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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를 이용한 약물검사

[YOUR SEWER ON DRUGS] 2010년부터 미국 대도시에서 계속적인 하수 약물 검사를 실시할 것인가?









하수도는 단순히 더럽기만 한 곳이 아니다. 하수도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모든 나쁜 습관의 증거물이다. 카페인, 코카인, 그 외에 사람들이 먹고 배설하는 모든 것이 다 거기에 있다. 이제 과학자들은 하수도 속의 하수를 사용해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약물 검사를 하려고 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하수 1티스푼만으로도 도시 전체의 마약 검사를 할 수 있다.

누구나 화장실은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 하수도의 소변을 분석해 보면 일반적인 조사로 얻기 힘든 사실들을 알 수 있다. 물론 정치가들은 이 같은 조사의 진행을 방해한다. 숨기고 싶은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을 좋아할 시민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미국 정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2,060만명의 미국인이 불법적으로 마약을 복용한다. 하지만 하수 검사를 해 보면 이 수치조차 실제보다 매우 적을 것이 확실하다. 하수를 사용한 약물 검사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여기가 바로 지하 세계로 가는 통로랍니다.”

예르그 리커만은 자주색 고무장갑 한 켤레를 끼고, 쇠지레를 사용해 맨홀 뚜껑을 열었다. 그의 영어에는 희미한 독일어 억양이 남아 있다.그는 말하면서 술통처럼 생긴 로봇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하수를 끌어 올렸다. 그가 착용한 자주색 고무장갑과 주황색 낙하복은 황량한 갈색의 샌디에이고 시 풍경과 좋은 대조를 이루었지만 냄새만은 막을 수 없었다. 인간의 배설물과 토사물이 섞이면서 눈에 보일 듯 말 듯 피어나는 증기의 냄새는 마치 원자탄처럼 강렬하게 파퓰러사이언스의 객원 편집자인 에릭 헤이거만을 덮쳤다. 지옥에도 향기가 있다면 시 변두리의 철길과 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이 하수구의 냄새일 것이다.

리커만은 괜찮아 보였다. 직감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그리고 운동선수 같은 외모를 가진 이 34세의 남자는 주름진 플라스틱 로봇의 뚜껑 윗부분을 열었다. 이 로봇은 진공펌프와 긴 호스를 사용해 하수의 표본을 채취한 후 기계 팔을 이용해 그것을 줄지어 늘어 선 플라스틱 플라스크에 담는다. 아마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플라스크 중 반이 텅 비었다.

리커만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고장이 나거나 넘쳐나지는 않았다”며 테 없는 안경을 고쳐 썼다. 그는 계산기를 두들겨 정확한 거리를 다시 측정했다. 로봇은 삑삑 거리고 꼬르륵 거리면서 갈색 물을 100mm 가량 뿜어냈다.

그는 화장실 휴지, 대변, 진흙 등이 섞여 있는 갈색 액체가 든 플라스틱 시험관을 아침 햇살에 비춰보며 “이것이야 말로 멋진 표본”이라고 말했다.

코카인, 암페타민, 마리화나, 헤로인 등 여러 가지 금지된 약물들이 소화·흡수돼 배설된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리커만은 이 마약 찌꺼기를 찾으러 온 것이다.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환경공학자 리커만은 하수 역학이라는 논란 많은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하는 전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되는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목표는 도시의 마약 사용량을 처음으로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다. 그는 하수 내의 마약 부산물의 양을 통해 도시의 마약 사용량을 계산하는 수학 모델을 개발하는 국제협동연구를 위해 스위스 국립과학재단에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 파견됐다.

도시 약물 검사야말로 가장 중요한 접근방식이다. 과학자들은 하수처리시설 또는 하수도의 중요한 곳에서 하수를 분석함으로서 어떤 개인에 대한 소변 검사 없이도 매우 정확하게 전체 인구의 마약 사용량을 도출해 낸다. 결국 누구나 화장실은 이용하니까.

