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으로 대신한 자궁은 형편없다.
이제는 실제와 마찬가지로 수정란을 양육할 수 있는 기기가 등장한다.
1978년 첫 시험관 아기인 루지 브라운이 태어난 이래 체외수정(IVF)으로 태어난 신생아의 수는 세계적으로 300만명이 넘는다.
체외수정의 성공률이 꾸준히 높아지고는 있지만 실험실에서 아이를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운에 맡겨야 한다.
실제 미국의 질병관리예방본부에서는 체외수정 시술의 성공률(아이가 출생하는 확률)이 29% 이하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도쿄의 출산 연구가들이 일으킨 기술혁명 덕분에 앞으로 이 비율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후지이 테루오와 그의 동료들은 마이크로칩처럼 생긴 인큐베이터를 고안했다.
이 인큐베이터는 실제 자궁과 마찬가지로 초기 상태의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현재 체외수정 시술을 할 때에는 수정란을 실제 자궁과 전혀 닮지 않은 실험용 용기 속에서 기르고 있다.
후지이는 “우리는 수정란을 실제 사람의 몸속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기르고 싶다”고 말한다.
후지이 팀은 우선 쥐를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인간의 수정란을 가지고 실험했다.
아직 사람의 수정란을 착상시키지는 못했지만 쥐를 가지고 한 실험은 꽤 가능성이 있었다. 실험 팀은 쥐의 초기 수정란 중 88%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이크로칩 자궁으로 인공자궁의 새 패러다임 열려
이 팀의 최종 목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있는 완벽한 인공 자궁을 만들어 건강하고 착상 준비가 된 수정란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후지이는 밝혔다.
이 기기는 매년 불임 클리닉을 찾는 약 120만명의 여성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다.
쥐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후지이 팀은 2층의 실리콘 마이크로칩 사이 바닥에 쥐에게서 추출한 자궁세포를 깐 다음 조심스럽게 10개의 쥐 난자를 넣었다.
그 다음 쥐의 정자를 집어넣자 난자 중 몇 개가 수정됐고, 그 후 48~72시간 동안 이 칩 위의 자궁에서는 여러 개의 수정란이 신속하게 세포분열을 했다.
진짜 자궁에는 완벽한 액체가 들어있다. 나팔관과 자궁에서는 수정란의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 단백질, 기타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반면 실험용 용기에서는 이렇게 복잡한 세포 반응을 모방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칩은 마치 자동 세차기처럼 주기적으로 세포 생존에 필요한 액체를 세포에 뿜어준다. 즉 1조분의 1리터의 액체를 세포에 뿜고, 작은 방이 난자를 가둬둘 수 있게 하며, 영양성분이 너무 묽어지는 것을 막도록 프로그램 돼 있다.
이 칩의 장점은 수정란이 피펫(극히 소량의 액체 또는 가스를 옮기는 데 쓰는 작은 관)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에도 물리적인 손상이나 또는 온도변화를 통한 치명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스트레스가 덜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시험관과는 완전히 다르다.일리노이 대학에서 체외수정 체계를 만들고 있는 생식생물학자 매트 휠러는 “마이크로칩을 사용함으로써 나팔관 속의 작은 부분을 모방한 인공 자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 기기는 아이를 출산하는 용도 이외에도 유전자 변형된 동물세포 및 줄기세포를 기르는 데 쓸 수도 있다. 또한 이식 불가능한 장기를 배양하는 데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불임치료 시술은 아직도 윤리적이고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절차며, 이 기술이 일선 병원에 보급되기까지는 앞으로도 5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후지이는 말하고 있다.
연구가들은 이 기기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의 체내에서 생기는 일들, 수정란이 원하는 것들, 모체가 어떻게 수정란을 기르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쥐 수정란은 재래식 실험용 용기(B)에서보다는 마이크로칩(A)에서 더욱 건강하고 빠르게 자란다. 세포 다발들이 작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성장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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