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뇌수술을 하다보면 두개골을 절개하기 마련인데, 이렇게 하면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회복기간도 길어진다.
하지만 피츠버그 대학 의료센터의 신경수술과장 겸 내시경신경수술센터의 부장인 아민 카삼은 최근 두개골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뇌수술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바로 코를 통해 뇌수술을 하는 것.
이 같은 뇌수술은 흉터가 남지 않는다.
카삼은 콧구멍으로 진입해 비강으로 들어가 두개골 하부에 ‘열쇠구멍(keyhole)’이라고 불리는 작은 구멍을 팠다.
그런 후 뇌를 감싸고 있는 3중의 막을 조심스럽게 벗기면 앞과 뒤로는 이마에서 척추 맨 위까지, 양 옆으로는 양 귀 사이를 잇는 뇌의 하부 전체에 도달하게 된다.
그는 직접 설계한 휘어진 내시경과 내시경의 뒤를 따라 들어가 뇌의 내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GPS 같은 시스템을 사용해 종양을 절개 및 배출하고, 정맥을 고친다.
수술이 끝난 후에는 콧구멍에서 가져온 조직을 사용해 열쇠구멍을 메우기 때문에 수술 자국은 곧 낫게 되고, 눈에 띄는 흉터 역시 남지 않게 된다.
과거에는 뇌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일어서는 데만도 몇 주가 걸렸지만 이 시술법을 사용하면 며칠이면 된다.
현재까지 카삼은 750회 이상의 수술을 시행했으며(이 중에는 어린아이의 뇌에서 야구공만한 종양을 빼낸 수술도 있다), 다른 의사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에서 이 같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몇 명 안 되지만 이 시술의 이점이 널리 알려지면 더 많은 의사들이 코를 통한 뇌수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신경이나 혈관 같은 중요한 기관을 밖으로 내놓는 시술이 계속되는 한 코를 통한 수술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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