만약 필라델피아 시에서 메타암페타민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면 하수 검사를 통해 그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진통제 및 최면제로 사용되는 메타돈의 치료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하수 검사 자료를 가지고 그 계획의 필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법 집행기관에서 어떤 약물의 소비량 증감을 알고 싶을 때도 하수 검사는 즉시 해답을 제공할 수 있다.

하수 검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검사가 자연과학적 화학분석과 사회과학적 역학분석을 연결해 주는 객관적 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도시 전체에 대한 소변 검사는 1년씩이나 걸리는 설문조사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고 신속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공서는 이 검사를 이용해 도시에서 사용되는 약물을 실시간으로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허가를 내줄 때나 가능한 얘기다.







다시 하수도로 돌아가 보자. 리커만은 11kg이나 되는 하수 표본 수집기를 냄새나는 구멍에 집어넣으려고 낑낑대고 있다. 그는 이런 일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샌디에이고 시 당국에서는 그의 하수 검사 계획을 방해했다. 그래서 그는 연구소에 들어앉아 환경오염 감시 목적으로 하수 표본을 수거하는 하수도 기술자들에게서 표본을 편하게 받지 못하고 도시 변두리를 매일 돌아다니며 하수 표본을 직접 수거할 수밖에 없었다. 시의 관리들이 도시의 마약 사용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미 하수도국의 공보관인 헤더 레이드는 “다른 사업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하수 검사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리커만은 하수 역학 방법론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최초의 사람이다. 하수 역학 방법론은 평균적인 약물의 구성 성분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하루에 몇 번이나 소변을 보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여행객들과 통근자들이 소변을 보는데 합류하는지 등 다양한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도시 내에서 사용된 마약의 총량을 알아내는 게 가능하다고 쳐도 도시 인구 중 몇 %나 마약을 이용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예를 들어 도시 내에 마약 상습 중독자 5명이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사용하는 마약의 양이 가볍게 마약을 하는 100명이 사용하는 양과 같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도 이미 알다시피 이 실험이 유효성을 가질 만큼 광범위하게 실행된다면 그 외에도 여러 과학적, 도덕적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어느 시민도 자신들의 도시가 전 세계적인 마약 왕국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일부 비평가들은 이제는 빅 브라더가 전화 도청도 모자라 하수도까지 염탐하고 다니느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커만이 이 기술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는 한 그는 이런 말들에 대해 초연할 것이다.

하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현재 마약 오남용 통계는 거의 대부분 직접 조사에 의존한다. 조사원들이 무작위로 추출된 사람들의 가정에 방문해 노크를 한 다음 약물사용 습관에 대해 말씀해주겠냐고 묻는 식이다.

미국 약물남용정신보건국(SAMHSA)은 약물 사용 및 건강에 대한 전국 조사에 연 4,000만 달러를 쓰고 있다. 이 예산 중 대부분은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는 조사원들의 인건비로 쓰이고 있다.

사람들의 응답률은 예상보다 높지만 그래봤자 70~80% 수준이다. 특히 질문이 불법 행위에 관한 것일 때는 답변이 꽤 주관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조사 방식의 타고난 한계다. SAMHSA의 설문조사반을 감독하고 있는 조 그프뢰러는 “아마 보고되지 않은 민감하고 도착적인 행위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보건 당국의 응급실 시찰이나 경찰 압수물, 검시 보고서 등도 마약 사용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증거물들은 소수인데다 해당 관서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어느 보안관 사무소에서는 헤로인 덩어리와 코카인을 같은 범주로 보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별개의 것으로 여길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작은 그림들을 모아 맞춘 ‘퍼즐놀이’를 통해 약물 사용 실태를 파악하고 예방 및 재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정부 당국이 마약과의 전쟁에 투자하는 예산에도 이 같은 퍼즐놀이가 영향을 미친다.

