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생체인식(Biometric) 기술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생체인식기술이란 지문·목소리·눈동자 등 인간의 신체적·행동적 특징을 자동화된 장치로 측정·비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사용자의 고유한 신체정보를 이용하는 생체인식기술은 분실
및 도난의 위험성이 적어 높은 보안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생체여권 인식 수단으로 급부상
미국의 9.11테러 발생 이후 기존 신분증에 대한 보안성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인적사항의 위조와 도용이 어려운 생체인식기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디지털도어록, 출입통제장치, 근태관리시스템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자여권 및 주민등록증, 신분확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생체인식기술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와 연결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과 연계돼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시장조사기관 가트너 그룹에 의하면 오는 2010년까지 매년 30~40%의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입국자의 신원확인수단으로 생체인식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미 국방성은 군인 등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약 200만명의 사용자에게 생체정보를 탑재한 스마트카드를 발급했다.
이처럼 신원확인수단을 생체인식기술로 대체하는 움직임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캐나다 정부는 CANPASS(Canadian Passenger Accelerated Service System)를 개발, 미국에 자주 방문하는 여행객을 인터뷰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지문인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외국인 망명 신청자들의 중복신청을 막기 위해 지문을 이용한 정보검색시스템인 EuroDAC을 도입했다. 호주는 2002년 11월부터 시드니국제공항에서 얼굴인식 방식을 이용한 스마트게이트(SmartGate) 출입국심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히드로 국제공항도 사람의 홍채로 신분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당초에는 입국심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이지만 9·11 테러사건 이후 위조여권을 이용한 테러범의 입국을 차단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공항 측은 기대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는 범세계적으로 출입국 관리에 생체인식기술을 사용토록 결의한바 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는 선원의 신분증에 해당하는 선원수첩에 지문인식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지문인식이 관련분야 60% 점유
국내 생체인식시장의 경우 금융권 및 대형 유통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생체인식기술 중 가장 앞선 부문은 지문인식 분야.
지문인식은 상대적으로 빠른 지난 1996년부터 관련연구가 진행돼 기술수준이나 상용화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국내 생체인식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생체인식 시장의 약 60% 정도가 지문인식 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지문인식 장치가 대중화되면서 실리콘, 젤라틴, 필름류 등을 이용한 모조지문을 통해 허위 인증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위·변조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지문인식이 지문별로 약 40가지 특징을 인식한다면 홍채인식은 250가지 이상의 특징을 인식한다.
홍채인식은 지문인식보다 인식오류가 발생할 확률은 적지만 고가에 달하는 가격이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제품을 개발,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부문이 얼굴인식 부문이다.
얼굴인식의 가장 큰 장점은 피 감시자의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 지문이나 홍채 등은 피 감시자가 일일이 센서에 직접 노출돼야 하지만 얼굴인식 제품은 카메라만 잘 설치하면 피 감시자 모르게 자연스럽게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다.
특히 공항, 항만 등 유동인구가 많고 통제 대상이 많은 지역이나 시설물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확성은 지문이나 홍채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오락·영상·장난감 등 그 적용범위가 넓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빛이나 조명, 표정, 화장 등에 따라 오차가 다소 커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다중 생체인식 기술도 개발돼
최근에는 각각의 생체인식기술의 특징과 장점만을 채용하는 다중 생체인식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지문·얼굴·홍채 등 단일 생체인식 방식을 택할 경우 특정 신체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다중 생체인식은 얼굴+음성, 얼굴+지문 등 이중, 삼중 체크로 보안성을 대폭 강화시킨 기술. 주로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정보 보안, 금융 서비스, 범인 색출, 정부의 대민 업무, 공항의 출입국용 시스템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개인 인증이 가능한 실시간 다중 생체인식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의 성과물로 ETRI는 최근 지문인식, 정맥인식, 보안센서 하드웨어 핵심기술을 접목시킨 전자여권용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개발했다.
키오스크는 여권에 미리 입력된 사람의 홍채나 지문 등의 바이오정보를 무인단말기에서 자동 식별하는 방식이다.
