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지구의 나이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과학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진화론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신(神)의 존재와 창조론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다.
현재과학계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45억~46억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구의 위성인 달이 생성된 것은 43억~45억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이 이 같은 지구의 나이 추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지구의 나이는 미스터리에 빠지게 된다.
지구의 나이가 논란을 빚는 이유
지구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법에는 탄소 연대측정이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 등이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측정방법이 단순한 하나의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지구의 정확한 나이를 측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두 개의 암석이 있을 경우 여러 가지 연대측정방법을 통해 어느 것이 더 나이가 많은지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당 암석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인지 알아내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각종 연대측정방법을 통해 확인된 지구의 가장 오래된 암석 나이는 38억년이며, 달에서 가져온 월석은 31.6억년에서 46억년 사이로 나타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의 위성에 불과한 달이 지구보다 먼저 탄생했다는 불가사의한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구의 나이와 이를 측정하는 방법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지질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치열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구의 나이와 이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는 단순히 지질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치열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진화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의 기원으로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약 300만 년 전에 출현했고, 현생인류로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인 크로마뇽인이 나타난 것은 불과 4만~5만 년 전이다. 그리고 이 크로마뇽인은 약 1만 년 전을 전후해 현생인류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생인류를 기준으로 4만~5만년에 불과한 역사를 가진 인류에게 지구의 나이가 이처럼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과학의 근간중 하나인 진화론을 뒤집어 놓을 수 있으며, 종교적인 측면에서는 곧 신의 존재와 창조론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 덩어리에 불과한 생명체가 현생인류를 비롯한 각종 동식물로 진화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45억~46억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지구의 나이가 수억 년에서 수만 년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진화론의 토대가 흔들리게 된다.
이 때문에 기독교 계열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45억~46억년이라는 주장을 뒤집을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결과도 내놓고 있다.
일부 급진적인 종교계에서는 성경을 토대로 지구의 나이가 1만년 이내며, 45억~46억년으로 추정되는 화석 등의 증거들은 ‘노아의 홍수’라는 대 격변을 통해 6,000년~1만년이란 시간 이내에 모두 만들어 질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탄소 연대측정방법의 허점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주장의 핵심은 연대측정방법의 오류다.
현재 대표적인 연대측정방법은 탄소 연대측정이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이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과학자들이 유물이나 암석 연구를 통해 몇 억 년 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면 이것이 수 백 년이나 수 천 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어도 대략 몇 억 년 된 것이라는 발표를 그대로 믿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이 정도의 오차가 아니라 연대측정방법 자체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소 연대측정방법은 지난 1950년 시카고 대학의 윌라드 리비(Willard F. Libby) 박사에 의해 창안된 것으로 각종 화석에 있는 방사성 탄소원자 중 질량수 14인 ‘C-14’의 농도를 측정해 해당 생명체의 사망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이는 동식물 등 생명을 가진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C-14를 받아들이지만 사망한 이후부터는 붕괴가 시작돼 농도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탄소원자 속의 C-14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는 5,730년이므로 현재의 C-14 농도와 비교하면 해당 생명체가 언제 사망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리비 박사는 이 탄소 연대측정방법으로 196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탄소 연대측정방법은 대략 4만년 이내까지는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바로 지구상의 C-14 탄소 농도가 처음에는 ‘제로상태’였고, 이후 농도가 일정하게 줄어들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초에 C-14가 제로상태였는지 확인할 수 없고, 1950년 이후에는 핵실험 등으로 대기 중의 C-14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리비 박사는 이 탄소 연대측정방법을 개발할 당시 사망연도를 알고 있는 나무의 재료를 이용해 실험하고, 근접한 사망연대를 알아냄으로써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4만년 이전의 생명체 화석은 셀 수 있는 C-14 농도가 너무 낮아 정확한 연대를 알아내기 어렵고, 현재는 핵실험 이전인 1940년대의 C-14 농도를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다.
물론 미세한 C-14 농도를 정확히 잴 수 있는 기술의 발달로 보다 오래된 생명체의 사망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최초의 C-14 농도가 제로상태가 아닐 수 있다는 것과 자연 상태에서도 핵실험에서처럼 C-14 농도가 증가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뒤집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방법의 문제
또 하나의 연대측정방법인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은 주로 지구의 나이를 파악하는데 사용되는 방법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방법은 암석 속에 존재하는 우라늄과 같은 동위원소가 붕괴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원소로 바뀌는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해당 암석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이다.