한 때 마약 조직 두목의 조언자였고 현재는 국립 마약통제정책사무소(ONDCP)의 수석 과학자로 있는 데이빗 머레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설문조사뿐”이라고까지 말한다. ONDCP는 마약통제 정책을 운영하는 백악관 직속기구다. 결국 미국 내 마약사용 실태 평가는 철저히 불완전한 정보에만 의존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마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SAMHSA가 전국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2세 이상 미국인 중 8.3%, 즉 2,040만명의 미국인들이 2006년에 마약을 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1,480만명이 설문조사 이전 1개월 이내에 마리화나를 복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약 240만명은 코카인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73만1,000명은 메타암페타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수치가 실제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알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마리오 네그리 제약연구소 소속 환경화학자인 에토레 주카토와 로베르토 파넬리는 하수 역학 조사의 선구자들이다. 그들은 2005년에 이탈리아 포 강과 하수정화시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코카인 복용의 부산물인 벤조일엑고닌을 검출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을 끝내고 이들은 매일 4kg의 코카인과 벤조일엑고닌이 포 강에 유입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4kg이라면 100mg씩 4만번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이 소비량으로 추측해 보면 강의 분지에 사는 15세부터 35세 사이의 사람들 140만명 중 2.7%가 마약을 복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5세부터 35세 사이의 사람들은 마약의 일반적인 사용 연령층이다.

이 수치는 가장 최근인 2001년에 작성된 이탈리아의 마약 설문조사 결과의 두 배나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연구결과를 정부기관에 알리려고 하자 격렬한 항의에 부딪쳤다. 파넬리는 “누구도 진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더욱 신경 쓰이는 일은 밀라노에서 발견됐다. 도시의 하수에 대한 약물 검사를 한 지 수개월 후에 연구자들은 코카인이 주말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만만치 않은 양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마약을 오락용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복용한다는 뜻이다.

그 이후 주카토와 파넬리는 다른 약물에까지 추적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최근 수년간 밀라노의 암페타민 사용량은 2~3배 증가했으며, 헤로인 사용량은 설문조사 결과와는 달리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드러났다. 이 연구자들은 지난해 봄 유럽 마약중독감시센터(EMCDDA)의 초청으로 포르투갈 리스본에 가서 5명의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자신들의 연구 방법을 더욱 구체화시켰다. 여기에는 리커만을 비롯해 대사 작용, 역학, 질병지도 작성 전문가들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한 백서를 만들었으며, EMCDDA는 이 백서를 올 봄에 발간할 예정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EMCDDA가 유럽 대도시에 대한 마약감시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을 확충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파넬리는 “우리는 더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면서 “1년 내내 매일같이 일을 해도 좋다”고 말했다.

오리건 트레일

미 환경보호청의 환경과학 부장인 크리스찬 다우튼은 하수 역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9년 다우튼은 여러 가지 개인용품이나 피임약 같은 처방약들이 소변에 섞인 상태, 혹은 그냥 하수도에 배출되었을 때 어떻게 변하는가를 다룬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먹고 바르는 모든 것은 강은 물론 음용수 속으로까지 들어가게 돼 있다고 그는 결론을 지었다. 그는 특히 환경오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 외에도 이 논문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돼 있었다. 마약은 우리 몸을 떠난 다음에도 오랫동안 계속 효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2001년 다우튼은 하수를 통해 마약을 검출해 내자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주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화학물질은 어디에 있건 화학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살충제에서 나왔건 동전지갑에서 나왔던 화학물질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는 얘기다.

2004년 환경보호청은 다우튼의 제안에 따라 3개 하수 재처리 시설에서 하수를 채취, 검사했다. 이 연구 결과 하수에 엄청난 양의 메타암페타민과 엑스터시 성분이 포함돼 있음을 알게 됐으며, 그 내용은 환경잡지에 게재됐다.

