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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프로그래머

데이브 아놀드는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는 ‘하이테크 요리’의 대가(大家)다.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조차 기존의 물리학 법칙을 깨는 신 메뉴의 개발을 위해 그를 찾아온다.

진토닉 요리(?)

미국 뉴욕의 프랑스 요리 연구소(FCI)의 실습용 주방. 데이브 아놀드가 자신의 요리연구실 격인 이곳에서 진(gin)과 토닉(tinic)을 꺼내들었다. 진토닉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가 만들려고 하는 진토닉은 동네 어귀의 칵테일 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해 그는 지금까지 그 어떤 곳에서도 구경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진토닉을 ‘창조’하려고 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아놀드는 가장 먼저 라임 주스를 좀 더 맑게 정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토닉이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맑은 빛을 띠어야 완벽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주의! 액체질소’라고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 실험장비들로 가득 찬 카트 하나를 끌고 나왔다.

여기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다국적 제약업체 엘리릴리사에서 헐값에 구매해 요리용으로 엉성하게 개조한 회전 응축기도 올려져 있다. 그를 돕기 위해 연구소 소속 요리사인 V.P.닐스도 옆에 섰다.

기본적인 준비가 갖춰지자 아놀드는 과육들이 둥둥 떠 있는 갓 짜낸 연두색의 라임 주스 1리터를 파이렉스(Pyrex) 재질의 특수 유리용기 안에 부었다.

이후 이 용기를 정밀 온도제어 기능을 갖춘 중탕냄비 속에 담가 기화시켰는데, 용기의 일부분만 잠기도록 해 주스의 온도가 실온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유지될 수 있게 했다.

주스를 기화시킬 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 술의 맛과 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탕냄비의 스위치를 올리자 기화된 라임 주스 기체가 응축기 속으로 들어간 뒤 투명한 액체로 변해 비커로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증류된 라임 주스 액은 라임 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강한 맛이 많이 없어진다.

이에 아놀드는 즉시 라임 주스의 맛을 되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비커에 4.5%의 구연산 파우더, 1.5%의 사과산, 0.1%의 호박산(succinic acid)을 첨가한 후 전자장 교반기 위에 올려놓고 작은 자성 막대를 주스 속에 넣은 것. 그러자 막대가 주스를 휘저으며 산(acid) 가루를 녹이기 시작했다. 아놀드는 이를 바라보며 “저게 바로 진정한 라임 액이지”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 작업이 끝나고 퀴닌(quinine) 파우더, 설탕과 물을 2:1로 혼합한 설탕시럽, 그리고 물을 약간씩 첨가하자 2시간여에 걸친 그의 작품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춰갔다.

아놀드가 직접 만든 진은 이제 그의 마음에 쏙 드는 향이 우러나는 중성주가 됐고, 그 후 증류과정(불법이기는 하지만 과학의 이름으로 용서가 된다)도 거쳤다. 그는 이 아놀드 표 진과 함께 섞을 증류액도 직접 만들었다.

여기에는 오이 2개, 셀러리 립(rib), 얇게 썰어 구운 오렌지, 고수 잎과 태국 나륵풀 한 다발이 필요하다. 이들을 거칠게 다진 다음 1ℓ의 앱솔루트 보드카와 함께 용기에 넣어 회전 응축기를 통해 증류시키면 된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만든 진과 증류액을 1:1의 비율로 섞은 후 탄산(CO2)가스를 주입시켜 냉동실에서 20분간 얼리면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다. 이제 칵테일 잔을 하나 찾아 부어 마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의 술은 칵테일 바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진토닉이 틀림없으며, 전통의 냄새마저 풍기는 명실상부한 증류주다.

그는 “칵테일 한잔 만들어 먹기 위한 방법으로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나는 내 자신이 만든 술이 너무 맛있다”고 말한다.

사실 과정은 복잡해도 맛에 대한 부분은 정말로 탁월하다. 마티니만큼 강하면서도 오렌지 주스만큼 순하다. 강렬함과 신선함을 모두 갖춘 그 맛은 마실 때는 물론 냄새를 맡을 때에도 음미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고수 잎, 구운 오렌지, 오이에서 우러난 상쾌한 영국식 맛과 향기는 이 술을 만들기 위해 3시간이나 투자했다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대단하다.

아놀드는 “이 조리법은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상상력을 다 동원해 개발해 낸 결과물”이라며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정에서 이 방법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더 큰 모터

데이브 아놀드는 오늘날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일명 ‘분자 요리학 (molecular gastronomy)’의 막후에 있는 인물이다.

세계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과학자 출신의 요리사 와일리 듀프레슨이 ‘007 제임스 본드’라면 아놀드는 그가 사용할 첨단무기를 만들어주는 ‘Q’격이다.

