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1962년 이후 전투기(Fighter)를 뜻하는 ‘F’에 일련번호를 매겨 분류해 오고 있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F-19만 제외돼 있는 상태다.
마하 6의 엄청난 속도로 날고, 날개는 동체와 일체화돼 있으며, 표면은 고속비행에 따른 열을 견디도록 특수재료가 적용됐다고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F-19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F-19’, ‘오로라(Aurora)’, ‘TR-3B’. 일종의 암호 같은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존재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명칭이다.
음모론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이들 전투기들이 존재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나 회의론자들은 음모론자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이들 최첨단 전투기를 개발중이거나 보유하고 있을까?
그동안 미국의 신형 전투기는 개발 계획이 알려지는 단계에서부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
최근 일본과 한국이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Raptor)’ 또는 ‘F-35 라이트닝(Lightning) II’ 등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상이다.
현재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알려진 F-22 랩터를 도입할 경우 한국·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극동지역 공군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최신형 전투기는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하늘의 지배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관심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음모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F-19의 존재 유무.
미국이 개발한 전투기는 1962년 이후 전투기(Fighter)를 뜻하는 ‘F’라는 이니셜 뒤에 일련번호를 매겨 분류해왔다.
F-19 음모론이 부각된 것은 이 일련번호에서 19번만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외에도 빠져 있는 일련번호로는 F-13이 있고, F-24에서 F-34번까지가 빠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F-19를 제외하고는 일련번호에서 빠져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F-13의 경우 서양에서 ‘13’이 불길한 숫자이므로 전투기 일련번호에서 제외한 것이다.
F-13을 제외하면 F-14 톰캣, F-15 이글, F-16 팔콘, F-17(YF-17로 개발용 시제기), F-18 호넷 등 일련번호가 빠짐없이 이어지고 있다.
의문의 F-19 이후로도 F-20 타이거샤크, F-21 크피르, F-22 랩터, F-23(YF-23으로 개발용 시제기) 등 일련번호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최근 F-35 라이트닝 II가 발표되면서 F-24부터 F-34까지가 빠지게 된 것은 F-35의 실험기인 X-35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F-35가 공군, 해군, 해병대용 등 3가지 모델로 개발됐기 때문에 개발용 시제기에 24번에서 34번까지의 일련번호가 매겨졌을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존재 여부가 가장 불분명한 일련번호는 19번이며, 미국 정부 역시 F-19의 존재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무튼 F-19의 일련번호가 나와야 할 시기에 개발된 항공기는 다름 아닌 최초의 스텔스기인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였다.
처음에는 F-117이 F-19였지만 새로운 항공기에 대한 보안을 위해 F-117이라는 구식명칭의 일련번호를 사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미국 정부 역시 구소련의 전투기인 미그-19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19번을 제외했다는 식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공중전 기능이 전혀 없는 F-117이 F-19일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별도의 F-19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음모론자들은 마하 6이라는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오로라’가 F-19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로라는 길이 90피트(27m)에 램제트 엔진을 사용해 마하 6의 속도로 비행하고, 10만 피트(30Km) 고도에서 비행 가능한 정찰 및 공습기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고속비행을 위해 날개는 동체와 일체화된 델타 윙을 채택했으며, 표면은 고속비행에 따른 고열을 견디기 위해 특수재료를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음모론자 일부는 오로라가 이미 개발됐지만 상용화를 위한 몇 가지 걸림돌 때문에 베일에 가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로라가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마하 6이라는 속도를 내기 위한 엔진과 연료, 그리고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인 ‘소닉붐’과 동체 표면의 고열로 스텔스 기술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기존의 엔진 기술로 마하 6의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부피나 무게가 동체만큼 커지고, 막대한 연료소모 때문에 공중 급유기가 쫓아 다녀야 하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음모론자들은 오로라가 새로운 형태의 고출력 엔진에 수소나 메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로라가 F-19일 것이라는 주장보다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TR-3B가 F-19라는 주장도 있다.
TR-3B는 음모론자들이 반 중력 엔진을 장착한 정찰기일 것으로 주장하는 가상의 항공기. 핵연료를 사용해 기체 주변에 반 중력 현상을 만들어 공기 및 중력가속도의 저항 없이 비행할 수 있다는 항공기다. 고도 12만 피트 이하에서 마하 9의 속도로 비행하며, 수평·수직 방향으로 상승과 하강이 모두 가능하다.
반 중력 엔진은 현재 기술수준으로 볼 때 개발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상상을 초월한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에 더욱 베일 속에 가려질 수밖에 없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F-19를 둘러싼 음모론자들의 이 같은 주장들은 꽤 오랫동안 지속돼 왔지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상상력이 만든 음모론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군사전문지 에어포스타임스는 록히드마틴의 비밀연구 개발팀인 ‘스컹크웍스’가 고고도 정찰기 ‘SR-72’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SR-71 블랙버드 정찰기의 후속기인 SR-72는 10만 피트(30Km) 상공에서 최대 마하 6의 속도로 비행하며,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2020년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SR-72의 성능은 묘하게도 오로라와 매우 유사하며, 최첨단 전투기 개발의 경우 통상 개발 계획이 흘러나올 때쯤 이미 기술개발이 상당부분 진행됐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F-19의 존재 가능성이 신빙성을 더하게 된다.
즉 이미 개발된 F-19(또는 오로라)의 기반 기술을 이용해 SR-72라는 정찰기로 기종변경을 한다는 것이 음모론자들의 주장이다.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단순히 F-19라는 일련번호를 비워둔 것일 수도 있지만 굳이 19번만을 비워둔 것은 이미 19번째에 해당하는 베일속의 전투기가 존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F-19는 네바다 주 사막의 ‘51구역’과 함께 미국 전투기 개발 역사의 미스터리인 것만은 분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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