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O 노트북은 폭넓은 지지와 찬사를 받았고, 파퓰러사이언스에서 수여하는 2006년 신제품 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표창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한껏 기대를 모으던 이 프로젝트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노트북의 생산이 중단됐고, 현재 이 노트북의 가격은 당초 목표 가격의 두 배인 200달러가 됐다.
또한 올해 1월까지 이 프로젝트에 의해 제작된 노트북은 25만대에 불과하고, 이마저 납기 문제로 곳곳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참여 주체중 하나인 인텔은 클래스메이트라는 자사의 교육용 저가 노트북 연구로 OLPC 사업을 추진하는 재단과 의견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한 국제 기술회사가 OLPC 재단에 키보드 디자인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나이지리아에서 2,000만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OLPC 재단 설립에 관여했던 수석 기술자 메리 루 젭센은 저가의 연산장치를 개발하는 픽셀 Qi라는 회사를 직접 운영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현재 OLPC 재단은 원래의 의도를 되살리고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윈도우 XP를 변형한 운영체제를 저가 노트북에 적용하는 시험을 해보고 있다. OLPC 재단에서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월터 벤더는 XO 노트북의 리눅스 운영체제를 교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MS와의 협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눅스를 사용하기로 한 원래의 의도를 지지한다. 윈도우와 달리 리눅스는 개방적이어서 해당 지역의 프로그래머들이 자기네 모국어로 코드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윈도우 XP는 컴퓨터 메모리를 더 많이 차지하고, 운영체제로 인해 가격이 올라간다.
기술적인 문제 외에 OLPC 재단이 애초 의도한 바대로 원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큰 과제다.
XO 노트북의 개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지난해 11월에야 겨우 생산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OLPC 재단이 해외로 보낸 노트북은 20만대가 채 못 됐고, 이와 별도로 8만대는 북미에서 개최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노트북 보내기(Give One Get One)’ 캠페인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다.
이 정도면 소규모 컴퓨터 제조업체들에게는 상당한 수량일 수 있다. 하지만 네그로폰테의 원래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친다. 컴퓨터업계 분석가이자 OLPC 재단 설립 이후 계속 지지해 온 컨설팅회사 엔드포인트 테크놀러지 어소시에이츠의 사장 로저 케이는 이 비영리 단체가 탁월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다.
실제 XO 노트북이 저가형 컴퓨터 치고는 잘 작동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수행 과정을 보면 OLPC 재단의 비즈니스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중국과 인도 같은 대규모 시장에서 바이어들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나 무료 배급업자들에게 의존한 점, 인텔과 공개적으로 결별한 점 등이 그 같은 미숙함을 잘 보여 준다.
문제는 이 재단이 이 같은 실수로부터 얼마나 빨리 교훈을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벤더는 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의연한 모습이다. 그는 2008년에 수백만 대의 노트북을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 이 비영리단체는 새 CTO를 영입해 인텔의 빈자리를 메워야만 한다. 그러려면 인텔이 담당하려했던 수백만 달러의 펀딩이 필요 없을 만큼 부유한 파트너를 물색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에서의 소송 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OLPC는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약 5,700만명의 아동이 있는 이 대규모 시장에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OLPC 재단은 생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서로 다른 나라 언어들로도 작동하는 노트북을 생산하며, XO 노트북의 다음 버전도 계속해 개발할 예정이다. 벤더는 이 신제품이 몇 년 내로 출시되면 100달러 가까운 가격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OLPC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XO 노트북을 요긴하게 사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3월 태국의 한 외진 마을 밴 샘카에서 20명의 학생들이 XO 노트북을 처음 접하게 됐다. 이들은 이 노트북을 이용해 지역 날씨를 모니터한다. 이 마을은 무엇보다도 산사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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