아놀드는 과거 법률사무소 직원, 공연 예술가, 도미노 피자의 배달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지만 지금 그는 요리사들의 원대한 꿈을 이루어주는 요리 프로그래머가 됐다.

요리사들의 꿈이란 탄산가스가 가득 찬 톡 쏘는 수박, 젤라틴이 들어있는 미트볼, 거품 형태의 스프와 소스, 국수 모양의 새우 살, 내부는 뜨겁고 외부는 액체질소로 냉각시킨 디저트, 테이블 바로 옆에서 레이저로 구운 바닐라 콩 등과 같은 것들이다.

참고로 아놀드는 처음에 테이블 옆에서 레이저로 음식을 굽는 것이 불을 사용하는 것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정말 재미있고 독특한 발상임에 틀림없다.

이런 멋진 요리들은 엄청난 연구와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실화되기 힘들다. 이 연구개발이야 말로 새치가 드문드문 난 36세의 요리 예술가이자 과학자이며 독학으로 깨우친 기계공학자인 아놀드의 주 전공분야다.

사실 그는 예일대학에서 철학과를 이수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 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이 같은 경력의 아놀드는 지난 2005년 첨단과학과 도구, 완벽한 논리를 통해 전통요리를 발전시키기 위한 FCI의 신설 부서인 요리기술부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인기 있는 요리강사의 자리를 꿰찼다.

그가 지금처럼 요리의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는 기술의 힘에 크게 심취하게 된 것도 따져보면 이 유명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가 언젠가 개량한 적이 있는 투입식 혼합기(blender)는 이 같은 그의 열정을 잘 설명해준다. 당시 소스 접시나 스프 그릇에 담긴 퓌레(puree)로 요리를 만들 때 모든 요리사들은 스틱형 혼합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아놀드가 구상하고 있던 특별한 요리에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이 혼합기는 너무 약했다. 아놀드는 여기에 18볼트 배터리를 달았고 모터도 초강력 드릴용 모터로 교체했다.

그는 “이를 통해 혼합기의 파워가 업소용 밀크쉐이크 제조기에 버금갈 만큼 강력해졌다”며 “강력함으로 유명한 비타믹스(vita-mix) 믹서기처럼 모든 요리재료를 부드럽게 갈아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길거리 음식인 콘도그(corn dog, 꼬챙이에 끼운 소시지를 옥수수 빵으로 싼 핫도그)와 관련한 장비도 새로 개발했다.

콘도그는 음식의 특성상 충분한 고열을 가할 수 없어 소시지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제 맛이 나지 않고 소시지와 붙어있는 반죽도 완전히 익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놀드는 독일의 전통 케이크인 바움쿠헨(baumkuchen)에서 영감을 얻어 이 문제를 해결해 냈다.

바움쿠헨은 회전식 바비큐 통닭처럼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쇠꼬챙이에 끼워져 구워지는데, 이와 같은 회전식 구이기에서 소시지를 구워낸 후 반죽을 얇게 입혀주는 것이 그것이다.

현재 그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들과 같은 주방에 머물며 함께 요리를 연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창의적 사고 덕분이다.

실제 아놀드는 지난해 미국의 떠오르는 10대 요리사로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장에게 술에 탄산가스를 주입하는 기술을 전수해줬다. 또한 미국 뉴욕의 유명 프랑스 레스토랑인 장 조지스(Jean Georges)에도 특수 주사기를 만들어 줬다.

이 특수 주사기는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푸스카페 칵테일을 만들 때 차가운 젤라틴 위에 뜨거운 젤라틴을 부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시카고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요리사 찰리 트로터는 “아놀드는 결코 자신만의 독특한 천재성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그는 요리사들이 꿈에 그려왔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용접공용 보호재킷을 입은 아내가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는 동안 아놀드는 ‘불 뿜는 용’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불 뿜는 용이란 다름 아닌 눈 스프레이다.

그는 삼각대 위에 휘발유를 분출하도록 개조한 눈 스프레이를 고정시켜 놓고 아무런 보호 장비도 갖추지 않은 자기 자신을 향해 불기둥을 발사시킬 계획이다.

그는 미술대학에서 봤다면 그나마 수긍이 갔을 법한 이 무모한 도전을 앞두고 “스프레이의 분출구에 란셋(lancet) 바늘을 찔러 넣을 수 있다면 불의 발사를 막을 수 있고 용과의 승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대로 용이 이긴다면? 아마 그는 큰 화상을 입을 것이다.
아놀드가 하는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은 이런 행위만큼이나 무모하고 과격하다. 그러나 그가 매번 위험천만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84년 출간돼 요리과학의 바이블로 꼽히는 ‘음식과 요리(On Food and Cooking)’의 저자 해롤드 맥기는 아주 오래 전 아놀드와 맨해튼 전역의 외국 식자재 시장을 이 잡듯이 뒤지고 돌아다녔다.

