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21세기는 에너지 패권의 시대다. 에너지가 곧 무기며 에너지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고갈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전 세계 각국이 수소를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 미래에너지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한 친환경기업이 기존에 없었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콜로라도 주에 본사를 둔 솔릭스 바이오퓨얼스사.
이 회사는 어항이나 논두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조류(綠藻類)를 활용, 디젤(경유)의 대체연료인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려 하고 있다.
콩, 유채꽃, 야자 등과 마찬가지로 녹조류도 광합성 과정에서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식물성 오일을 상당량 생산해 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사실 녹조류 바이오디젤은 생산 방법에 있어서도 재료만 다를 뿐 일반적인 바이오디젤 제조공정과 유사하다.
투명한 비닐봉투에 소량의 녹조류를 넣어 재배한 뒤 식물성 오일 생산량이 최대치에 달했을 때 수확, 에스테르화(Trans-Esterification) 공정을 거쳐 녹조류의 지방성분을 바이오디젤로 전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솔릭스는 왜 굳이 이미 상용화된 기술들을 제쳐두고 녹조류를 원료로 쓰려는 것일까.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솔릭스의 창업자인 짐 시어스는 “온도, 습도, 토양 등 환경적 조건이 맞아야 하는 여타 식물들과 달리 녹조류는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만 있으면 어디서든 재배가 가능하다”며 “번식력도 보통 식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 연료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녹조류의 비교 우위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미국에서 운용중인 모든 자동차에 바이오디젤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년 22조2,460억 리터의 바이오디젤이 필요한데, 콩으로 이를 충당하려면 무려 12억1,400만 헥타르의 토지가 필요하다.
반면 녹조류는 이의 3분의 1에 불과한 3,844만 헥타르의 부지만으로 충분하다.
더욱이 녹조류 농장은 비옥한 땅이 아닌 사막에 세워도 무방하다.
물론 녹조류 바이오디젤이 대체연료로서 확실한 자리를 잡으려면 수천 종의 녹조류 중 가장 많은 오일을 생산해 내는 품종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최상의 재배 기술, 효율적인 오일 추출기술 등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시어스는 “현재 녹조류 바이오디젤 생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하는 양조장 부근에 녹조류 재배농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녹조류로 만든 자동차 연료가 휘발유를 무용지물로 만들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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