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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는 사이보그(CYBORG)

600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로보캅 등은 몸 안에 칩을 넣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 사이보그다.

사이보그는 미래에 인간이 우주공간이나 바다 속 같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공상 과학적 상상에 뿌리를 두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신체 일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사이보그로 진화해 간다고 할 수 있다.

사이보그는 장애를 안고 살아온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부작용의 어두운 그림자도 내재돼 있다.

자료제공:한국산업기술재단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인간이면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초(超)인간이 많이 등장한다. 슈퍼맨이 그렇고 배트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이 초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특히 팔과 다리를 로봇처럼 개조해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는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 로보캅 등은 몸 안에 보조기나 칩을 넣어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이보그 인간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한결같이 하늘을 날고, 탱크를 들어올리며, 헬기를 잡아서 떨어뜨린다. 인간의 육체에 첨단의 기계적 장치를 덧붙이거나 또는 첨단기계장치를 모자나 옷처럼 씌우거나 입혀 특별한 능력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슈퍼우먼은 미래에 등장할 사이보그 인간의 모습을 시사한다. 미래의 사이보그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로봇은 절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주장과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그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 사이보그와 안드로이드다.

붕괴하는 사람과 기계의 경계

지난 1960년에 등장한 말인 사이보그(cyborg)는 ‘인공적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로 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체를 뜻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엄청난 완력과 점프력을 지닌 사람만이 사이보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물체에 기계가 결합되면 그것이 사람이건 바퀴벌레이건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단 인간의 지적 능력은 대행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뇌 이외의 수족이나 장기 등을 교체한 개조 인간만이 사이보그로 지칭된다.

이에 반해 ‘인간을 닮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 말에서 유래된 안드로이드(android)는 겉보기에 말이나 행동이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되는 로봇을 말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인조인간’에 가장 근접한 개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조인간이 안드로이드의 대표적인 예다. 외모는 물론 동작이나 지능까지도 인간과 다를 바 없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아직 먼 미래에나 가능한 얘기다.

결론적으로 사이보그는 인간의 두뇌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안드로이드는 로봇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사이보그는 미래에 인간이 우주공간이나 바다 속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공상 과학적 상상에 뿌리를 두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신체 일부를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개념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인공심장, 맥박 조정기, 인공 와우각(귓속의 달팽이관), 인공뼈, 의안, 의수를 장착한 환자들도 병리학적 사이보그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지금 사이보그로 진화해 간다고 할 수 있다.

사이보그로 진화해 가는 징후는 이미 다양하게 개발된 바이오닉(bionic) 장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이오닉 장기란 잃어버린 손과 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눈과 심장을 대체할 전자 공학적 장기다.

그와 같은 장기를 가진 대표적 사이보그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가 환생한다는 로보캅이 잘 묘사하고 있는데, 로보캅은 공상과학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1998년 스코틀랜드의 캠벨 에어드라는 사람은 16년 전 암으로 잃은 오른팔을 전자장치를 이용해 팔과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바이오닉 팔’로 바꾼 뒤 무늬만 팔인 의수를 던져버렸다.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닉 장기로는 근육이 마비된 사람을 위한 바이오닉 근육, 망막이 손상된 사람에게 이식될 바이오닉 눈, 소리를 전자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는 바이오닉 귀, 냄새를 맡는 바이오닉 코, 그리고 화학적 메커니즘으로 맛을 감별하는 바이오닉 혀 등 다양하다.

심지어 바이오닉 신경과 심장에 도전하는 곳도 있다. 인간의 운동·감각·내장기관 등 무엇이든 모사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생체와 기계 결합체의 사람들

세계에서 최초로 사이보그가 된 사람은 영국 레딩대 인공두뇌학과의 케빈 워릭 교수다. 그는 1998년 자신의 신경에 기계를 연결해서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는 시험을 감행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자신의 왼쪽 손목 신경에 컴퓨터 칩을 연결해 신경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컴퓨터에 전송함으로써 신경신호를 읽어내도록 한 것.

이 장치로 그는 GPS처럼 자신의 이동기록을 컴퓨터에 남길 수 있게 됐고, 연구실 관리 컴퓨터에 신호를 보내 그가 연구실로 들어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전원이 켜지는 등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가능케 했다.



