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변화의 핵심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로 대표되는 전천후·전방위 네트워크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유비쿼터스는 물이나 공기처럼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일컫는다.
특히 유비쿼터스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홈(Smart Home)은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주거시스템으로 편리함, 안전, 쾌적함,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사례 1 판교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35세).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문을 연 순간 손잡이에 장착된 센서가 혈압과 체온 상태를 체크한다.
화장실 안에 있는 변기는 당뇨 수치까지 확인해 준다. 체크 결과는 곧바로 주치의의 단말기로 전송돼 그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원격화상 진료를 받을 것을 권유받는다.
사례 2 일산에 있는 박 모 씨(29)의 집. 잔디위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다. 날씨는 덥고 햇볕은 내리쬐는데 스프링쿨러의 자동모드가 물을 내뿜지 않는 것. TV를 틀어 일기예보를 보니 저녁에 많은 비가 온다는 소식이다.
박 모 씨는 그제서야 스프링클러가 자동모드에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스프링클러에 내장된 컴퓨터칩이 일기예보의 속보를 인지하고 물을 뿌리지 않았던 것.
이처럼 상상속에서나 꿈꿔왔던 주거환경이 머지않은 미래에 일상생활에서 구현될 전망이다. 이는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홈’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홈은 홈네트워킹과 인터넷 정보가전을 이용해 언제(Anytime), 어디서(Any-place)나, 어떤 기기(Any-device)로도 컴퓨팅 이용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가정 내에 실현한, 지능화된 생활환경을 의미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어조차 생소했던 유비쿼터스와 스마트홈은 최근 들어 ‘4세대 혁명’이라고도 불리며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는 컴퓨터칩의 소형화와 함께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 홈네트워크 혁명이 잘 보여주고 있다.
삶의 질 획기적 변화시킬 스마트홈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는 스마트홈은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홈은 사용자가 외출할 때 전등 끄는 것을 잊더라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소등해주며, 불필요하게 동작하고 있는 가전기기는 대기상태로 전환해 전력소모를 최소화한다.
사람이 없을 때 걸려온 전화나 이메일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몇 시간 후 귀가 예정이니 그때 연락드린다는 등의 응답 메시지를 발송한다.
사용자가 귀가시간을 통보하면 그 시간에 맞춰 난방을 가동하고, 목욕물을 받아두거나 재료가 준비돼 있는 경우 요리 기구를 작동시켜 식사준비를 해놓을 수도 있다.
귀가할 때에는 부재중 걸려온 전화 및 이메일에 대한 보고를 자동 수행하고, 주요 뉴스나 생활정보에 대한 브리핑을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옮겨가는 곳마다 자동으로 조명 및 통풍장치가 제어돼 사용자는 항상 쾌적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외출할 때에도 스마트홈은 똑똑하게 집안을 관리한다. 즉 사용자는 외출 중 수시로 가정의 서버에 접속해 집안의 상황을 살펴 적절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
화재나 가스 누출, 또는 외부인 침입 등의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주인 및 관계기관에 자동 신고하고, 소방 혹은 가스차단 시스템을 스스로 가동한다.
주방에는 지능형 냉장고가 도입돼 저장된 식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주 필요한 물품이 떨어졌을 경우 자동으로 주문을 낸다.
특히 음식물에는 RFID가 부착돼 생산 일자, 생산지, 성분 등을 나타낼 수 있고 나아가서 그 재료로 가능한 요리법을 인터넷으로 내려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홈은 보다 진보된 보안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관문 출입은 생체인식시스템에 등록된 사람만 가능하다. 음성 및 영상인식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된 정확한 인증시스템을 통해 출입 희망자의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것.
등록되지 않은 사람의 출입을 허가할 때에는 먼저 주인의 승인이 있은 후 출입을 허용하되, 외부에서 모바일 기기(휴대폰, PDA)를 통해 집안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다.
스마트홈 기술 적용된 최첨단 서비스
최근 국내의 이동통신사와 건설업체들은 앞 다퉈 스마트홈 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T는 홈엔(HomeN) 서비스를 통해 주문형 비디오(VOD), 홈 뷰어, 단문메시지서비스(SMS), 생활정보, 네트워크 게임 등을 제공한다.
