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처럼 물체를 보고 인지하는 것과 색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다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포유류 중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색상 구분 능력을 지닌 동물은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영장류 또한 사람보다는 색감이 떨어지지만 멀리 있는 열매가 익었는지, 나뭇잎이 싱싱한지를 구분할 수 있다.
조류 중에서는 맹금류인 매가 우수한 색감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 망막의 시세포 중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의 밀도가 인간의 5배에 달해 선명한 총천연색 영상을 본다.
높은 하늘을 날며 먹이를 사냥하기 때문에 시력도 탁월해 인간보다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매들도 밤이 되면 맥을 추지 못한다. 매의 망막에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을 감지하는 간상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곤충 중에서도 색깔 구분이 가능한 종들이 있다. 사실상 겹눈을 지닌 곤충 대부분이 색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 수준은 아니다. 색을 볼 수 있는 대표적 곤충이 벌인데 녹색, 파랑, 노랑 등 3색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후각과 청각이 뛰어난 개는 시각능력 또한 월등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개는 완전한 색맹으로서 마치 오래된 흑백 TV 화면을 보는 것처럼 세상을 바라본다.
시각장애인을 도와주는 맹인 안내견이 신호등의 빨간불, 파란불을 구분하는 것도 색깔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을 통해 파란불이 점등되는 위치를 숙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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