한 가족 모두가 병리학적 사이보그가 된 사례도 있다.
2002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제이콥스 가족 3명은 각자의 신원과 병력을 기록한 쌀알 크기의 베리 칩(Veri Chipㆍ체내 이식용 마이크로칩)을 팔의 피부 밑에 집어넣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이보그 가족으로 탄생했다.

컴퓨터 메모리와 무선 송수신장치로 구성된 베리 칩에는 칩을 이식한 사람의 신원과 혈압, 혈당, 체온 등 질병 이력에 관한 자료가 담겨 있다.

이들 일가족이 베리 칩을 이식한 까닭은 암 등의 중병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때 의사에게 자신의 질병을 설명하지 못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식을 잃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의사들은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베리 칩에 저장된 환자의 이름, 전화번호, 질병기록 따위의 정보를 읽어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또한 베리 칩을 지구 위치추적위성과 접목시켜 개인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축구선수 박지성이 속해 있는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서도 ‘마이크로칩 이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정밀 추적 분석하기 위해 쌀알 크기의 칩을 선수 피부 속에 이식할 계획이라는 것.

이 칩은 인공위성을 통해 선수들의 실시간 움직임을 분석해 주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는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낸드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스타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선수들의 동선 데이터는 효과적인 전술 훈련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거부감을 나타냈다. 나이트클럽 등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면 다 들통 나는 것이 아니냐고 선수들이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베리 칩을 이식한 환자는 세계적으로 10여명. 전문가들은 이러한 칩은 원격 인식시스템으로도 내부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업, 군사, 의학적인 면에서 대단한 수요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사 분야 연구 가장 활발해

현재 사이보그 연구가 가장 활성화되고 있는 곳은 군사 분야다. 미 국방부는 이미 1900년대 중반부터 수백 가지의 사이보그 프로젝트를 기획해 연구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장시간 행군해야 하는 보병들에게 필요한 ‘이동 보조기’.

이것을 허리와 다리 옆에 장착하고 걸으면 기계가 자동적으로 다리를 움직여 주므로 피로를 적게 느낀다. 빨리 뛸 수도 있다.

자신이 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다리 근육을 움직여 점프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속도를 낼 수도 있고, 언덕을 뛰어올라갈 때도 쉽게 도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동 보조기는 병사 한명 한명을 600만불의 사나이 같은 슈퍼 사이보그로 만들기 위함이 목적이다.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도 사이보그 프로젝트에 속한다. 입는 컴퓨터란 말 그대로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컴퓨터인데, 사이보그로 진화하기 이전에 시도되는 인간 기능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96년 알마덴 연구소는 PAN(개인영역 네트워크, 일명 디지털 오로라 장치)이란 특이한 장치를 선보였다.

이 장치는 사람 몸에 흐르는 전류를 이용해 악수나 키스를 할 때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첨단통신장비다.

사이보그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은 군사분야로 미국은 수백가지의 프로젝트를 기획, 추친해 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병사들이 모두 PAN과 같이 입는 컴퓨터로 무장하고 전장에 나가는 반(半) 사이보그 군인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당분간 사이보그는 옷이나 안경 형태의 입는 컴퓨터를 주된 장비로 쓸 것이다. 그러나 곧 컴퓨터를 몸 여기저기에 이식하고 다니게 될 것이며, 우리 몸속의 작은 컴퓨터들은 독자적인 IP 주소를 갖고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 몸의 제2 신경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창시자인 MIT대 민스키 교수의 말을 빌리더라도 사이보그는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다. 과거 인간의 진화가 찰스 다윈이 말했던 자연선택에 의해 이뤄졌다면 사이보그로의 진화는 인간의 선택에 의한 비자연적 진화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사이보그로의 진화에 대해 가능성이 50%라고 말한다. 50%는 브레이크 없는 과학기술로 가능하다는 얘기고, 나머지 50%는 선택이라는 뜻이다.

장애를 안고 살아온 수많은 사람에게 사이보그는 희망일 수 있다. 이런 희망은 새로운 사이보그 시장을 만들고 과학자들을 한껏 유혹한다.

그러나 사생활보호 단체들은 베리 칩이 앞으로 의무화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다. 이러한 찬성과 반대의 어느 쪽 유혹에 빠져 드느냐에 따라 사이보그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프리랜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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