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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시대의 동반자 영장류

영장류는 동물계에서 가장 진화한 사람을 포함해 매우 원시적인 원숭이인 나무타기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진화 단계의 동물을 한 군(群)에 포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진화, 언어, 학습, 행동연구 분야의 주요 실험대상이 돼왔다.

영장류는 특히 유전적인 측면은 물론 기본적인 신체조건이 사람과 거의 유사해 인간의 난치병 치료 연구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영장류가 생명공학시대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병장수라는 인류의 꿈을 위해 과학자들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난치성 질환과 장애극복을 위한 이종(異種)간 장기이식 연구 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해부생리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靈長類)의 활용이다.

영장류는 생명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바로 인공장기의 개발이다. 현재 여건상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대부분은 장기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장기이식 수요를 현재와 같이 뇌사자의 장기 기증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장기의 개발이 난치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인공장기는 심장박동기와 같은 기계식 장기와 줄기세포, 이종장기 등과 같은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바이오장기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인공장기는 사람에 적용하기에 앞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후 실제 적용할 수 있다. 결국 불치병 치료 및 무병장수의 삶을 위해서는 영장류의 이용이 필수불가결한 셈이다.

사람과 거의 유사한 영장류

영장류는 동물계에서 가장 진화한 사람을 포함해 매우 원시적인 원숭이인 나무타기쥐(tupaia)에 이르기까지 여러 진화 단계의 동물을 한 군에 포함하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대뇌반구를 가진 포유동물이며, 동물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영장류는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작은 안경 원숭이로부터 200kg 이상의 고릴라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신체조건은 사람과 거의 유사하다.

예를 들어 사람과 같이 손가락과 발가락이 5개씩이고,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의 마주보기가 가능해 물건을 쥘 수 있다. 또한 지문이 있고 눈이 얼굴의 전면에 있어서 양안시(兩眼視)와 입체시(立體視)가 가능하다.

영장류에는 원숭이(monkey), 유인원(ape), 그리고 사람(human)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이나 백신개발을 위한 연구용 영장류는 사람을 제외한 원숭이와 유인원을 지칭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종이 알려져 있다.

이중 원숭이는 사는 지역에 따라 재차 신세계 원숭이와 구세계 원숭이로 구분된다. 신세계란 아마존을 중심으로 하는 남아메리카 대륙을 말하며, 구세계란 아프리카·인도·동남아시아·중국·일본 등을 말한다.

진화론적 측면에서 보면 신세계 원숭이가 보다 원시 형으로 콧구멍이 크고 좌우 콧구멍 사이의 간격이 넓다.



또한 양 턱의 중간 부분에 3개씩의 작은 어금니(小臼齒)가 있다. 이와 함께 마주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엄지손가락, 나뭇가지 등을 잘 감을 수 있는 긴 꼬리 등이 특징이다.

구세계 원숭이는 일반적으로 동물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 원숭이 등이 이에 속한다. 좌우 콧구멍 사이의 거리가 좁고 콧구멍이 앞이나 아래쪽을 향하며, 꼬리로 물체를 감을 수 있다. 또한 사람에서와 같이 양 턱의 중간 부분에 작은 어금니가 2개씩 있다.

유인원은 원숭이보다 진화된 영장류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열대지역에만 분포한다. 긴팔원숭이과의 긴팔 원숭이와 샤망 원숭이, 성성이과의 침팬지와 오랑우탄, 그리고 고릴라가 이에 속한다. 꼬리가 없어 민꼬리 원숭이라고도 불린다.

전 임상실험에 영장류 필수

선진국은 이미 영장류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반세기 전부터 국가적 차원의 영장류 사육 및 연구시설을 설립, 많은 수의 영장류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아마비 등 각종 백신과 신약개발, 에이즈(AIDS) 연구 및 바이오장기 개발 등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8곳, 일본은 2곳, 독일 1곳 등 선진국들은 국가주도형 영장류 전문시설을 설립해 기관 당 약 2,000여 마리의 영장류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개발에 따른 임상평가를 실시할 때 동물실험의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차등을 둔다. 즉 쥐로 실험을 할 경우 수천마리를 사용해야 그 결과를 인정한다. 하지만 원숭이는 4~12마리만 해도 결과를 인정한다.

이는 원숭이가 사람과 유전적으로 95% 이상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실한 전 임상평가를 받으려면 영장류 실험이 필수적인 것이다.

원숭이와 사람은 유전적으로 95% 이상 같다. 따라서 확실한 전 임상평가를 받으려면 영장류 실험이 필수적이다.

전 임상실험이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전에 거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장류 이용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자생하는 영장류도 없어 연구용 원숭이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형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국가영장류센터가 생기기 전까지는 신약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 임상실험 대부분을 외국에 의뢰해야만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영장류 전문연구기관인 국가영장류센터를 설립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기반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

현재 국가영장류센터는 국내 생명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이용되는 영장류를 도입 및 증식시켜 연구자에게 실험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글_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장 장규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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