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애플 + 폭스바겐 = 아이카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휴대폰 ‘아이폰(iPhone)’을 출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컴퓨터 제조기업 애플(Apple)이 전자제품에 이어 자동차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애플이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양사의 첨단기술을 융합한 신개념 자동차 ‘아이카(iCar)’의 공동개발을 논의한 것.

컴퓨터에서 전자기기로, 또다시 자동차에 도전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i)’ 광풍이 다시한번 전 세계를 강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 애플?

지난 8월 말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았다.

매킨토시로 유명한 미국의 컴퓨터 제조기업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미팅을 가졌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눌 계획으로 알려졌다.

최근 다수의 다국적 완성차 메이커들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기능 확보를 위해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접속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채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그룹 오너의 만남은 일견 일상적인 기업 활동의 하나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 세계 산업계, 특히 자동차업계는 이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만남의 주요 논제가 단순히 아이팟의 활용방안 모색이 아니라 양사의 첨단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개념의 승용차를 공동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양사의 회동 소식을 전하며 아이팟과 아이폰(iPhone)의 히트로 자신감을 얻은 애플이 폭스바겐과 일명 ‘아이카(iCar)’로 명명된 차세대 자동차의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대변인을 통해 “양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미래사업 구상의 일환으로 회동을 갖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했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된 사안은 몇 개에 불과하다”는 식의 다소 애매한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아이카에 대한 보도내용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인터넷상에는 애플의 로고인 사과 모양의 아이카,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 아이카 등 네티즌들이 상상한 독특한 디자인의 아이카 사진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이카 관련 소문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돼 오는 2008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출시될 것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딱정벌레와 아이팟의 조우

하지만 이 같은 네티즌들의 주장은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하다. 양사의 미팅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아이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뭐 하나 명확히 확인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전문가들은 최근 자동차업계의 트렌드와 양사의 강점을 감안할 때 아이카가 사무기능과 오락기능을 모두 겸비한 인포테인먼트형 ‘스마트 카(smart car)’ 형태를 띨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비틀(Beetle)로 대변되는 폭스바겐의 소형차 제조 기술력과 아이폰, 아이팟으로 쌓인 애플의 엔터테인먼트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최강의 스마트 카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파워와 첨단 편의장치, 탁월한 연비를 갖춘 2인승 소형차 스마트 카가 자동차업계의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카는 단순히 첨단제품을 장착한 업그레이드형 소형차를 넘어 전혀 새로운 디자인으로 구현될 것임은 당연하다.

사실 폭스바겐과 애플은 예전에도 한차례 손을 잡은 적이 있다. 지난 2003년 폭스바겐이 뉴 비틀을 미국시장에 출시하면서 구매자들에게 아이팟을 무상 증정하는 이벤트를 애플과 공동 추진했던 것.

하지만 아이카는 이 같은 프로모션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개발 단계부터 양사가 공동으로 참여해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완벽한 의미의 인포테인먼트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모바일기기와 인터넷의 접속 여부는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다수의 메이커들이 아이팟 접속이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드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싱크시스템(Sync system)’을 탑재한 모델을 금명간 출시할 계획이다.

싱크는 일종의 차량 내부통신 및 오락시스템으로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 MP3를 틀어주거나 문자메시지를 읽어준다.

애플이 아이팟으로 시작된 모바일기기 사업을 아이폰에 이어 자동차로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다.



미래 자동차의 화두는 ‘디지털’

폭스바겐과 애플의 이번 행보는 앞서 언급했던 포드와 MS의 싱크시스템 공동개발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라이벌격인 두 회사가 연합해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개발에 나서자 그 대응 방안의 하나로 아이카 논의가 시작된 것.

BMW 또한 인텔과 함께 이동사무실 기능을 갖춘 BMW7 시리즈를 개발 중인데, 여기에는 운전자가 무선 랜에 접속해 프린터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이 장착될 예정이다.

이처럼 자동차업계가 정보기술(IT) 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 모델들의 디자인과 성능이 과거에 비해 상향평준화되면서 디지털 방식의 편의장치가 자동차 판매에 핵심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역시 차량용 디지털시스템이 미래 캐시카우(cash cow)가 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 업체와의 합종연횡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

MS가 독일 지멘스와 엔터테인먼트 제품 및 내비게이션의 개발에 합의한 것이 좋은 예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아이카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선례에서 보듯 애플은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생각치 못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혁신적 자동차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애플, 소니, 지멘스 등 전자업체를 넘어 구글, 야후 등 인터넷 업체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징적인 사실은 폭스바겐-애플, 포드-MS처럼 전략적으로 밀접한 상호관계를 유지하는 기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각 업체들이 특정기업과 독점적인 제휴를 맺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선점을 통해 업계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업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기업들과 가능한 다각적인 관계를 구축, 경쟁사들에 비해 다양하고 앞선 기술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폭스바겐은 애플 외에도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 세계적인 그래픽카드 업체인 엔디비아와 차량용 3D 내비게이션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애플도 아이팟 내장 등을 위해 포드, GM, BMW, 마쓰다와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애플은 또 재규어와 공동으로 차량용 컴퓨터 시스템을 위한 인터페이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09년 출시될 메르세데스 벤츠의 차세대 내비게이션을 개발한다는 소문도 있다.

인간과 호흡하는 자동차

자동차업계가 IT업계와의 연합으로 얻고자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인간 친화적 인터페이스, 즉 HMI(Human Machine Interface)다.

이는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주목받는 연구개발 분야의 하나로서 기계와 인간(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한층 원활하게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전자·전기제품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바로 이 시기에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탁월한 HMI 능력을 선보이며 자동차업계의 최고 조언자로 떠오른 것.

그동안 애플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더 편리하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왔다. 세계 자동차업계가 아이카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같은 기업문화에 기반한다.

아이팟과 아이폰의 선례에서 보듯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의 혁신적인 자동차가 애플에 의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인의 관심은 애플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정체기를 맞고 있는 자동차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덧붙여 31년 전 폭스바겐의 미니버스 ‘불리(BULLI)’를 판매한 돈으로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 회장이 폭스바겐과 함께 아이카로 다시한번 비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을지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그 결과야 어찌됐든 자동차와 IT라는 양 진영의 결합은 차량 내에서 가정용 PC의 기능 일부를 즐기는 차원을 뛰어넘어 ‘자동차=컴퓨터’의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글_박경민 테크타임즈 전문기자 jeno426@hanafos.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