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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희망 찾는 에이즈 백신 임상실험

MEDICINE

임상실험에 사용된 신종 백신은 자원자들이 에이즈(AIDS)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해 9월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 분야에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임상실험 단계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신종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백신이 감염을 막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이번 실패를 통해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에이즈 연구원인 로렌스 코레이는 “만약 감염 방지에 성공했더라면 훨씬 더 기뻤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임상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혼란스러웠던 것은 신종 백신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뉴스에 따르면 신종 백신 주사를 맞은 자원자들이 가짜 백신주사(dummy shots)를 맞은 사람들보다 감염된 비율이 약간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그 차이는 아주 미미해서 우연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코레이는 말한다. 그는 에이즈 연구원들의 컨소시엄인 국제 HIV백신실험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자료가 수집되면 보다 명확한 결론이 날 것이다.

연구원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2004년 굴지의 제약회사인 머크와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대단히 위험한 신종 백신 임상실험에 임할 자원자를 모았다. 자원자의 대부분은 동성애자들이었다.

표준 백신과 달리 이 신종 백신은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면역물질로 항원과 외부 침입 균을 구분한다.

하지만 항체가 ‘현상금 사냥꾼’이라면 HIV는 ‘변장의 귀재’다. HIV는 수시로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항체가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생각해냈다. 이들은 무해한 감기 바이러스를 이용, HIV 유전자를 세포 내에 밀어 넣는 백신을 고안해 냈다.

이 백신은 항체를 대신해서 HIV에 감염된 세포들을 파괴하는 면역세포들을 생산해 낸다.

파우시는 “가능성이 밝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HIV 백신의 성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킬러(killer) T 세포들이 감염된 세포수를 감소시키게 돼 있다. HIV가 감염된 세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백신은 감염을 막는데 실패하더라도 인체 내의 HIV 바이러스 수치를 낮추어야 한다.



실제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신종 백신은 제대로 작용해 감염률을 줄였고 감염된 경우에도 바이러스 수치를 낮췄다.

하지만 이 백신의 첫 실험에 자원했던 741명의 경우 두 가지 모두 실패해 24명이 감염됐다. 이에 비해 가짜 백신을 맞은 762명의 자원자들 중에서는 21명이 감염됐다.

이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두 그룹 간에 바이러스 수치상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NIAID 소장인 앤소니 파우시는 “이제 문제는 백신의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항체 대신 면역세포를 이용하는 개념이 잘못된 것인지 밝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종 백신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세포에 HIV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감기 바이러스의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기 바이러스에 대해 최소한의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자원자들의 면역체계가 HIV 유전자를 전달하는 감기 바이러스의 역할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출해 버렸을 수도 있다.

혹은 변형 감기 바이러스가 HIV가 좋아하는 헬퍼(helper) T세포를 불러내 해로운 반응을 촉발시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종 백신에 사용된 HIV 유전자가 자원자들을 감염시킨 HIV 변종들과 잘 맞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연구원들은 다른 HIV 유전자가 든 백신으로 바꾸어 재 실험을 해보면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HIV 유전자 주입으로 면역력이 강화된 면역세포로도 감염을 막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코레이는 “그렇다면 킬러 T세포들이 왜 생각만큼 효과가 없었는지 재조사해봐야 한다”고 인정한다.

연구원들은 실패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다음번 HIV 백신 실험에 대해서는 낙관하고 있다. ‘PAVE 100’이라고 불리는 이 실험에서는 프라임 부스트라는 방법이 사용된다.

자원자들에게 이전 실험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변형 감기 바이러스를 투여하기 전에 소량의 HIV 유전자를 먼저 주입해 보다 강력한 킬러 T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계획상으로는 이번 실험에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8,500명의 자원자가 필요하다.

파우시는 다소 흥분된 상태지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요전 실험 때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표현을 사용했었지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보라”며 “가능성이 밝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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