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리저리 얽혀있는 트리 장식용 전선을 풀어내는 일이다. 분명 보관할 때에는 제대로 감아 놓았는데 꺼내보면 항상 엉켜져 있다.
중간 중간에 풀기 힘든 매듭도 많아 성질 급한 사람의 경우 아예 새 전선을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잘 감아둬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그럴까.
사실 전선이 서로 꼬이고 매듭지어지는 원리는 간단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전선을 보관할 때 둘둘 감아놓기 마련인데 이를 이리저리 옮길 때 한쪽이 느슨해지면서 틈이 생기고, 이 틈새로 다른 전선이 들어가는 것이다.
장장 1세기에 걸친 ‘매듭이론’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전선의 엉킴은 인간의 힘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 중 하나다. 조명 전문가들조차 꼬인 전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SCD)의 생물물리학자인 더글러스 스미스 박사는 얼마 전 전선의 매듭 생성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길이가 다른 여러 개의 끈들을 상자 속에 하나씩 넣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각 끈들이 저절로 얽혀 매듭이 만들어진 것.
3,000회의 실험 끝에 스미스 박사는 총 120가지의 전혀 다른 매듭을 찾아냈다. 또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를 계속 반복하더라도 굉장히 복잡한 구조의 새로운 매듭들이 무한정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유일한 교훈은 엉킨 전선을 흔들어댈수록 매듭은 점점 더 꼬인다는 것뿐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수학과의 앤드류 벨몬트 박사는 “매듭은 전선 뭉치가 움직이면서 생성되는 만큼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엉킴 현상도 줄일 수 있다”며 “하지만 매듭이 전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빨래를 널 듯 기둥에 매달아 놓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전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걸까.
벨몬트 박사는 전선을 감을 때 한쪽 끝이 전선 뭉치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밖으로 빼내고, 전선을 다 감은 후에는 양쪽 끝을 서로 묶어 느슨해질 틈을 없애라고 권유한다.
그리고는 전선 뭉치가 완전히 밀착되도록 가능한 작은 상자에 담아 움직임이 없도록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 지난해보다는 한결 손쉽게 트리 장식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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