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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얼음

주머니 난로 속에 있는 신비의 물질을 사용해 모든 것을 얼려보자.

작가 커트 보네것은 그의 유쾌한 책 ‘고양이 요람’에서 아이스 나인(ice-nine)이라는 결정체에 대해 설명한다.

물을 접촉시키면 모조리 또 다른 아이스 나인으로 바뀌어 버리는 이 결정체를 발명한 발명가는 부엌에서 하루 종일 이것을 갖고 주전자 속의 물을 얼리면서 놀다가 결국 지구를 파멸시키고 만다.

예전에 비슷한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는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보네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

물론 필자에게는 아이스 나인이 없다. 그러나 주머니 난로에 들어있는 소재인 아세트산나트륨을 사용하면 보네것의 소설에 나온 내용을 기가 막히게 재현할 수 있다. 물론 지구의 종말은 제외하고.

가장 작은 결정체를 촉매로 사용하더라도 아세트산나트륨은 한 그릇의 물을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힐 수 있다.

원리는 과포화에 있다. 뜨거운 물은 차가운 물보다 더 많은 아세트산나트륨을 녹일 수 있다. 주전자 속에 있는 끓기 직전 온도의 물에 아세트산나트륨을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계속 집어넣는다.

이 상태에서 주전자를 차갑게 하면 차가운 물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한 아세트산나트륨이 물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과포화 상태가 된다.



물이 차가워져 남아도는 아세트산나트륨은 응결돼 고체 결정이 된다. 하지만 촉매가 있어야 한다. 대개 주머니 난로 안에는 촉매 역할을 하는 작은 금속 조각이 들어 있다.

일단 반응이 시작되면 물이 모두 다 굳기 전에는 멈추지 않는다. 물론 물이 ‘얼어붙는’ 것은 아니다. 신속한 침전 작용으로 인해 주머니 난로처럼 열이 방출될 뿐이다.
아마 보네것은 아세트산나트륨을 가지고 놀아본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가 아이스 나인이 마치 실재하는 물질인 양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조각상을 만들어 본 경험을 가지고 거짓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

실제에서는 병 입구에 결정체 조각이 하나라도 있으면 채 붓기도 전에 응고가 진행되고, 멋진 사진을 찍을 기회를 망쳐 버린다.

아세트산나트륨 조각상 만들기

1. ‘unitenuclear.com’에서 1파운드(454g) 당 24달러를 주고 아세트산나트륨을 산다.
2. 더 이상 녹지 않을 때까지 건조한 아세트산나트륨 조각을 끓기 직전의 물에 넣는다.
3. 물을 냉각시키고 나서 촉매 역할을 하는 금속 조각을 넣으면 용액이 응고된다. 재사용하려면 열을 가해 녹인 후 다시 냉각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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