또한 가전제어, 원격검침, 양방향 TV, T-커머스, 개인용 녹화기(PVR),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KT가 구축한 현대 홈타운에는 혈압계, 러닝머신과 같은 기기들이 네트워킹이 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적용됐다.
러닝머신은 홈 서버와 연결돼 있고,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을 할 수 있다. 이어폰에는 사람의 심박동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심박동 수에 맞춰 속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또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사용자에게 맞는 적절한 속도로 적정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사용자는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안방의 선풍기를 켜고 끌 수 있으며, 외부에서 찾아온 손님을 확인하고 현관문을 열 수도 있다.
혈압계도 지능을 갖췄다. 혈압계에서 측정된 혈압이 PC에 기록된다. 인터넷으로 접속시키면 병원의 의사와 화상통화 방식을 통해 연결된다.
직접적인 처방과 치료는 안 되지만 최소한 위급 상황에서 전문가와 연결, 신속하게 처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열린 셈이다.
또한 홈시어터 시스템은 전자기기와 친숙하지 못한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음성인식시스템을 통해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조작할 필요 없이 ‘소리 줄여’ ‘극장처럼’ 등의 말로 제어가 가능하다. 가습기, 선풍기, 전등, 커튼 등도 지능적으로 작동한다.
가스레인지 역시 외부에서 차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집주인과 가스레인지 제조사로 연락, 문제를 조속하게 해결하게 도와준다.
이외에도 판교 모델하우스에 구축된 현대통신의 ‘이마주(imazu)’는 거실 벽에 설치된 월 패드를 통해 방문자를 확인하고 출입문 제어와 같은 기본기능은 물론 조명, 가스, 냉난방기와 같은 가정 내 기기들을 버튼 하나로 제어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구축되고 있는 일부 세대에는 보다 편리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음성으로 제어가 가능한 음성제어시스템, 침입자가 있을 경우 경비실에 자동 연결되는 보안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모든 시스템을 무선으로 제어할 수 있는 통합리모컨도 선보일 예정이다.
헬스케어 센터로 변신한 미래의 화장실
유비쿼터스 기술로 무장한 미래의 화장실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자들은 기존의 세면대, 샤워기, 변기만 있던 단순한 공간에서 탈피해 개인용 헬스케어 센터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이 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으로까지 전파되는 것이다.
또한 화장실 배경을 개인 기호에 따라 바꿀 수 있고, 미리 프로그램 된 수치를 바탕으로 세면대와 변기의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된다.
▶▶ 헬스 모니터: 개인 서비스 공간에 걸맞게 혈압 모니터, 혈중 산소치를 측정하는 핑거 클립, 호흡 분석기 같은 진단용 도구가 갖춰져 있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로 몸의 반점을 찍은 다음 주치의에게 보내면 화상회의 스크린을 통해 원격진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변기를 통해 박테리아와 요당을 측정, LCD 스크린에 측정결과를 보여 준다.
▶▶ 욕조 및 샤워기: 욕조에 물을 채우라고 명령하면 음성을 인식한 욕조가 자동적으로 물의 분량과 온도를 맞춘 후 알람으로 알려준다.
음성제어 샤워헤드(1)를 통해 물의 온도를 음성으로 높이거나 낮출 수 있으며, 물줄기 모양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벽 속에 내장된 센서가 피부의 수분을 모니터하고 물의 이온 수준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샤워부스 안에서도 방수 플라즈마 스크린(2)으로 날씨 예고를 보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수건 역시 필요가 없다. 샤워가 끝나면 벽에 내장된 드라이어(3)에서 바람이 나와 자연스럽게 건조시켜주기 때문이다.
▶▶ 세면대와 거울: 음성으로 수도꼭지(4)뿐만 아니라 거울 속에 내장된 얇은 유기 EL 디스플레이도 제어할 수 있다(5). 뉴스로 채널을 돌리거나 예정된 모임 약속을 점검할 수도 있다.
카운터 탑에 약을 올려놓으면 RFID 해독기가 유해한 약물 상호작용을 검토한다. 칫솔에 있는 센서는 타액 성분을 측정해 충치 진행의 위험성을 경고해준다.
또한 티타늄 산화물로 코팅된 바닥 타일이 산소 이온을 발생시켜 표면의 박테리아를 제거해준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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