ETRI 관계자는 “금융이나 출입국 관리 등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는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 가지의 인체 특성만으로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두 가지 이상을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민간업계에서도 기술제휴 등을 통한 관련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지문인식 전문기업인 니트젠은 얼굴인식 전문기업인 퍼스텍과 다중 생체인식 제품 공동 개발에 나섰다. 배영훈 니트젠 사장은 “다중 생체인식기술 공동개발은 개별 인식기술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고 개인 식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생체인식 관련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활용분야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개인정보 유출 방지에 강점을 갖고 있는 스마트카드, PKI(공개키기반구조)와 같은 보안연동 제품이 개발돼 조만간 휴대단말기· 자동차·총포류·장난감 등에도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DNA, 걸음걸이, 열상정보 등을 활용하는 미래 생체인식 기술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생체인식기술은 정보화의 역기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생체인식기술의 미래가 결코 장밋빛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사용자의 심한 거부감이나 생체정보 유출에 의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체인식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생체정보의 안전한 저장·전송·처리기술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국내 생체인식 업체들이 저마다 각자의 기술이 최고라고 주장만하고 있지 이를 검증해줄 관련 자료나 절차, 인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생체인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체인식 부문이 보다 빨리 성장하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및 성능의 표준화, 정책·제도적 보완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약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생체인식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핵심 및 응용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재산권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성별로 살펴본 생체인식 기술
1. 얼굴인식
얼굴인식은 기계에 직접 접촉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놓고 입력된 얼굴영상을 데이터베이스의 얼굴들과 비교하는 방법.
하지만 사용자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표정이 변하게 되는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주위 조명에 비교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또한 지문이나 홍채에 비해 비교적 낮은 인식률을 기록한다.
2. 지문인식
생체인식기술 중 가장 대표적인 지문인식은 지문의 골이나 곡점 등 특징을 파악, 저장된 원본 데이터와 일치하는지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땀이나 물기가 스캐너에 배어있는 경우 에러 발생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 여러 사람이 연속적으로 접촉한 곳에 자신의 손가락을 댄다는 불쾌감, 지문이 닳아 없어진 사람도 간혹 있다는 점 등이 지문인식 시스템의 한계로 나타나고 있다.
3. 홍채인식
홍채인식은 데이터의 정확성, 안정성, 사용 편리성, 처리속도 면에서 지문 또는 망막인식에 비해 발전한 보안시스템으로 평가된다.
홍채는 사람의 일생동안 평생 변하지 않으며,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착용해도 인식이 가능해 활용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다.
또한 자동 초점조절 카메라로 홍채 패턴을 인식하는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할 때 거부감이 없고, 2초 이내에 즉시 신분확인이 가능하다.
4. 음성인식
음성인식은 전화나 마이크 등을 통해 전달된 음성의 특징을 분석한 뒤 가장 근접한 결과를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다른 생체인식기술과 달리 원격지에서도 전화를 이용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감기나 기타 요인에 의해 목이 쉬었을 때, 의도적으로 타인이 목소리를 흉내 내거나 주변 환경에 큰 소음이 있을 경우 커다란 취약성을 드러낸다.
5. 정맥인식
정맥인식은 적외선 조명과 필터를 사용, 혈관을 투시한 후 잔영을 이용해 손등이나 손목 혈관의 형태를 인식하는 기법이다.
특히 손가락이나 손등에 비해 복잡하고 안정된 데이터를 제공하므로 높은 인식률을 실현한다. 또한 위생적이고 자연스러운 조작을 가능하게 해 사용자의 심리적인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반면 하드웨어 구성이 복잡하고 전체적인 시스템 구축비용이 커 활용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6. 손 모양 인식
생체인식 중 가장 먼저 자동화된 기술은 다름 아닌 손 모양 인식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팀이 개인마다 손가락 길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수 천 명의 손가락 형태를 분석해 데이터화해 만든 시스템이다.
지문이나 눈을 이용하는 시스템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건설 현장이나 야외에서 주로 사용된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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