자신이 새로 발견한 태국산 식품 첨가제인 물장군(water bug) 추출물의 원재료를 직접 봐야겠다고 아놀드가 우겼기 때문이었다.



맥기는 “살아있는 물장군에서는 여성용 매니큐어 냄새가 조금 섞인 배 향기가 강하게 난다”며 “아놀드는 그게 무엇이든 직접 찾아내서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 두려움 없는 탐구정신은 유년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에서 태어나 15세가 될 때까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다 먹었다.

요리에도 일찍 눈을 떠 초등학생 시절부터 자신이 직접 개발한 양념을 넣고 닭고기를 요리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주말이면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나 자신만의 스타일로 아침식사를 만들어 부모에게 대접하는 그를 ‘괴짜 요리사’로 불렀다.

그가 시도한 모험적 요리 중에는 기름을 듬뿍 넣고 튀긴 야채도 있었다. 아놀드는 “초등학교 5학년이 부모님 몰래 그런 튀김을 만들다니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괴짜였기는 했지만 그의 손재주만큼은 가족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의사였던 어머니,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핏줄의 힘이었다.

이러한 탓에 그는 항상 과학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예일대학에 입학해 과학 교양과목을 들은 후 그 같은 생각이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에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치부하고 과학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그러던 중 그는 대학 3학년 시절, 건축학도로서 유명 설계업체 시저팰리사에 인턴으로 근무 중이던 현재의 아내 제니퍼 카펜터를 만나면서 다시한번 과학과 인연을 맺게 된다. 여자친구와의 얘깃거리를 늘리기 위해 그녀의 전공분야를 공부해 보기로 결심한 것.

그래서 그는 조각 수업의 수강을 신청했고, 이곳에서 용접기술을 처음 배웠다.
용접으로 기계를 만드는데 푹 빠져버린 그는 결국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미대에 입학키로 결심,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했다. ‘괴짜 어린이 요리사’의 인생에 요리라는 단어가 재차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다.

그가 관심 있게 지켜본 퍼포먼스 중에는 일본 나가사키 모양으로 만든 케이크를 박살내 버리는 것이 있었는데, 아크 용접기술과 눈 스프레이 화염발사기는 여기서 매우 유용한 장비였다.

요리, 기술, 기계의 삼위일체

1990년대 후반 그는 자신이 구상한 ‘요리과학’을 구체화하기 위해 제니퍼와 함께 한 무허가 옥탑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곳에서 아놀드는 소형 냉장고와 히터, 다목적 싱크대를 조합해 각종 실험을 할 수 있는 접이식 주방을 만들었다.

주방을 굳이 접이식으로 한 것은 실험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나 굉음을 듣고 집주인이 찾아왔을 때 손쉽게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서다.

우려와 달리 집주인이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자 아놀드는 곧 대담해졌고, 레스토랑 관련 설비를 경매하는 사이트를 찾아내 두개의 슬라이드 도어가 달린 음식물 판매용 냉장고(deli case)를 65달러에 사들였다.

그는 “파티를 열기 위해 아이스크림 8통, 맥주 5팩, 샴페인 3팩, 햄 1개, 칠면조 1마리, 그리고 모든 간식을 다 넣어도 자리가 남았었다”며 “안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냉장고가 삶 전체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이후에도 그는 폐업한 멕시코 음식점에서 튀김 기계를 구매했고, 브로일러(broiler) 그릴, 대류식 가스 오븐 등 음식점에서나 사용하는 각종 주방기기들을 하나 둘씩 사서 모았다. 특히 그는 이때 대류식 가스 오븐이 흡족하게 작동하지 않은 것을 계기로 각 기기들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개조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아놀드는 맨해튼에 있는 유명한 실험적 레스토랑 ‘WD-50’을 알게 됐다.
아놀드의 경우 메틸셀룰로오스를 활용, 오븐에 구울 필요 없이 압축 휘핑크림을 꺼내 곧바로 스펀지케이크를 만들어낸다.

정크 푸드라는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들 하이드로콜로이드는 천연재료다.

한천과 카라기난은 해조류, 젤라틴은 소뼈나 돼지 뼈에서 얻으며, 펙틴(pectin)은 감귤이나 사과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이들 중 한천의 경우 태국에서 수 백 년 간 일반적 요리재료로 쓰인 물질이다.

