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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지적 생명체, 그들과의 만남을 고대하며

외계 생명체, 그것도 지적 생명체에 이끌리는 열망은 본능에 가깝다. 그리고 외계 지적 생명체를 실제로 찾고 있는 과학자들 역시 적지 않다. 최근 과학자들은 중력렌즈 현상 등 관측기술 발전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행성계를 발견해 내고, 특히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외계에 최소한 인류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춘 생명체가 있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전파 신호를 잡으려는 탐사도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외계 지적 생명체와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얼마 전 화성 탐사로봇 ‘스피릿’이 보내 온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다. 화성 표면을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면 돌무더기 사이에서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웹사이트에 이 사진을 공개하자 인터넷이 들끓었다. 일각에서는 바위 틈새를 걷는 사람이라는 둥 덴마크의 인어공주상과 닮은 조각상이라는 둥 소란이 일었다. 화성에 사람 같은 지적 존재가 서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것이 지적 생명체가 인공적으로 만든 조각물이라면 과거 한때라도 화성에 생명체, 그것도 지적 생명체가 살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흥분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사실 화성이나 달에서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 발견되고, 그 것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선명히 그려진 사진이 화제가 됐다가 “바위 그림자가 우연히 만들어낸 모습일 뿐”이라며 흐지부지 끝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사건도 이 같은 결론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류와 비슷한 존재에 이끌리는 열망은 본능에 가깝다. 그리고 실제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찾고 있는 과학자들 역시 적지 않다.

살아있는 동안 고대하던 ‘컨택트’의 순간이 올 것인지, 또는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지 조차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컨택트를 위한 시도만으로도 사람들은 언제나 흥분할 수밖에 없다.

생명체가 살만한 행성 찾기

최근 충북대 한정호 교수, 천문연구원 박병곤 부장과 이충욱 연구원 등 우리나라 연구팀을 포함한 11개국 연구팀은 ‘사이언스’ 2월 15일자에 태양계와 비슷한 행성계를 발견, 화제를 모았다.

이 행성계는 궁수자리, 즉 우리 은하계 중심 방향으로 약 5,000광년(1광년=빛이 1년간 갈 수 있는 거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목성과 토성에 해당하는 두 행성을 거느린 별(OGLE-2006-BLG-109L)이다.

별의 질량은 태양의 절반쯤 되고, 그 주위를 목성의 0.71배, 토성의 0.27배 질량의 행성이 돌고 있다. 두 행성이 돌고 있는 궤도의 크기도 태양계에서 목성과 토성 궤도 지름의 대략 절반 정도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같은 행성도 없는데 겨우 이것 갖고 태양계와 닮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별과 행성의 크기 및 거리, 공전 주기 등을 따져보았을 때 지금까지 발견된 약 250여개의 외계 행성계 중 우리 태양계와 가장 비슷한 행성계로 꼽힌다. ‘복사판’이라고까지 말한다.

외계 행성계에 대한 발견이 공식 인정 받게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로 지금까지 약 250여개가 보고됐다.

사실 지구 정도 크기의 작은 행성은 이렇게까지 먼 거리에서 관측하기 어렵고, 외계에서 우리 태양계를 본다 하더라도 목성과 토성을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리라는 점에서 이 행성계도 지구와 같은 작은 행성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이래로 외계 행성계에 대한 관심은 줄곧 있어 왔다. 지구가 우주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 은하 안에만 1,000억 개나 되는 저 수많은 별들 중 어딘가에 태양 같은 별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별 주변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돌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행성 중 어딘가에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이 우주에서 우주라는 것을 관찰하고 추론하고 탐색하는 존재가 우리가 유일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20세기 초까지 외계 행성계는 언급만 있었을 뿐 이를 확인할 과학기술은 부족했다. 1980대에 외계 행성계를 발견했다고 보고한 논문들도 논란이 없지 않았다.

외계 행성계에 대한 발견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지금까지 줄잡아 250여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약 270여개의 외계 행성계가 보고됐다.

처음에는 발견된 행성들이 지구보다 훨씬 크거나 별(태양계에서의 태양)에서 너무 가까웠다. 그리고 자전주기도 너무 짧았다. 지구와 비슷한 거리와 크기 등은 생명체의 존재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온도와 물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별에서부터의 거리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를 보더라도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은 지구 외에 화성과 달 정도다. 그보다 안쪽에 있는 행성들은 너무 뜨거워서, 그 밖의 행성들은 너무 추워서 생명체가 싹틔울 가능성이 없다.

때문에 외계 행성계가 몇 개 발견된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여전히 ‘지구는 우주에서 특별한가?’라는 명제가 유효했다.

빛을 내지 않는 행성 찾으려면

하지만 갈수록 먼 거리에 있는 행성계를 발견해 내고, 보다 작은 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이는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한 관측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중력렌즈란 지구에서 바라보았을 때 행성계가 다른 별 앞을 지나칠 때 행성계의 중력에 의해 뒤의 별빛이 휘어 밝아 보이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행성이 별을 돌면서 별빛의 파장이 붉은색 또는 푸른색으로 치우치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거나 행성에 의해 별빛이 가려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 외계 행성계를 찾아냈다.

둘 다 고도로 발전한 분광기 덕분에 가능해진 관측법이었지만 관측거리가 수백 광년 정도로 제한되고, 아주 큰 행성만 관측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중력렌즈 현상을 이용하면 1만5,000광년 떨어진 행성계까지도 관측이 가능하다.

한정호 교수팀 등이 발견한 외계 행성계처럼 태양계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계가 발견되면서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 날도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부풀고 있다.

