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쟁을 하면 유가가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돈을 거는 예측은 허용되지 않지만 실제 돈을 거는 시장이 더 정확한 전망을 가능케 한다.
나사(NASA)에서 발표하는 것을 모두 믿어야 할까? 이 기관에서 특정한 시점까지 실현될 것이라고 하는 것들은 과연 그날까지 실제로 실현되리라고 믿어야 할까?
NASA의 과거 기록을 보면 별로 미덥지 못하다. 우주왕복선 발사는 거의 매번 2주 정도씩 연기되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은 우주왕복선에 좌우되는데, 5년간 우주왕복선을 37회만 운행하면 완공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이미 10년이 지났고, 규모가 대폭 축소된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면 아직 16회 더 운행을 해야 한다.
NASA에서는 2010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을 완공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이 즈음에 우주왕복선의 수명이 다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 일정은 지켜져야 한다) 이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다고 NASA 사람인들 확신이 있을까? 1,000억 달러짜리 다국적 궤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일 자체가 복잡한 사업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주왕복선의 수많은 부품들 중 하나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의회에서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할 수도 있고, 때마침 폭풍우가 플로리다 중부를 강타할 수도 있다. 때로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기도 해 프로그램이 수년간 연기되기도 한다.
굳이 NASA 행정관이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책임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한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변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확보 가능한 자료를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자료가 내포하고 있는 내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도 모르는데 어떻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방법은 있다. 시장에 물어보면 된다.
시장은 미래 예측을 가장 잘해
미래 예측 시장은 증권거래소와 같지만 이곳에서 사람들은 주식이 아니라 미래 예측을 상품으로 거래한다.
1988년 아이오와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최초로 설립된 유명한 미래 예측 시장은 그 해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선거 결과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했다.
누구든 이 시장에 참여해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의 득표율이 얼마나 될까?’와 같은 증권(안건)을 사고 팔 수 있다. 부시가 60% 이상의 득표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60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지분을 산다.
이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분을 판다. 시장은 여론을 반영하는데, 이것이 선거가 있기 전 주에 여섯 군데에서 임시 투표를 한 결과보다도 정확했다.
마이클 튜카키스에 대한 부시의 압승 예측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손 치더라도 아이오와 미래 예측 시장은 그 이후에도 매번 대선의 우승자를 정확히 예측했고, 정확도가 당시 갤럽조사보다도 훨씬 높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오라클 같은 단 한 사람의 ‘전문가’나 소수 현자들의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에 의존해 거래 당사자들의 지능을 효율적으로 모아 집단적 지혜로 해결한 덕분이다.
그렇다면 다시 NASA의 이야기로 돌아가 만약 이 기관이 국제우주정거장을 완공할지 알고 싶을 경우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구할 수 있는 모든 지식을 단 하나의 가격으로 정한 다음 거래를 시작해 보아야 한다.
미래예측 거래 매커니즘
다음은 거래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먼저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증권을 발행한다: “NASA는 2010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할 것이다.”
만약 2010년에 NASA가 정말 국제우주정거장을 완공했으면 이 증권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각자 100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완공되지 않으면 이 증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 와중에 누구든 이 증권을 0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의 가격에 사고 팔 수 있게 되면서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다.
만약 NASA가 완공할 확률이 60%라고 생각하면 100달러를 벌기 위해 60달러를 걸 것이다.
따라서 그 증권이 60달러 이하로 판매된다면 살 것이고 자신이 없어지면 팔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형성된 시장에서 75달러로 거래되는 증권은 이 안건이 실현될 가능성이 75%임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장은 곧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는 좋은 수단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가장 잘 예측한다는 점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저스틴 월퍼스는 “우리는 아직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전문가가 시장보다 나았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면서 “경제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면 재미있어 하지만 시장보다 예측력이 뛰어나다면 시장에 내기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정보가 있으면 돈을 벌기가 쉽다. 그리고 그렇게 똑똑하다면 왜 부자가 될 궁리를 하지 않겠는가?
미래 예측은 성장하는 시장
아이오와 시장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혁신가들은 인터넷의 네트워킹 능력과 효율성 덕분에 시장을 이용해 보다 창의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할리우드 증권거래소는 1996년에 신흥 부호들이 개봉 영화의 첫째 달 흥행 성적에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설립됐다.
휴렛팩커드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사내에 시장을 만들어 직원들이 신제품이 얼마나 잘 팔릴지, 중요한 프로젝트가 마감일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 베팅을 하도록 했다.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판단에 도움이 될 확실한 방법들이다
‘intrade.com’ 같은 사이트들은 NFL과 야구경기 결과는 물론 비(非) 스포츠 종목들에 대한 베팅 상품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온라인상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든가,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처치할 경우, 혹은 배심원들이 코베 브라이언트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증권을 누구나 살 수 있었다.
이런 시장의 미래 예측 능력을 확신한 과학자들은 현재 시장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시장을 이용해 아직 내리지 않은 판단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기법을 조사 중이다.
만약 이런 판단 시장이 열리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판단에 도움 될 확실한 방법 필요
지난 2003년 이라크에서의 전쟁준비 기간 중 전문가들은 미국이 침공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24시간 주기로 예측했다.