새로 등장한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transglutaminase)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다. 생선살을 닭고기에 붙인다던지, 홍어 지느러미를 돼지 뱃살에 붙인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물질을 ‘고기 접착제(meat glue)’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05년 듀프레슨은 트랜스글루타민을 사용해 생선 퓌레를 국수에 붙였는데, 맛과 아이디어가 모두 돋보인 요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첨가물에도 태생적인 한계는 있다. 그릇된 사용으로 말미암은 좋지 않은 인식이 그것이다.

아놀드는 “수십 년 동안 이 첨가물들은 식품의 유통기한 연장, 지방함량 감소, 용이한 냉동, 운송 중 변질 방지, 단가하락 등을 위해 주로 사용됐다”며 “이 과정에서 하이드로콜로이드가 마치 음식의 질을 떨어뜨린 원흉처럼 돼 버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 요리사들은 이 물질들이 음식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최고의 요리사들조차도 좀 더 나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 이 재료들을 사용한다.

물론 이들 중 자신이 하이드로콜로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거의 불명예 때문에 자칫 요리의 품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해서다.

아놀드는 “자신의 요리를 사랑하는 극소수의 요리사만이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며 “이 재료들은 경제적 이유에서 사용될 수도 있지만 유명 요리사들은 맛과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이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듀프레슨은 하이드로콜로이드의 문제는 결국 학습의 문제라고 평가한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야 하이드로콜로이드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하고 있다”며 “이 덕택에 요리사들이 음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과학자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과학자들은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리를 설명하고 요리사들은 그 원리를 이해해 좀 더 낳은 요리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법

아놀드가 FCI에 입사할 당시 연구소에서는 그에게 새로운 실험실을 지어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실험실은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작은 골방에 마련된 침실 한쪽에서 인터넷을 통해 중고 요리장비들을 찾아 헤맨다.

얼마 전에는 판매자의 실수로 엉뚱한 카테고리에 넣어져 팔리지 않고 있던 아주 좋은 상태의 진공 컨트롤러를 헐값에 구입하는 횡재를 하기도 했다. 지금은 주스를 좀 더 빠르게 정제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언제나 예산이 가장 큰 문제지만 요즈음은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침실 두개짜리 아파트의 부족한 수납공간도 그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연구를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지금 페스트리 전문 요리사인 이우치니와 함께 초현대식 칵테일 바를 차릴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이 바를 사람의 눈과 경험에 의존했던 고전적이며 해묵은 혼합기법을 대신해 초현대식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와인과 주스에 탄산가스를 주입해 목구멍이 얼얼할 정도로 톡 쏘는 칵테일, 부드럽고 달콤한 질소산화물 거품이 일품인 버번 위스키, 얼음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극저온 음료수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종종 아놀드는 이 같은 자신의 요리법이 너무 급진적이라거나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사용해 보다 나은 요리를 만들자는 생각이 왜 일시적·급진적 유행이냐”고 반문하면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법으로 한 차원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계란 프라이 속에 빠진 껍질 제거하는 법

과학적 원리: 계란 프라이를 직접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계란을 깰 때 함께 빠져 들어간 껍질 조각을 빼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것이다. 질척질척한 흰자 속에서 아주 작은 물체를 제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식품과학 관련 저서를 쓴 헤롤드 맥기는 “액체 상태의 계란은 단백질 덩어리로 점성이 강하고 질척거린다”며 “껍질을 빼내려고 손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건드리면 더욱 깊이 들어가 버리기 일쑤”라고 설명한다.

해결책: 맥기는 제빵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던 방법을 추천한다. 바로 조개껍질을 사용하는 것. 조개껍질 조각의 날카로운 부분을 활용하면 흰자 속에 아무리 깊이 묻혀있는 껍질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개껍질은 계란의 단백질도 칼로 자르듯 가를 수 있다”고 말한다.

냉장고 냄새 제거법

과학적 원리: 많은 주부들이 베이킹 소다를 냉장고 속에 넣어두면 냄새가 없어진다는 상식을 알고 있다.

여기에는 탄산수소나트륨 (중탄산나트륨)이 적정 pH 농도를 갖고 있어 강한 산성을 완화시키고 용액의 pH를 안정시킨다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냉장고 냄새는 대개 산(酸) 때문인 경우가 많고 유제품에 들어있는 젖산 성분이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베이킹 소다를 넣어주면 산이 중화돼 냄새가 줄어드는 것.

그러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냉장고라는 박스와 분말인 베이킹 소다의 특성상 냉장고 내부의 공기로 침투하는 베이킹 소다의 양은 매우 적다.

더욱이 베이킹 소다는 습기와 만나면 딱딱하게 굳어지므로 오랫동안 넣어둔다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해결책: 흡착성이 강한 활성탄이 냉장고 내부공기에 함유된 냄새를 제거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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