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다빈치의 무단 변속기 아이디어를 부활시켜 자전거의 기어를 바꾼 설계자들
1990년대 후반 도널드 밀러는 자신의 차고에서 안전하지도 않고 실용성도 없는, 그래서 엎드려서 타야 하는 낮은 자전거를 만들고 있었다.
이 샌디에이고 출신의 사이클 선수이자 전직 부동산업자, 그리고 현재는 발명가인 밀러는 “그저 더욱 효율적인 자전거를 만들어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밀러는 결국 자전거의 구동장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전통적인 톱니바퀴형 기어가 자전거의 발전을 저해한 가장 큰 장본인이라고 본 것이다.
마을 건너편에 사는 자전거 설계자 토니 엘스워스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엘스워스 핸드크래프트 바이시클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더욱 운전자 친화적인 자전거를 만들려면 과거의 기어변속 장치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자전거에 짐을 많이 실으면 기어변속 장치는 작동이 시원찮으며,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기어 비(gear ratio)는 사전에 정해진 대로만 바꿀 수 있다.
밀러는 “사람을 포함해 모든 엔진은 최적의 출력을 내는 속도가 있다”고 말한다. 기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자전거 운전자는 어떤 조건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속도를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그러다가 밀러는 고정된 기어가 없는 무단 변속기(CVT)에 주목했다. 이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1490년대에 그린 스케치에서 구상한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는 이미 도요타의 프리우스 등 여러 곳에서 약간씩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무단 변속기 중 수동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1999년 밀러는 현재의 누빈치(NuVinci) 트랜스미션을 낳은 멋진 해결책을 떠올렸다. 후방 허브 내에 두 개의 금속 디스크를 넣는 것이었다.
하나는 페달을 밟을 때 나오는 힘을 전달하고, 다른 하나는 그 힘을 받아 바퀴를 굴린다. 그리고 그 두 디스크 사이에는 볼 베어링을 넣어 자전거 운전자가 수동으로 그 기울기를 조작하는 것이다.
볼 베어링을 넣어 자전거 운전자가 수동으로 기울기를 조작하면 볼 베어링과 디스크가 맞닿는 면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이 자전거는 정해진 기어 비 사이로 딱딱 건너뛰는 게 아니라 원하는 기어 비로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다.
엘스워스는 지방신문에 나온 밀러의 회사 폴브룩 테크놀로지스사의 기사를 읽고는 누빈치야 말로 자신이 원하던 해결책임을 알았다. 그는 “그것이야 말로 사람과 자전거 간의 궁합을 맞추는 혁신적인 설계방법이었다”고 말한다.
엘스워스는 폴브룩 테크놀로지스가 라이벌인 캐논데일사보다 자신의 회사와 합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시킨 후 온 힘을 기울여 누빈치 트랜스미션을 사용하는 새로운 자전거를 설계했다.
허브는 경주용 자전거용으로는 아직 너무 무거웠지만 ‘라이드’ 같은 일반 자전거용으로는 조작하기 쉬웠다. 느긋하게 몰고 다닐 수 있는 이 자전거의 다이얼을 돌리면 원하는 수준에 딱 맞도록 기어 비를 바꿀 수 있다.
전 포드 변속기 기사이던 안젤로 귀도는 누빈치의 설계가 풍력발전 터빈, 농기계, 자동차 등에도 응용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런 물건을 생각만 해왔다”면서 “하지만 누빈치 설계야 말로 무단 변속기의 500년간 꿈을 최초로 실현시킨 간단하고, 강력하며, 검증된 설계”라고 말했다.
엘스워스는 더욱 운전자 친화적인 자전거를 만들려면 과거의 기어변속 장치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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