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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가 미래의 초대용량 저장장치

박테리아 하나에 24만자, 좁쌀만한 공간에 장편소설 1,000권 분량 저장 가능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미래에 우리가 사용하게 될 저장장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고집적 메모리일까, 아니면 수백~수천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고용량 하드디스크일까.

놀랍게도 일본의 한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박테리아의 DNA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고해상도 영화파일이나 사진이미지 등 각종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웬만한 저장매체로는 감당하기 힘겨울 만큼 넘쳐나고 있다.

반면 이들을 저장 및 열람하는 기기는 휴대폰이나 PDA, 입는 컴퓨터처럼 늘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지기를 원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메모리반도체나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들은 끊임없이 집적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기존 기술로는 점점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상태다.

바로 이 문제의 대안으로 일본의 과학자들이 무제한의 저장용량을 갖춘 하드드라이브의 개발에 돌입했다.

이들이 미래의 저장매체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박테리아’다.

일본 도쿄 근교의 게이오대학 첨단생물과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올해초 아인슈타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박테리아의 DNA에 ‘E=MC2 1905’라는 문구를 새긴 사실을 공표했다.

당시 연구팀은 이 문구를 2진 코드(binary code)로 바꾼 뒤 특정 DNA의 뉴클레오티드(nucleotide) 배열에 집어넣는 기술을 시연했다.



이들은 데이터의 손실 방지를 위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낮고,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는 간상균을 사용했다.

데이터 백업의 일환으로 간상균의 게놈에도 데이터를 입력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처럼 박테리아의 DNA를 활용할 경우 단 하나의 박테리아에 무려 24만자 분량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다.

좁쌀만한 공간에 장편소설인 ‘전쟁과 평화’ 1,000권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생체 하드드라이브의 잠재력은 데이터 저장에만 쓰이는 기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프로젝트의 자문위원인 오하시 요시아키는 “제약 회사 등 기업들은 위조품 방지를 위해 이 기술을 활용, 자사 제품에 정품 표시를 할 수 있다”며 “스파이들의 경우 박테리아에 정보를 담아 이동하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기밀을 전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게이오대학 연구팀은 이제 막 특허를 출원했을 뿐이다.

박테리아 저장장치의 개발이 성공할지, 상업화가 이루어질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항균 비누 때문에 박테리아 하드 드라이브가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식의 걱정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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