즉 암석 속에 존재하는 여러 원소 중 어떤 것은 단 몇 초 만에 붕괴돼 버리지만 우라늄(U)-238과 같은 원소의 경우 총 14단계의 붕괴 과정을 거쳐 45억1,000만년에 납(Pb)-206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U-235가 Pb-207로 변하는 반감기는 7억년, 토륨(Th)-232가 Pb-208로 붕괴되는 반감기는 140억년이다.
이처럼 암석 속에 존재하는 붕괴 이전의 원소와 붕괴 이후 생성된 납 원소의 비율을 측정함으로써 암석의 나이를 알아내게 된다.
현재 지구의 나이를 45억~46억년으로 추정하는 주된 근거중 하나가 바로 이 ‘우라늄-납’ 방식의 연대측정방법에 기초한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방법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지구의 나이가 많지 않다는 증거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아서 홈즈 박사는 이 같은 우라늄-납 방식의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통해 지난 1956년 ‘지구의 나이는?’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홈즈 박사는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운석에 대한 연대측정 등을 통해 45억년을 정설로 만들어 갔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방법은 우라늄-납 방식 이외에 반감기가 13억1,000만년인 포타슘(K-40)-알곤(Ar-40) 방식, 루비듐((Rb-86)-스트론튬(Sr-87) 방식 등이 있다. 이들 역시 암석 속의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연대측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 같은 연대측정방법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라늄-납 방식의 경우 지구 생성과 함께 형성된 암석에 납이 존재하지 않았고, 현재와 같이 동일한 속도로 붕괴가 이뤄졌다는 전제하에서만 신빙성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이러한 전제를 명쾌하게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암석 시료를 채취해 분해하고 연대측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납 성분이 오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밖에 동일한 암석을 여러 가지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방법을 통해 측정한 결과 각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연대측정이 이뤄진다는 오류도 지적되고 있다.
한 예로 아폴로 달착륙선이 달에서 가져 온 월석(月石)을 우라늄-납(U238-Pb206) 방식으로 측정했을 때는 달의 나이가 200만년, 토륨-납(Th232-Pb206) 방식으로 측정했을 때는 280억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구 나이 1만년이란 주장도
이 같은 연대측정방법에 의한 오류 지적뿐만 아니라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45억년보다는 매우 젊다는 증거들을 발표하고 있다.
지구 자기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토마스 G. 반스 박사는 지구 자기장의 세기가 1,400년을 주기로 절반으로 감소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현재 지구 자기장의 세기를 역산하면 약 2만년 전의 지구는 엄청나게 강한 지구 자기장 때문에 발생되는 열로 인해 액체 상태가 되므로 지구의 나이는 1만년 이내라는 주장을 폈다.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먼지의 양으로도 지구의 나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스 피터슨 박사는 지구로 유입되는 우주먼지의 양을 측정한 결과 지구는 1년에 약 1,400만 톤의 우주먼지가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만약 지구 나이를 50억년으로 계산한다면 우주먼지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약 55m 높이까지 쌓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달 표면 역시 이 정도의 우주먼지가 쌓여야 하지만 아폴로 착륙 당시 약 2cm에 불과했기 때문에 지구나 달의 나이가 수 십 억년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지구 자전속도의 경우 태양과 달의 인력 등으로 인해 서서히 늦춰지고 있는 상태다. 만약 지구의 나이가 수 십 억년이라면 현재의 지구는 자전이 중단된 상태로 멈춰있어야 한다.
반대로 현재의 자전속도를 기준으로 역산한다면 수 십 억년 전 생성 초기의 지구는 자전속도가 너무 빨라 현재와 같은 구형이 아니라 납작한 원형 형태의 행성이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서 발생되는 헬륨의 양이 수 십 억년이라는 지구의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양이 적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75억 톤의 침전물이 바다로 옮겨지지만 수 십 억년 동안 이 같은 반복이 이뤄졌다면 바다 밑의 침전물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쌓여있어야 한다.
이처럼 창조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현재의 주류 과학계가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데 오류를 범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진화론을 지지하는 과학자 역시 이러한 반론을 일축할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1만년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 45억년보다는 젊을 수 있다는 유보적인 태도도 보이고 있다.
지구의 나이가 수 십 억년인지 또는 1만년 내외에 불과한지 명쾌한 결론을 찾기는 어렵지만 향후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어느 쪽으로 입증되든 과학계는 적잖은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재윤 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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