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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인류 호빗족은 실재 했었나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왜소 인류, 호빗족 실재 여부 논란 촉발시켜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J.R.R. 톨킨의 소설을 극화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면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키가 매우 작은 호빗(Hobbit)족이 나온다.

세상에서 악을 영원히 추방하기 위해 절대 권력의 상징인 반지를 용암 구덩이에 던져 넣으려고 긴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프로도와 샘이다.

이들은 보통 사람들 키의 70%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다른 인간과 똑 같은,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지혜와 판단력으로 과업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쟁이 인류 호빗족은 실재 했었을까.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의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왜소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화석을 둘러싼 호빗족의 실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1m 정도의 작은 키에 긴 팔을 가지고 있고, 뇌는 큰 자몽 정도인 이들이 정말 난쟁이 인류 호빗족일까.

호빗족 실재 논란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1만8,000년 전의 왜소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화석은 난쟁이 종족 호빗이 실제 존재했었느냐 하는 논쟁을 촉발시켰다.

논쟁의 핵심은 이들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종이냐, 아니면 다른 종이냐 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맞는다면 이들은 오랫동안 현재의 인류와 공존해 온 셈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호빗족은 상상속의 존재로만 그치게 된다.

지금도 이 논쟁은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일단 이들이 현생 인류와는 다른 종이라는 데 동의한다.

호주 뉴잉글랜드 대학의 마이클 모우드 박사는 지난 2004년 10월 네이처지에 플로레스 섬의 석회동굴이 많은 랑부아 지역에서 키 1m 정도의 유골 7개(추후 9개로 증가)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유골은 긴 팔과 보통사람 3분의 1 수준인 380㏄, 즉 큰 자몽 정도 크기의 두개골을 가지고 있었다.

당초 모우드 박사는 이를 어린이 뼈로 생각했지만 이빨의 마모 상태, 두개골 윤곽, 골반과 다리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서서 걸어 다닌 성인 여자로 결론을 지었다.

발견된 지명을 본 따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sis)라고 명명된 이 인류는 자바에서 발견된 직립원인(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즉 100만 년 전 자바에서 배를 타고 플로레스 섬으로 건너온 뒤 키가 작은 인종으로 변했다는 것.

과학자들은 또한 이들이 화산 분출로 거의 모든 동물이 멸종한 1만2,000년 전까지 이곳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플로레스 섬에는 키 1m에 머리가 길고 서로 중얼거리는 것 같은 말을 하는 ‘에부 고고’라는 난쟁이 인간들이 100여 년 전에도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어 최근까지 이들이 살아남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네이처지는 이 인류가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아직도 살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년 후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의 과학자들은 이 인류의 유골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의 초기 인류의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발견된 유골 가운데 성인 여성의 유골을 단층 촬영한 결과, 도구 제작과 같은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뇌를 가진 초기 인류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미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딘 포크 교수는 “호빗족의 뇌가 너무 작아서 침팬지의 뇌와 비슷할 줄 알았는데 더 큰 인류의 뇌와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며 “이들의 작은 뇌에서 도구를 제작하고, 불을 사용하며, 집단 사냥할 수 있는 복잡한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징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호빗족은 소두증 걸린 현생 인류?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모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인류학자를 포함해 일부 과학자들은 이 같은 결론에 반대하며 호빗족이 새로운 초기 인류 종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종의 변종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호빗족은 현생 인류 이전인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 아니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계통학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호빗족이 호모 사피엔스의 변종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들이 ‘소두증(小頭症)’에 걸린 현생 인류라고 설명한다.

2006년 5월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로버트 마틴 박사 등은 이들이 희귀 유전 질환인, 몸집과 두뇌가 쪼그라드는 소두증에 걸린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LB1’으로 표시되는 이 인류의 두뇌 표본이 단순히 왜소인의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작다며 용량이 400㏄도 안 되는 두뇌를 갖고 있는 동물이라면 키가 유골의 3분의 1에 불과한 30㎝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들의 유적지에서 발견된 정교한 도구들은 현생 인류에게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현생 인류가 문제의 섬에 도착한 것은 1만8,000년 전이라는 가설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들은 또 최초 연구진이 LBI을 어린 소두증 환자의 것과 비교했을 뿐 성인 환자의 것과는 비교하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소두증 환자일 가능성을 배제하는 등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즉각 나왔다.

해당 유골이 새로운 인류의 종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던 포크 교수는 “근거가 부실하다”며 냉담한 입장을 보였다.

소두증 환자들의 두개골과 비교한 이들의 연구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세부 사항들을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발견된 두개골 크기를 근거로 이들이 소두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초기 인류의 몸집을 코끼리의 몸집과 같은 방식으로 확대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초 발견자인 모우드 박사도 랑부아 지역에서 단 한 구가 아닌 여러 개의 유골이 한꺼번에 발견된 것은 LB1이 비정상, 또는 질병에 걸린 개체가 아니라 장기간 이 지역에 살았던 종을 대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모우드 박사는 추가로 발굴된 유골들 가운데 연대가 8만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있으며, 이들의 키가 작고 두뇌 크기가 침팬지 정도로 작은 이유를 단순히 질병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호빗족의 조상이 되는 호모 에렉투스는 약 8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건너왔으며, 이들이 고립된 섬에서 포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먹을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게 되자 환경에 적응하면서 왜소하게 진화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호빗족은 현생 인류와 6촌뻘?
올해 LB1의 왼쪽 손목뼈를 분석한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의 매튜 토처리 박사 등도 이 유골이 새로운 종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이언스지 9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토처리 박사는 “문제의 뼈는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유인원이나 초기 인류의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며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손목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토처리 박사는 이어 “현생 인류나 네안데르탈인의 손목뼈는 엄지의 뿌리 부분으로부터 바깥쪽으로, 그리고 손목을 가로질러 힘을 분산시키는 충격 흡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해 호빗족의 뼈는 이와 달리 고대 호미니드(사람과 동물)의 원시적인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조부모로부터 진화한 별개의 종이라면 호빗족의 뼈는 이들과 현생 인류, 네안데르탈인이 공동의 증조부모로부터 출발했음을 보여준다며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진화론적으로 사촌뻘이라면 호빗족은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에게 육촌뻘인 셈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이 처음 섬에 도착한 이후 왜 왜소한 몸체로 진화하고, 그 이후에 도착한 현생 인류는 왜 이 같은 진화를 멈췄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리버맨 교수는 LB1 논쟁에 대한 논평에서 “섬에서 다른 유골들이 추가로 발견되고 현생 인류가 최초로 섬에 도착한 것이 언제인지가 입증돼야 정확한 실체가 규명될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섬에 갇혀 산 결과 왜소하게 진화했다는 가정이 옳다면 섬에 살았던 초기 인류는 랑부아 유골보다 체격이 컸을 것”이라면서 “왜소화된 호빗족과 이들의 조상 중간에 해당하는 크기 및 형태를 가진 유골이 틀림없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호 서울경제 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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