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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 열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각국의 원자력 분야 젊은 과학자들에게 원자력 관련 지식을 전수하기 위해 한국에 모였다.

지난 7월 14일 개막돼 8월 24일까지 청주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원자력대학(WNU:World Nuclear University) 여름학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원자력대학은 기존에 확보된 원자력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하고 원자력 관련 글로벌 이슈를 찾아내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04년 설립됐다.

세계원자력대학은 캠퍼스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상의 공간에 존재하는 사이버대학도 아니다.

일반대학보다 더 빡빡한 수준의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가 이뤄지며, 수강생은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강의와 소그룹 토의를 소화해 내야 한다.

1년에 한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약 6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에서는 원자력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강의를 진행한다.

실제 이번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의 강사진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원자력 선진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 등 세계적인 원자력 기관의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됐다.

또한 한스 블릭스 전 IAEA 사무총장, 존 리치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무총장, 루이스 에차베리 NEA 사무총장 등이 특별 강사로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체류 비용을 직접 부담한다. 강의료를 받고 강의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기관이나 기업체의 비용으로 강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원자력 전문가들의 강의를 한자리에서 수강할 수 있는 만큼 아무나 수강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5세 이하로 원자력 관련 석사 이상의 학력이나 이에 준하는 연구기관 및 기업체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6주간의 교육과정에 1인당 9,750달러의 수강료를 지불해야 한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3회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에는 35개국 102명의 수강생이 참가했다. 이들은 대부분 각국 정부나 원자력 관련 연구기관, 기업체 등에서 준(準) 전문가 수준의 경력을 가진 인재들이다.

교육은 멘토(지도교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멘토가 102명의 수강생을 11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각 소그룹의 지도교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멘토는 세계 각국의 원자력 원로 과학자들이 담당한다.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세계원자력대학에서 발행하는 수료증 한 장을 받을 뿐이다. 학위나 자격증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지만 원자력 관련 연구기관이나 기업체에서는 이 수료증을 학위나 자격증만큼 높게 평가해 준다.

이는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과정을 통해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원자력 관련 석학들의 강의를 수강했다는 것도 평가받고 있다.

세계원자력대학의 교육은 멘토시스템으로 운용되는데, 멘토는 각국의 원자력 원로 과학자들이 담당한다.

세계원자력대학은 지난 2004년 9월 WNA 주관으로 영국 런던에서 설립됐다. 존 리치 WNA 사무총장이 총장직을 겸하고 있으며 IAEA, NEA, 세계원자력사업자협의회(WANO) 등이 후원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된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는 2005년 미국, 2006년 스웨덴·프랑스에 이어 3회째다. 대륙별로 이동하며 개최하는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유치한 것인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다.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세계원자력대학 본부가 있는 영국 런던에 1년간 직원을 파견해 커리큘럼 작성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일본이 아시아 최초 유치를 위해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들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처럼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3회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부와 원자력연구원이 지난 2002년 세계원자력대학과 유사한 국제원자력대학(INU;International Nuclear University) 설립 기획안을 IAEA에 제출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세계원자력대학의 모태가 되는 국가간 원자력 교육기관 설립 아이디어는 한국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개막식 직후 처음으로 진행된 소그룹 토의는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팀워크 강화 차원의 매우 부드러운 주제가 선택됐다. 팀 단위로 50cm 가량 떨어진 책상 사이를 연결하는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리를 만드는 재료는 빈 음료수 깡통과 신문지, 노끈과 접착테이프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자들과 멘토를 담당하는 원로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는 예상 밖의 주제였지만 팀워크 강화에는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출품된 작품은 다리 위에 무거운 추를 하나씩 올려놓으며 강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팀별로 아치형 다리 등 강도가 높은 구조를 채택한 다양한 형태의 다리들이 출품됐다.

하지만 정작 우승한 팀의 다리는 평범한 다리 구조의 하단에 접시를 매달아 놓고 여기에 추를 올려놓음으로써 추의 무게를 분산시키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팀이 차지했다.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파고드는 과학자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지식을 다양한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는 젊은 과학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이벤트였다.

INTERVIEW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자원관리단장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석학들과 미래 원자력 기술의 흐름을 좌우할 젊은 과학자들이 참석하는 이번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세계 6위 수준의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의 한국 유치부터 이번 행사 진행까지 총괄하고 있는 민병주(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자원관리단장은 이번 행사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을 세계 각국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는 향후 원자력 발전소에 투자하려는 개발도상국의 정부 관계자들도 수강생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관련 기술이 우수한 한국의 기업체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

이 같은 이유 때문에 IAEA가 23명의 개발도상국 과학자들에게 참가비용을 지원하는 것 외에 한국에서 10명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9,750달러의 수강료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는 개발도상국의 젊은 과학자들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국가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려 할 때 과학자간의 인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단장은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해 “교재 및 리포트 제출 모두 노트북 PC를 이용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페이퍼리스(Paper less) 강의며, 교육과정 내내 리포트를 제출할 정도로 빡빡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고 강조한다.

만일 교육과정을 성실히 수행하지 못하면 수료증을 못 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두 차례 개최됐던 지난 여름학교에서는 탈락자가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강생 모두 우수한 과학자들이고 자국을 대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 단장은 이어 “원자력 계에서는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의 강사로 초청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명예로 평가하기 때문에 강의료 등은 거론되지도 않는다”며 “이번 행사에 소요되는 약 13억원의 예산중 수강생의 등록금 9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순수한 행사진행 비용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 단장은 “이번 세계원자력대학 여름학교 교육과정에 한국어 강의와 여주 도자기 단지, 서울 고궁 관광, 용인 민속촌 관람 등을 포함시켜 각국 수강생들에게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알리는 계기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덕=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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