한 교수는 “지름 2m급 망원경 3대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24시간 관측시스템을 갖춘다면 앞으로 10년 내에 1,000개 규모로 외계 행성계를 대량 발견할 수 있으며 그 가운데에는 지구와 닮은 행성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분광 관측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한다. 2006년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가 발사한 중량 630㎏, 길이 4.1m의 천문위성 코롯(COROT)이 그것이다.

코롯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이 별빛을 가리는 일식 현상을 감지함으로써 행성을 찾아낸다. 코롯의 분광기는 매우 민감해서 목성과 같은 거대한 행성뿐 아니라 지구 1.5배 크기의 작은 행성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 지구만큼 작은 고체형 행성을 발견해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롯은 현재 지구 주변을 돌면서 지구 바깥쪽을 향해 우주 곳곳을 살펴보고 있다.
이미 지구에서 1,500광년 떨어진 ‘코롯 엑소 1b’ 등 다수의 행성을 발견했으며, 2009년의 임무기간까지는 수십 내지 수백 개의 행성을 찾아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2015년 이후 ‘다윈 프로젝트’,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 초 코롯과 유사한 위성 ‘케플러’를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는 등 코롯보다 성능이 뛰어난 외계 행성 탐사위성의 발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외계 생명체가 보낸 신호 잡기

외계에 최소한 인류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춘 생명체가 있다는 전제 하에 그들의 흔적을 찾는 다른 탐사방법도 활용되고 있다.

‘그들’의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기만을 기다리며 전파 망원경이 수신하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SETI의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거대한 전파망원경에 잡힌 우주의 온갖 전파 신호 속에서 소수(素數)라던가, 특정한 반복 패턴을 보이는 신호 같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전파 신호를 가려내는 것이다. SETI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 원작의 영화 ‘컨택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SETI의 전신인 오즈마 프로젝트(1960년 시작)부터 따지면 50년 가까이 아무런 외계 지성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SETI의 아이디어 자체에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외계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전파 신호를 통신수단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부터 시작해 그들의 신호를 구별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TI는 일반 대중까지 동참하는 가장 대중적인 탐사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전 세계에서 17만여명의 일반 대중이 참여하고 있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티 앳 홈(SETI@home)’이 그것이다.

ESA의 ‘다윈 프로젝트’, NASA의 ‘케플러’ 등 코롯보다 뛰어난 성능의 탐사위성발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PC를 전파 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의 분석에 활용하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를 받아 PC에 설치하면 주인이 잠자는 시간 등 PC가 노는 시간에 자동으로 분석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 속에는 별의 탄생이나 블랙홀에서 나오는 호킹 복사 등 온갖 자연의 전파가 포함돼 있다.

여기서 인공의 전파를 찾아내려면 엄청난 정보처리 용량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한데, 전 세계의 PC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슈퍼컴퓨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세티 앳 홈에 등록한 네티즌 수는 전 세계 500만명에 이르며, 이 중 17만명이 32만대의 컴퓨터로 이 작업을 열성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지난 2004년 SETI 연구소에 1,150만 달러(약 100억원)라는 거액을 기부하는 등 재정적 지원도 받았다.

SETI는 현재 지름 300m의 세계 최대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 외에 앨런의 기부금으로 42대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ATA를 이용, 엄청난 양의 정보를 끌어 모으고 있다.

“모두들 어디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모든 탐사 시도의 밑바닥에 깔린 기초적인 질문은 ‘정말 그들이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인류만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우리는 그들을 아직 만나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흔적조차 찾지도 못했을까. “모두들 어디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의문을 ‘페르미 역설’이라고 부른다.

‘세티 앳 홈’에는 500만명의 네티즌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17만명이 32만대의 컴퓨터로 전파신호를 분석하고 있다.

SETI 프로젝트를 발기한 미국의 전파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이 질문에 대해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 위한 ‘드레이크 방정식’을 고안했다. 수식을 표현하면 ‘N = R* × fp × ne × fl × fi × fc × L’이다.

여기서 N은 우리 은하 안에서 우리가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수이고, 등호의 오른쪽에 있는 항들이 이를 결정할 변수들이다.

순서대로 따져보면 우리 은하 안에서 매년 새로 탄생하는 별 중 생명체 탄생에 적합한 별의 개수, 그 별 중 행성계가 포함될 확률, 그 행성계에서 생명체 탄생에 적합한 행성의 개수, 그 행성에서 생명이 발생할 확률, 발생한 생명체가 지적 생명체로 진화할 확률, 그 같은 지적 생명체가 통신기술을 발전시킬 확률, 그리고 그 같은 문명이 존재할 기간이다.

그래서 답은 얼마일까? 물론 이 각각의 변수는 모두 추정치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정식을 고안했다고 해서 우리가 외계 생명체와 교신할 가능성을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다.

다만 드레이크는 1961년 다음처럼 계산했다. 매년 우리 은하에서 탄생하는 별 중 약 10개가 태양과 비슷한 조건이고, 그중 절반이 행성계를 거느리며, 이런 행성계 중 2개는 생명체가 존재할만한 행성에 해당된다는 것.

여기까지는 그나마 어림짐작이 가능하지만 다음부터는 더 어려운 확률 게임이다. 행성 하나에서 생명체가 발생하고 인류처럼 진화할 확률은 과연 얼마란 말인가? 드레이크는 각각을 100분의 1로 보았고, 이 같은 문명이 1만년 정도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우리가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 문명의 수는 10개. 결국 드레이크는 우리가 전파를 수신하고 분석하지 않았을 뿐 외계 문명과 교신할 가능성은 매우 희망적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외계 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만날 가능성은 있더라도 머나먼 미래, 인류가 현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지구 밖의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할 때쯤 되어서야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SETI 연구자들이 이야기하듯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확실히 0이다”라는 말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김희원 한국일보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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