미군이 해방군으로 환영을 받을지, 아니면 장기전을 촉발시켜 중동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지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유가는 치솟거나 하락할 수도 있고, 경제 역시 좋아지거나 악화될 수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어떻게 될지에 대해 논쟁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예측에서 한 가지 문제가 된 것은 이것들을 어느 정도나 예측할 수 있느냐 하는 것. 매파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비둘기파는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 했다.
결국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전쟁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결과는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느리게 흐른다.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편이 나뉘어 벌이는 논쟁이나 판단의 방향을 유도하려는 간섭이 아니라 판단에 도움이 될 확실한 방법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소 불완전하다 할지라도 미래를 미리 살펴볼 작은 거울이다.
사담 후세인이 2003년 7월 30일까지 정권에서 물러날 경우에만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intrade.com의 ‘사담 증권’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거래자들은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사담이 재집권할 가능성에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월퍼스와 스탠포드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인 에릭 지제위츠는 사담 증권의 움직임을 추적해 세계 여러 시장에서의 주가 변동과 비교해 거래자들이 전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이들의 분석 결과는 명료했다. 월퍼스는 “전쟁 가능성이 10% 높아질 때마다 1.5포인트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수치를 100%로 환산해 보면 평화에 비해 전쟁은 주가를 15%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 수치는 2001년 9.11 테러 직후의 하락 폭보다 큰 것이다.
월퍼스와 지제위츠는 전쟁이 임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치솟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라크의 값싼 오일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하락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런 추측은 최종 침공 여부를 결정할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사실로 드러났지만 이것은 특별한 사례이기도 했다.
2003년 초에는 유가나 미국 경제의 기반에 이라크 침공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가도 이런 추측을 수긍할 정도로 움직였다.
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가 항공산업에 미칠 영향처럼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의 결과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어떨까?
새로운 무역협정처럼 비교적 영향이 적은 요인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지 알고자 한다면 어떨까?
파퓰러사이언스 예측 거래소
파퓰러사이언스에서는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거래만을 전문으로 하는 시장을 처음으로 개설했다.
이 시장에서는 누구든지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읽은 내용에 대한 예측을 사고 팔 수 있다. 비용은 무료이므로 거래 경험이 없어도 등록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132페이지를 보거나 ppx.popsci.com을 참조하면 된다.
미 의회 중간선거에 대한 시장의 예측
지난 2006년 미국 의회의 중간선거일 밤에 시장이 결과를 예측한 것은 언론보다 빠르고 정확했다.
베팅 사이트인 INTRADE.COM에서는 공화당이 미국 상원에서 다수당이 될 경우 100달러를 지불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 증권을 발행했다.
몇 주 동안 이 증권은 70포인트 정도에 거래가 되면서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확률이 70%라는 여론을 반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으며, 이를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언론이 아니라 이 시장이었다.
10:07-10:20 P.M.
18포인트 상승
시장가격이 13분 만에 70포인트에서 88포인트로 뛰었다. 두 시간 후 CNN은 공화당의 밥 코커가 테네시주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이겼음을 알렸다. 이제 민주당은 남은 선거구에서 모두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
11:45-11:56 P.M.
28포인트 하락
시장가격은 88포인트에서 60포인트로 추락했다. 곧이어 CNN은 민주당의 제임스 웹이 상대를 2,000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고 발표했다.
12:00-1:25 A.M.
61포인트 하락
한 시간 반도 채 지나지 않아 시장가격은 70포인트에서 9포인트로 폭락했다. 오전 1시 30분이 되자 민주당의 세 의원들이 모두 근소한 차로 앞서기 시작하면서 미조리주의 클레어 맥캐스킬이 새벽 4시 직전에 승리를 굳혔다.
‘만약/그렇다면(if/then)' 형태의 질문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조건부 시장을 여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두 가지 상호 보완적인 상품을 제공한다. “만약 y가 발생한다면 x는 얼마가 될까?”와 “만약 y가 발생하지 않으면 x가 얼마나 될까?”의 두 가지다.
x와 y 대신에 원하는 것을 대체해 넣어 보자. ‘S&P 500의 가격/이라크로부터의 철군’, ‘가솔린 가격/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에서의 시추작업 개시’. 그런 다음 이 두 가지 상호 보완적인 상품이 어떻게 거래되는지 살펴본다.
미국이 철군하면 S&P 500이 1,650에 다다르고, 철군하지 않으면 1,500에 머무를 것이라고 시장이 예측한다면 주식시장이 미국의 군사정책에 150포인트의 범위 내에서 반응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야후의 선임연구원이자 예측시장 연구팀장인 데이빗 페녹은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와 같은 복잡한 질문들이 많이 제기되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내려야 할 판단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이런 판단의 함축적 의미를 검토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문제는 참여할 사람을 충분하게 모으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예측시장을 여는 게 법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이런 상품의 거래를 인터넷 도박처럼 의혹의 눈길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돼지 옆구리 살에 선물 투자하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와 유사한 대부분의 미국 시장들은 모조 화폐를 사용하지만 놀랍게도 실제 화폐를 사용하는 시장만큼이나 예측이 정확하다.
이런 모조 화폐 시장에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면 부자가 되리라는 기대감보다는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장이 할리우드 증권거래소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돈을 딸 수 있다는 유혹을 느낄 만한 보통 사람들의 참여가 없으면 일상적인 문제들의 결과를 꿰뚫어 볼 수 있을 예측시장으로 충분한 규모의 거래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각자의 손바닥에 미래를 예측하는 수정 구슬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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