하지만 환경보호청은 이 마약 성분이 해양 생태계와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이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2006년 오리건 주립대학의 환경화학자 제니퍼 필드가 하수 역학을 사용해 증가하는 오리건의 마약 문제를 풀어보자는 생각을 할 때까지 하수 역학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주 당국은 2000년 56건이던 메타암페타민 관련 사망 사건이 2006년에는 90건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필드는 주카토와 파넬리의 연구에 기초해 소규모의 개념 실증 연구를 했다. 예전에 환경 연구를 하고 남은 10개 도시의 하수 1티스푼 분량을 가지고 분석 작업을 한 것이다. 필드는 부자 마을에서 채취한 표본은 코카인에만 양성 반응을 보이는데 비해 도박의 중심지로 유명한 도시에서 채취한 표본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알아냈다(필드는 도시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다). 필드 연구팀은 지난해 8월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화학자협회 회의에서 이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연구 내용을 발표함으로서 화제에 올랐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주카토와 파넬리의 결론과 비슷했다. 코카인 비율이 주말에는 가장 높지만 메타암페타민은 주중에도 꾸준히 검출된다는 것이다. 필드는 “한번 메타암페타민에 빠져든 사람은 계속 복용한다는 얘기”라며 연구결과를 한마디로 정리했다.현재 필드는 가장 의욕 넘치는 도시 소변 분석학자들을 이끌고 있다. 그녀는 오리건의 370만 인구 중 80%가 배출하는 하수를 정화하는 130개 하수 재처리 시설에 하수 표본 제공을 요청한 상태다.

하루 24시간 동안 어떤 약물이 얼마나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간단히 말해 오리건 주의 일일 약물 이용 실태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은 자체 의학연구기금을 통해 3만 달러를 투자, 각 도시의 마약 사용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따라서 필드는 기존에 설문 조사원들이 쉽게 손댈 수 없던 영역에서도 바로 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필드는 오리건 주에서 마약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역을 알아내는 것 이외에도 대규모의 하수 실험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문제 해결에 매달리고 있다. 그렇게 하려면 45세의 이 덩치 작은 여과학자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야 할 것이다.

실제 필드가 하수 재처리 시설에 표본 추출 장비를 보내기 몇 주 전이던 지난해 11월. 즉 파퓰러사이언스의 객원 편집자인 에릭을 만났을 때 그녀가 겪는 가장 큰 문제는 하수 표본을 포함한 여러 가지 물품의 배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여부였다.

그녀의 캐비넷에는 대학의 환경보건학과에서 구한 지퍼 록, 플라스틱 병, 파라핀, 흡수 패드 등이 잔뜩 쌓여 있다. 특히 그녀는 하수 처리 기술자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라 하수 표본을 2중 포장해서 보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수 표본이 배송 과정에서 새면 불필요한 관심을 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드는 “내용물이 새면 우체국에서 신경 쓰게 될 수밖에 없다”면서 “물론 포장한 상자 내에 지저분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주의 스티커를 붙여야 할 만큼 더럽지는 않다”고 말한다. 필드의 설명에 의하면 하수는 오염도가 비교적 낮은 축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위험물질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수 역시 나름대로 수명을 갖고 있다. 주위 온도가 높으면 급속도로 변질된다.

필드는 마약의 신진대사 산물이 생물학적 열화과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하수 표본을 미생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드는 표본 수집 병에 산을 몇 방울 씩 넣어서 보낸다. 그러면 냉장고에 보관할 때까지 생물학적 열화과정을 막을 수 있다.

하수 표본을 받으면 17개 물질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는데 그 중에는 메타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코카인의 신진대사 산물인 벤조일엑고닌 등이 포함된다. 또한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악용되는 약물인 옥시콘돈, 메타돈, 모르핀, 하이드로콘돈, 그리고 카페인과 니코틴의 신진대사 산물이 포함된다. 그녀는 이들 약물의 1인당 평균 사용량을 추산한 다음 이들 약물의 배포량에 대한 기존 정보와 대조해 볼 것이다.

필드의 실험실은 하수 속에 있는 이 같은 약물 성분을 모두 걸러낼 수 있는 미국 내의 유일한 장소다. 이곳에서는 리커만이 수집해온 하수 표본도 분석한다. 극소량의 약물이나 신진대사 작용을 거친 약물을 모든 것이 다 섞여 있는 하수에서 식별하기 위해 필드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계를 사용한다.

이와 관련, 하수 속에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3,000만 가지가 넘는다.액체 크로마토그래피는 분자를 분류 및 분리하며, 질량분석계는 이 분자를 진공 속으로 빨아들여 이온화, 분자 특유의 질량 및 구조를 따져 그 실체를 알아낸다. 이 기기들은 ℓ당 몇 나노g , 즉 1조분의 1 정도만 섞여 있는 혼합물도 식별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면 이는 인디아나 주 크기의 가정집 바닥에 깔려있는 타일의 점 하나를 식별해 낼 수 있다는 얘기와 똑같다.

