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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UTURE OF FLIGHT] 넥스트젠 항공교통시스템

속도 보다는 연료 효율

시애틀 북쪽에 있는 보잉의 격납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이다. 거기에 있는 항공기 중에는 여러 해 동안 가장 많이 다루어진 민간 항공기, 즉 787 드림라이너도 있다.

친환경 제트기로 알려진 이 항공기는 여전히 굳게 잠긴 문 안에 들어앉아 방문객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인 데니스 개프니는 격납고 안에 들어가는 대신 보잉 환경인증 부장 제프 호크의 사무실로 안내받았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787 드림라이너와 관련해 일해오고 있다.

그는 드림라이너 이전에 보잉은 원래 더 빠른 항공기를 제작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 계획했던 ‘소닉 크루저(Sonic Cruiser)’라는, 콩코드 여객기처럼 생긴 하얀 항공기 모형을 보여주었다.

창꼬치처럼 생긴 소닉 크루저는 음속에 거의 근접하는 속도로 날도록 설계됐다.
호크는 “소닉 크루저는 일반 여객기보다 속도가 20% 빠르며 대서양 횡단 비행을 할 경우 1~2시간 더 빨리 비행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용하는 연료의 양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1년의 9.11 테러가 항공업계를 강타하면서 이 설계 개념은 폐기됐다. 여행객들이 항공기 이용을 기피하게 됐고, 이후 3년간 항공업계는 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그 동안 연료가격은 급상승해 연료 효율이 가장 우선시됐다.이에 따라 보잉은 고속 여객기 설계에 사용됐던 기술로 연료 효율이 우수한 항공기를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소닉 크루저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무게가 같은 크기의 알루미늄의 70%에 불과한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같은 복합소재는 787 드림라이너에 그대로 사용됐다.

엔지니어들은 이 항공기가 고전적 외관을 하고도 최대한의 효율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면 양력을 높이고 항력을 줄이기 위해 길고 날씬한 주익을 설계했다. 이 항공기의 한 부분이 효율적이 되면 다른 부분도 그에 영향을 받아 효율이 높아졌다.
호크는 항력이 적은 항공기는 더 효율적인 엔진을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추력이 적은 엔진은 작고 가벼우며 엔진이 작으면 항력도 줄어든다”면서 “우리는 20% 더 빨리 가는 비행기 대신 연료 효율이 20% 더 높은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효율성은 주요한 판매 포인트가 됐다. 보잉은 51개사의 고객으로부터 738대의 787 드림라이너를 선주문 받아놓은 상태며, 이는 보잉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민항기 선주문 기록이다.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가 지구온난화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연료를 20% 덜 쓰면 그만큼 온실가스가 덜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87 드림라이너는 기존 항공기를 어디까지나 단계적으로 대체할 것이다. 호크는 보잉이 앞으로 연간 100대 정도를 판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도 인정했다. 항공사들은 새 비행기를 사면 낡은 비행기를 버리지 않고 다른 곳에 팔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5,000만 달러나 하는 비행기를 다 버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고통

온실가스 문제의 핵심은 업계의 성장이다. 보잉에 유일하게 대적할만한 대형 항공기 회사인 에어버스사가 발표한 세계시장 전망에 따르면 2025년에는 여객기 취역 대수가 2005년 말 현재의 1만2,676대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2만7,307대가 된다고 한다.
이때가 되면 항공 교통량의 증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현재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연방항공청은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도 희망적인 관측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행기구름(airplane contrails)에 들어있는 물방울이 배기가스 내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를 3~4배나 높여준다고 한다.

이 같은 항공운송 수요의 증가로 인해 현존하는 항공기 중 3분의 1에 불과한 4,500대만이 퇴역할 것이며, 나머지 8,200대는 수송기로 개조되거나 아니면 여객기로 계속 쓰일 것이다. 바이오 혼합연료도 적어도 10년은 기다려야 실용화되며, 이렇게 항공기가 늘어나다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막지 못할 것이다.

항공교통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기도 하지만 세계 경제발전에도 공헌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교통에 심한 규제를 두자는 의견은 적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내에 기술진보를 이루지 못한다면 하늘은 점점 인간의 적이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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