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단파로 기적 일으키는 마법사
프랭크 프링글은 극초단파를 활용, 폐기물에서 휘발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해 낸다
프랭크 프링글이 개발한 폐기물 재활용 장치 호크 10은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 힘든 마술같은 기계다.
이 기계에 투입되는 원료는 타이어나 돌덩이, 플라스틱 컵 등 쓰레기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몇 초 후에 휘발유와 천연가스가 되서 나온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다국적 정유사들이 자신을 암살할지도 모른다는 프랭크의 우스갯소리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을 정도다.
호크 10은 극초단파를 활용, 탄화수소 (hydrocarbon)를 함유한 물질들로부터 석유와 경유, 천연가스를 추출해 낸다.
주로 폐기물이나 쓰레기들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에 탄화수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호크 10의 원료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금명간 출시될 첫 번째 상용모델은 매 시간마다 타이어, 플라스틱, 비닐 등의 폐기물을 10톤씩 먹어치워 1,700만 BTU(열량 단위)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는 95만6,000BTU에 불과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 효율이 엄청나다.
프랭크가 호크 10의 개발에 본격 나선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우연히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큰 화염을 보고 이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
그는 집으로 돌아간 직후 자신이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었던 극초단파 발생기에 타이어 조각들을 넣었다.
그러나 타이어 조각들이 검은 재처럼 변했을 뿐 타이어 속 에너지를 끄집어낼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기계를 끄고 몇 시간 후 돌아와 보니 작업실 바닥에 정체모를 검은 액체가 고여 있었다.
완전히 우연이었지만 그가 폐타이어로 석유를 만들어낸 것이다.
석유는 탄화수소 분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극초단파가 타이어에 가해지면 타이어 속 탄화수소 분자들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원래 성분인 검은 탄소 덩어리와 탄화수소 가스로 분리된다.
바로 이것을 태워 압축하면 액체연료가 된다. 프랭크가 발견한 검은 액체는 극초단파를 쏘인 타이어에서 나온 가스 중 일부가 작업실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응축되면서 생성된 경유였다.
그는 타이어에 이런 반응이 일어났다면 다른 탄화수소 제품 또한 같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각 물질에 맞는 최적의 극초단파 파장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말이다. 문제는 이 작업이 확률적으로 1,0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
이에 프랭크는 10년간 100만달러를 투자, 수백 가지의 재료들을 놓고 정확한 진동수를 밝혀냈다. 진동수 확인이 끝나가던 2004년, 그는 절친한 친구이자 엔지니어였던 호크 호건과 함께 호크 10의 상용화에 돌입했다.
첫 주문은 뉴욕 롱아일랜드의 한 자동차 재활용 업체에서 이뤄졌다. 폐차장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510만 달러짜리 모델이었다.
소형버스 크기의 이 기계는 내년 2월 납품될 예정이다. 곧 추가 주문도 예정돼 있다.
미 육군에서는 호크 10을 이라크로 보내 음료수병과 식품용기를 재활용할 계획을 세웠으며, 석유 회사들도 이 장비를 이용해 암반에 갇힌 석유를 가스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
프랭크는 지금도 주문받은 기계를 제작하는 틈틈이 새로운 물질의 진동수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석탄의 일종인 ‘역청탄(bituminouscoal)’을 가스 연료화 하는데 성공했다.
어떤 물질이건 호크 10에 들어가면 몇 초 후 석유로 변한다. 쓰레기도 이제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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