는 실제 유로파 탐사에 앞서 이뤄지는 모의탐사다.

엘 사카톤이 모의탐사 지역으로 선정된 것은 이 수직 동굴에 지금까지 햇빛이나 산소에 노출된 적이 없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직 동굴 탐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체는 동물과 식물, 균류, 미생물, 박테리아가 전부지만 유로파에는 훨씬 다양한 다른 생물체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NASA는 엘 사카톤에 이어 내년 11월에는 얼어붙은 남극 해저에서 유로파처럼 차가운 물 속의 환경을 탐사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뎁스엑스보다 훨씬 작은 로봇을 유로파에 발사할 수 있을 것이며, 탐사선이 유로파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이미 지난 2월호를 통해 뎁스엑스의 유로파 탐사 계획에 대한 기사를 내보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 탐험가이자 뎁스엑스를 만든 빌 스톤(54)과 함께 유로파 탐사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 파퓰러사이언스 2007년 2월호 참조

엘 사카톤에서 유로파까지

지난 1979년 보이저 1호가 목성을 탐사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은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고 있고, 생명체 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비록 유로파는 표면온도가 영하 160℃로 매우 낮고, 6마일(9.7km)에 가까운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많은 천체생물학자들은 지구의 모든 바닷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이 그 아래에 흐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NASA의 구체적인 유로파 탐사계획은 아직 없지만 과학자들은 우주선을 사용한 3단계 임무를 대략적으로 구상해 놓고 있는 상태다.

우선 우주선이 유로파의 지표면에 착륙한다. 그런 다음 소형 열 생성 원자로를 부착하고 있는 총알같이 생긴 로봇을 방출해 수 km의 얼음을 녹인다.

이 로봇이 얼음을 뚫고 그 아래에 흐르고 있는 바다에 도착하면 뎁스엑스와 같은 무인잠수정을 내려 보낸다.

이 지점부터는 인류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다. 총알 모양의 로봇을 주 기지로 삼고, 뎁스엑스는 한 번에 수백 피트씩 조심스럽게 돌아올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이 과정에서 뎁스엑스는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고, 시각 및 화학적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주 기지에 돌아와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한다.

최초의 인공지능 무인잠수정

뎁스엑스는 바로 이 같은 유로파 탐사계획에 맞춰 설계됐다. 실제 빌 스톤이 제작한 뎁스엑스는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으로 사람이 원격조정하거나 특정 항로를 미리 프로그램 해놓지 않아도 스스로 항해할 수 있다. 외관만 놓고 보면 초대형 안구(눈) 형태의 로봇이다.

현재 화성 표면을 탐사하고 있는 반(半) 인공지능의 무인우주선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를 생각하면 뎁스엑스의 기능이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스피리트와 오퍼튜니티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이미지를 수집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로봇이 주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 오퍼레이터가 이를 보고 전진 명령을 내리는 원격조정 로봇이다.

달 남극의 정 중앙에 위치한 깊이 1마일, 지름 12마일의 쉐클턴 분화구 아래 깊숙한 곳에는 상당량의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뎁스엑스는 완전 인공지능 로봇이기 때문에 낯선 장소에서도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뎁스엑스는 54개의 초음파 센서는 물론 관성안내장치, 가속도계, 깊이 측정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확인한다.



또한 도플러 속력 자동기록기를 통해 기체의 속도를 기록한다. 이들 정보가 컴퓨터에 입력되면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은 주변환경을 3D 디지털 지도로 작성하고 어디로 갈지 결정한다.

로봇이 확인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선수와 선미 없이 커다란 눈, 또는 계란 형태로 설계된 무지향성 로봇의 몸체 전 부분에 센서를 설치했다.

그리고 뎁스엑스가 어디로 갈지 목표를 정하면 6개의 추진기를 이용, 정확하게 방향을 조정하고 벽면을 확인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한다.

부력 컴퓨터에서는 정확하게 물을 주입하고 빼낼 수 있도록 밸브, 펌프, 가압기체 세트를 통제한다. 이를 통해 어떤 깊이에서든 중립의 부력을 유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로봇의 탐사체는 나중에 실험실에서 분석할 가로 1cm, 세로 3cm의 코어를 채취한다. 인공지능 무인잠수정에는 물을 담아 갈 수 있도록 접이식 플라스틱 박스 5개와 채취한 물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는 현미경도 탑재돼 있다.

달의 쉐클턴 분화구도 탐사

빌 스톤은 달의 남극에서 물을 채취할 또 하나의 로봇을 제작할 계획이다. 만약 달에서 얼음의 흔적이 확인되면 스톤은 직접 달에 가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얼음은 스톤이 쉐클턴이라고 부르는 분화구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다.

달 남극의 정 중앙에 위치한 깊이 1마일(1.6km), 지름 12마일(19.3km)의 쉐클턴 분화구는 일 년 내내 어둠에 묻혀 있어 천체생물학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얼음 혜성이 거의 정기적으로 달과 충돌하고 있고, 쉐클턴에는 해가 들지 않기 때문에 분화구 아래 깊숙한 곳에는 상당량의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은 상당한 효력을 지닌 말이다.

지난 1990년대 수행된 궤도탐사에서 수집한 정보도 이 같은 얼음 존재설에 무게를 더해준다.

스톤은 우주에서 물은 금과 같다고 말한다. 얼어붙은 물(H2O), 즉 얼음을 통해 마실 수 있는 물은 물론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추출해 낼 수 있다. 특히 액체 상태의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면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얼음의 활용은 달 개발 지지자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지만 스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달의 얼음이라고 해서 달에서만 사용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왜 국제우주정거장과 같은 저궤도 기지로 이송해 와 지구에 판매하지 못하는지 되묻는다.

현재 우주여행의 가장 큰 장애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데 막대한 비용의 연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톤은 달에 대규모 연료회사를 설립하면 우주여행 비용을 75%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우주여행 비용이 저렴해지면 더욱 많은 과학자와 기업가들이 우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톤은 달 기지를 설립하면 앞으로 수년 내에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고 과학적 지식을 추구하는 행성 간 여행은 그에게 엄청난 금맥인 셈이다. 이미 그의 계획은 NASA가 엘 사카톤의 수직 동굴을 탐사하는 순간부터 현실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1. 생명체를 향해 전진

뎁스엑스는 온도, 산도(酸度), 경사도 등을 측정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새로운 주변 환경에 대한 지도를 제작하고, 이미 탐사한 지역을 계속 추적한다. 그리고 다시 캡슐로 돌아와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한다.

2. 색상으로 증거 수집

열수 분출공과 같은 목표 지점에 도착하면 뎁스엑스는 사진을 찍고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미생물의 징후를 나타내는 색상과 형체의 패턴을 식별한다.

스톤은 만약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노랑색, 오렌지색, 녹색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3. 외계 생명체 확인

마지막으로 현미경을 통해 분석할 물 샘플을 채취한다. 스톤은 머신 비전 시스템이
생물체가 있는지 찾아낼 것이라고 한다. 채취된 샘플은 빛에 비췄을 때 생물 DNA가 형광 빛을 발하도록 염색된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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