누가 배출한 약물인가?

하수 표본을 추출해 측정하는 것은 그래도 쉬운 일이다. 진짜 어려운 일은 얻은 정보를 어떻게 판단하느냐 여부다.

예를 들어 헤로인은 그것의 신진대사 산물인 모르핀을 통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하지만 모르핀은 처방을 받아 판매되는 진통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판매된 모르핀의 양을 알아낸 다음 분석 결과에서 빼야 한다.

마리화나의 경우 그 분자는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이다. 하지만 THC에는 다양한 변종이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잔디 속에 있는 활성 성분이다. 이런 경우 파넬리는 마리화나가 많이 사용되는 장소의 평균 THC 농도에 의거해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수 역학자들은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물론 기술을 정밀하게 다듬어 낸다면 하수 역학이야말로 한 도시의 치부를 드러내는 가장 신뢰성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도시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 할까? 오리건의 어느 관리는 필드를 불러 자신이 속한 시 당국은 필드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그 도시에서는 여러 군데의 의학연구소에서 나오는 폐수가 하수 처리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도시 시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검사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하수 검사를 시민 자유권의 침해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 같은 사람들 중 한명은 필드의 개념 실증 연구에 대한 뉴스가 잡지에 실리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필드는 그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 사람은 이 조사가 사생활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 연구진들은 집단에만 관심이 있지 개인에 대해서는 알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이다 보면 시민들의 감정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검사에 사용된 하수가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으니까요.”

필드가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하수 역학에 사용되는 수단이 확립된다면 누구나 그 수단을 남용할 수 있다. 즉 법 집행기관이 용의자의 하수구에 몰래 표본 채취 장치를 설치해서 바로 하수 표본을 받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수 처리 당국은 이미 수질 오염원을 식별하기 위해 기업의 폐수를 검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마약 사용 혐의자에 대해서 정부 기관이 비슷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면 미국 전역에서 헤로인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낸다면 마약단속국은 이를 이용해 수사범위를 좁히거나 대규모 마약 공급업자들을 잡아낼 수 있다. 지방 경찰은 좀 더 구체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매일 하수를 검사하는데 갑자기 코카인 함유량이 높아진다면 그것은 숨겨둔 코카인을 변기 속에 처분해 버린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제약회사에서 실험을 하다가 나오는 부산물을 몰래 폐기해도 하수의 내용물이 변한다.

현재 국립 마약통제정책사무소(ONDCP)는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데이빗 머레이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야 기존보다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우리도 생물학적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마약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ONDCP가 하수 역학에 보내는 지지는 아직도 미온적이다.

필드, 파넬리, 리커만, 다우튼은 백악관으로부터 이 새로운 약물 테스트 방법의 타당성을 입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06년 봄에 ONDCP는 다양한 도시의 하수 처리 시설 34개소에서 채취한 표본을 사용, 예비조사를 행하기도 했다.

머레이는 어느 도시에서 표본을 구했는지, 연구 결과가 어땠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ONDCP가 환경보호청과 함께 매우 자율적인 코카인 감시체계를 운영할 것이라고는 밝혔다.

ONDCP가 이 급진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면 각 도시 당국은 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머레이는 예비조사 대상에 샌디에이고를 포함시키고 싶어 했지만 그의 공식 요청은 샌디에이고 시장에 의해 공식적으로 거절됐다. 리커만은 다른 도시에 좀 더 공손한 참가 요청을 보냈지만 모두가 거절됐다. 그도 동의하듯 연구결과가 발표된다면 파문이 일 것이다.

이처럼 지금이야 논란에 부딪쳐 난처하겠지만 나중에는 이 자료를 수입 수준이나 인종 같은 사회학적 자료와 연관시킬 날도 올 것이다. 리커만은 하수 역학을 도시의 구역 단위에서도 실시하길 원하고 있다. 그래야 더욱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리커만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도시가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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