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들고 있는 막대는 1m 정도의 길이에 끝에는 스파크가 튀는 발톱 모양의 전극을 달고 있다.
파셀라는 그를 제지하기 위해 한 쪽으로 피하면서 막대를 밀쳐내려고 해 본다. 그런데 손을 통해 전기 충격이 가해지면서 힘을 잃은 파셀라는 손가락 끝에서 팔꿈치까지 부르르 떤다.
“자초한 일이잖아요”라고 피어슨이 말한다. 그의 말이 맞다. 파셀라는 이 테네시 발명가의 스턴스틱 뉴로스크램블러 시제품의 실험 대상을 자청하고 나섰는데, 이 신형 비(非) 살상 무기는 상당한 고통을 가해 강도들이 함부로 범행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한다.
피어슨은 이 무기를 6년 전 열 살짜리 아들이 장난감 광선 검을 허공에 휘두르는 걸 보다가 착안해 냈다.
그는 아이들의 검이 쉽고 빠르게 본체 길이보다 세 배까지 길어지는 걸 보고는 실제 전기를 가하면 검을 휘두르는 사람이 상대를 접근하기 어려운 거리로 떼어놓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다른 휴대형 충격기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뉴욕에 사는 무술 사범 알랜 아티엔자는 “실제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과 FBI 요원, 군 특수부대원을 실제 전투와 유사한 상황에서 훈련시킨다.
로스앤젤레스 보안국(LASD)의 기술조사 팀장이자 첨단장비 조달 전문가인 시드 힐은 자신이 아는 경찰관 중에 딸이나 아내에게 호신용 총을 사 준 사람은 없다면서 “대부분의 휴대형 충격기는 가해자와 근접한 거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51세의 건식벽 시공업자인 피어슨은 처음에 발명을 하려던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아들의 장난감을 분해해 축 둘레에 섬유유리 테이프를 감고 전선을 넣은 후 전극도 장착했다. 2주 후 3밀리암페아, 5만 볼트짜리 스턴스틱 뉴로스크램블러가 완성됐다.
버튼을 누르면 막대 전체에 전기가 흘러 이를 쥔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피어슨은 “만질 수 없는 것을 뺏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막대는 고전압, 저전류를 흘려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 상대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이 같은 점에서 스턴스틱 뉴로스크램블러는 현재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테이저 총과 비슷하다. 다만 테이저 총은 상당히 높은 전압을 발생시켜 몸 전체의 근육을 수축, 상대가 쓰러지도록 한다.
힐은 “경찰은 상대가 하던 동작을 그냥 멈추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면서 “테이저 총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려는 경찰에게 스턴스틱 뉴로스크램블러는 아주 유용하다”고 말한다.
힐은 피어슨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보안국에서 이 제품을 채택할 수 있도록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하길 바라고 있다. 이 실험은 올 하반기 뉴저지에 있는 미 육군 표적행동반응연구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파셀라가 얼얼해진 팔을 흔들며 감각을 되찾으려 하고 있는 동안 다시 실험대상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참을 만 했어요”라고 거짓말을 하자 피어슨이 이렇게 말한다. “다음번에는 새 배터리를 넣을 겁니다.”
발명가: 프레드 피어슨
제품명: 스턴스틱 뉴로스크램블러
개발비: 5만 달러
개발기간: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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