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어 내비게이션의 무한 진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외장형과 내장형의 차이는?
고급 차량에서 볼 수 있는 내장형 내비게이션은 차량을 주문할 때 옵션으로 신청하는 제품이다. 자동차는 수 만개가 넘는 부품을 결합한 복잡한 기기이기 때문에 전자제품을 하나 추가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장을 위한 공간도 확보해야 하고 장착한 제품이 다른 부품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장형 내비게이션은 외장형 제품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다. 최근 100만원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외장형 제품 중 싼 제품은 20만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그래서 깔끔함을 추구하는 고급차를 중심으로 내장형 내비게이션 시장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소형차에도 내장형 옵션을 선택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 때문에 외장형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외장형 제품은 차량 앞 유리나 대시 보드에 부착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가 날 경우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초보 운전자의 전유물 정도로 여겨졌던 내비게이션이 주 5일제 정착과 더불어 대중화 시대에 접어 들고 있다.
지금까지 보급된 내비게이션은 모두 300만대 수준이며, 올해도 200만대 정도가 추가 보급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 차량의 20~25%가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셈이다.
이전에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주무대였지만 대기업들도 속속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내비게이션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기능 역시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단순 길 안내에서 시작해 영화나 음악 재생을 거쳐 이제는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 심지어는 노래방 기능까지 제공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운전자를 위한 길 안내 도구가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방향 지시에서 실시간 교통정보 안내로
초창기 내비게이션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자지도의 정교함은 물론 PGS 수신칩의 성능도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메모리 용량과 처리속도의 한계로 작은 샛길은 모두 생략됐고, 건물이나 세부주소 정보는 아예 담을 엄두도 못 냈다.
단지 길 안내를 위한 방향 지시에만 국한됐다. 그러니 ‘거친 바다를 항해한다’는 의미의 내비게이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도 휴대폰 내비게이션은 상당수가 방향 지시만으로 길 안내를 해주고 있다. 게다가 초기 내비게이션은 GPS의 수신성능과 데이터 처리속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길을 지나쳐서 안내하거나 복잡한 도로에서 엉뚱한 도로로 안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차량이 강 속에 있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내비게이션의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된 상태다. 샛길까지 보여주는 도로정보의 정교함은 물론 주요 지형지물을 3차원 그래픽으로 표현해 줄 만큼 화려해졌다.
GPS 수신도 10m 이내로 정교해 졌으며, 차량의 이동경로를 분석해 자동으로 차량과 도로를 매칭시켜주기 때문에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지도정보의 오류로 길 안내를 잘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100% 확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최근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 안내로 발전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폰내비게이션과 지상파DMB의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활용한 TPEG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통신망과 방송망을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길 안내를 해주기 때문에 막힌 길을 피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폰내비게이션은 월 정액 방식과 안내 건 당 과금방식으로 제공되며, TPEG는 단말기 구매 가격에 서비스 요금이 포함되거나 월 정액 방식으로 과금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의 핵심은 전자지도
내비게이션의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자지도다. 전자지도의 역할이 8할을 차지한다면 하드웨어의 성능은 2할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면 된다.
전자지도는 단순히 도로와 주소정보만 저장된 것이 아니라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거리가 길어질수록 경우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의 인기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고속주행을 선호하는 운전자가 있으며, 무조건 최단거리만을 좋아하는 운전자도 있다.
반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기피하는 운전자가 있고, 유료도로는 절대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운전자의 습관에 맞춰 각각 경로를 산출할 수 있는 전자지도를 만들어야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팅크웨어의 아이나비맵과 만도맵앤소프트의 맵피가 양강(兩强)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며, ㈜SK와 파인디지털 등도 나름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지도의 우열을 가리는 또 다른 핵심요소는 주기적인 업데이트에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는 1년이면 30%가 변할 정도로 변화가 심한 편이다. 도로 뿐 아니라 새로운 빌딩이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경우도 많고, 일시적인 공사로 인해 도로가 끊기거나 우회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상황을 제 때 반영해주지 않으면 막다른 길을 만나 당황하거나 잘 뚫리는 새 길을 놔두고 여전히 막히는 도로로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적어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지도를 업데이트 해주는 전자지도를 골라야 한다. 다만 업데이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내비게이션은 일종의 PMP
내비게이션은 하드디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라고 볼 수 있다.
동영상이나 MP3 재생 기능은 기본 기능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차량용 오디오 시스템과 경쟁하기에는 내비게이션의 MP3 기능이 크게 밀리기 때문에 음악 감상은 카 오디오를 이용하고 내비게이션으로는 동영상을 감상하는 경우가 많다.
카세트 테이프 데크와 내비게이션을 연결해주는 카 팩을 사용하거나 FM 변조기능이 있는 제품이라면 음악 감상에도 무리가 없다.
최근 출시된 내비게이션들은 DMB 수신이 가능한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은 공짜로 볼 수 있는 지상파 DMB 수신 기능이지만 요즘에는 지상파와 위성 DMB를 모두 볼 수 있는 듀얼 DMB 제품도 출시됐다.
특히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듀얼 DMB 구매자에게는 시청료를 받지 않기로 해 두 방송 모두 공짜로 볼 수 있게 됐다.
내비게이션의 유용한 부가기능에는 차계부도 있다. 차량정비와 부품교환, 주유기록을 저장할 수 있어 효과적인 차량관리가 가능하다.
최근들어 내비게이션은 DMB 방송 시청은 물론, 게임·무선잇터넷·전자수첩·노래방 기능까지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복합기기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메모리 카드를 포맷할 경우 저장정보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포맷을 하기 전에 반드시 데이터를 옮겨 놓아야 한다.
휴대성이 강조된 4인치 이하의 제품 중에는 걸어 다닐 때에도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있다. 일명 ‘뚜벅이’ 모드로 불리는 도보 시 길 안내 기능을 이용하면 등산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PMP 제품 중 내비게이션을 부가기능으로 탑재한 제품들 역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다만 이들 제품은 메모리 카드에 비해 반응속도가 조금 느린 하드디스크를 이용하기 때문에 길 안내를 받을 때 이를 감안해 운전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량용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 차 안에 장시간 방치하면 제품이 고장 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의 부가기능은 운전자를 위한 기능이라기보다는 동승자를 위한 기능이라고 보아야 한다. 운전 중 TV를 시청하면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운전 중 TV 시청은 삼가는 것이 좋다.
휴대폰 업체들도 속속 가세
중소 제조업체들의 독무대였던 내비게이션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기업들도 시장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업체들의 시장 진입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폰내비게이션 서비스 제공을 하는 과정에서 GPS나 지도정보 처리 등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데다 차량용 통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 선점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진출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내비게이션 제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도 지난해부터 내비게이션 제품을 정식 출시하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K그룹 역시 전자지도(㈜SK)와 폰내비게이션(SKT)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계열인 현대오토넷(단말기)과 만도맵앤소프트(전자지도) 역시 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들 휴대폰 업체들은 단순 길 안내 차원이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하거나 단말기 자체를 통해 이동통신망과 연동시킨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길 안내는 물론 위치정보를 활용한 긴급 서비스, 차량관리ㆍ관제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켜 내비게이션을 텔레매틱스 단말기로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
글_최광 서울경제 기자 chk011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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