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염수 백은 안전하고 수술 흉터가 적을 뿐 아니라 가슴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스개 소리 하나. 여자 목욕탕에서 불이 나면 한국과 미국 여성은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고 한다. 한국 여성은 가슴을 가리고 뛰어 나오는 반면 미국 여성은 아랫부분을 가린다는 것.
이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제 살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반면 미국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며 자랑스러워한다.
미국에서 시행되는 성형수술 중에서 가슴이나 비만 성형수술이 항상 톱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벗는 것(?)에 익숙한 미국 문화, 특히 여성에게 가슴은 자신감(pride) 이상의 보배인 것이다.
그 영향 때문일까. 외국 유학이나 여행이 빈번해지면서 지난 2000년 이후 가슴이나 신체 성형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부동산 투기나 로또 광풍처럼 우리나라의 문화가 돼 버린 것이다.
여성의 가슴은 모양· 탄력성·크기로 대별되는데, 대부분의 여성은 버선 모양의 자연스러운 선, 탱탱하고 탄력적인 감촉, 그리고 전체적인 가슴은 마르되 적당한 볼륨감을 원하고 있다.
유방확대수술의 역사
유방확대수술은 언제부터 시행됐을까. 놀랍게도 112년 전인 1895년이다. 당시 체르니(Czerny)라는 의사가 유방암 절제수술을 받은 유명 여배우의 등에 있던 지방종을 떼어 내 가슴에 이식한 것이 최초다.
이에 앞서 1889년 거서니(Gersunny)가 액체 파라핀을 유방확대수술에 사용했지만 결과는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 유방에 돌덩이 같은 종괴가 만져짐은 물론 혈액순환 장애로 피부에 진물이 나면서 피부괴사와 같은 합병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1950년에는 이발론 스폰지(Ivalon sponge)를 이용한 유방확대수술이 시행됐지만 이 역시 파라핀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왔다.
실리콘(Silicone)이 처음으로 유방확대수술을 위한 보형물로 쓰이게 된 것은 1963년. 실리콘(원자번호 14)은 지구에서 산소 다음으로 많은 원소지만 자연상태에서는 생성되지 않고 식염, 모래 실리케이트와 같은 물질의 구성 원소로 존재한다.
실리콘은 열이나 습기에 강하고 넓은 영역의 온도 변화에도 잘 견딘다. 이에 따라 유방 보형물로서 가장 중요한 생리학적 안정성, 유연성 등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유방확대에 쓰이는 보형물
일반적으로 유방확대수술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은 그 속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것이다.
상기한 것처럼 그 동안 실리콘이 가장 많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에 불거진 젤 타입 실리콘의 유해성 논란 이후 사용이 금지 됐다.
물론 이것은 미국의 이야기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특별한 규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 의료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관계로 규제에 동참하고 있다.
실리콘 보형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식염수 백이 가장 보편화된 보형물이 됐다.
식염수 백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인정을 받은 유일한 제품인데, 안전하고 수술 흉터가 적을 뿐 아니라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외에 하이드로 백과 더블 루멘 백도 사용되고 있다. 식염수 백과 유사한 하이드로 백은 8%의 포도당을 백 속에 주입해 사용하며, 더블 루멘 백은 실리콘과 식염수 백의 장점을 모아 만든 것이다.
확대 가능한 크기와 보형물 삽입 부위
보통 여성의 브래지어 사이즈는 아래 가슴과 윗가슴 둘레의 차이를 통해 결정된다. 아래 가슴 둘레는 유방의 선이 시작되는 부분을 말하며, 윗가슴 둘레는 유두를 지나는 선이다. 이를 기준으로 해 A, B, C, D, E, F 등 7개의 컵 사이즈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유방을 확대할 때 보형물의 크기가 125~150cc 정도라면 브래지어의 컵 사이즈가 한 컵 정도 커지고 유두는 약 1인치 정도 돌출하게 된다.
한국 여성의 경우 보통 250cc내외의 보형물을 주로 삽입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한 컵 반 정도의 컵 사이즈가 늘어나게 된다.
유방확대수술을 할 때 쓰이는 접근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겨드랑이, 유방 밑, 유륜, 그리고 배꼽을 통해서다.
이중 가장 흔히 이용되는 방법은 겨드랑이를 통한 시술법이다. 이는 젊은 여성들이 겉으로 들어나 보이는 흉터 선을 꺼리기 때문이다.
보형물 위치와 수술 후 관리
유방확대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술 후 나타나는 가슴 모양과 탄력성이다. 자연스러운 가슴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존 가슴 조직에 따라 보형물의 크기나 보형물의 삽입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가슴 연조직이 얇은 경우에는 근육(대흉근) 밑으로 삽입해야 보형물의 윤곽 노출을 막고 자연스러운 가슴 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연조직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경우에는 유방 조직 밑으로 삽입해야 유방의 모양을 예쁘게 하고 탄력도 유지할 수 있다.
가슴 성형은 짧은 시간의 수술로써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났다고 가슴이 완성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술 후 관리가 수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 모유를 내기 위해서는 젖을 풀어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유방확대수술 후에는 적어도 3~6개월간 딱딱한 유방 조직을 풀어주어야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모양 및 탱탱한 탄력의 유방을 만들 수 있다.
성형수술이 만사는 아니다. 하지만 가슴 성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여성은 보다 당당해질 수 있다.
유방확대 수술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그 속에 무엇을 넣느냐 하는 것이다.
글_김응구 로얄에스테틱 성형외과 원장,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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