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로켓에는 연료와 함께 비슷한 양의 산화제를 싣게 된다. 즉 로켓은 이 두 가지를 섞어 태움으로써 고온ㆍ고압의 연소가스를 분출하게 되고, 이 연소가스의 분출을 통해 추진력을 얻게 된다. 통상 분출되는 연소가스의 양이 많을수록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지만 연료의 양이 많아지면 그 무게에 해당하는 만큼의 추진력을 추가로 만들어 내야 한다. 다시 말해 추진력을 추가하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다단계로켓이다.
자료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로켓은 전체 중량의 90% 이상을 연료와 산화제가 차지한다. 나머지 인공위성, 우주인 캡슐 등의 무게는 10%에 불과하다.
로켓은 연료와 산소를 함께 탑재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서는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추진력을 가진 로켓이 필요하다. 또한 이 로켓에 사용되는 엔진은 지구 대기권뿐만 아니라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에서도 작동되는 추진 기관이어야 한다.
로켓엔진의 특성은 일반적인 항공기용 제트엔진과의 비교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에 사용되는 제트엔진은 앞쪽에서 유입되는 공기를 압축시켜 산소의 농도를 높인 뒤 연소실에서 연료와 함께 연소시킨다. 고압상태에서 연소된 연소 가스는 노즐을 통해 강력하게 분출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항공기는 비행을 위한 추진력을 얻게 된다.
반면 로켓엔진은 산소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비행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가지고 있으며, 엔진 내부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연소시킴으로써 고온·고압의 연소가스가 만들어진다. 즉 이 연소가스를 노즐로 분출시켜 추진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연료를 연소시키고 연소가스를 분출시킴으로써 추진력을 얻는 작용·반작용의 물리법칙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비슷하지만 로켓엔진과 제트엔진에는 바로 산화제의 유무(有無)라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연료를 연소시킨다는 의미는 연료와 산소의 결합으로 산화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산소없이는 연소가 불가능하다.
항공기의 경우 대기권 내에서만 비행하기 때문에 연료의 연소에 필요한 산소를 공기중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로켓엔진은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을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를 연소시키기 위한 산소의 공급이 별도로 필요하다.
바로 로켓엔진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산화제가 담당한다. 통상 로켓에는 연료와 함께 비슷한 양의 산화제를 담는 각각의 연료탱크가 있으며, 이 두 가지를 섞어 태움으로써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분출하게 된다.
통상 로켓의 경우 전체 중량의 90% 이상을 연료와 산화제가 차지한다. 나머지 10%가 바로 인공위성, 우주인 캡슐 등의 임무 장비 무게가 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로켓의 크기는 임무 장비에 비해 거대해 질 수 밖에 없고, 임무 장비를 제외한 로켓 자체를 위한 연료소모가 대부분인 셈이다.
로켓이 점화돼 분출하는 연소가스의 양이 많을수록 로켓의 추진력은 그 만큼 커진다. 이는 곧 연료와 산화제의 양이 많을수록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료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 무게에 해당하는 추진력을 추가해야 하며, 추진력을 추가하기 위해 더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다단계로켓(multi-stage rocket)의 개발이다. 다단계로켓을 사용하지 않고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질량 줄여 가속도 높이는 다단계로켓
다단계로켓의 기본원리는 로켓을 2~4단으로 나눠 놓은 뒤 아래쪽 부분부터 연료 소모가 끝난 로켓 부분을 떼어내면 로켓의 중량은 그 만큼 줄어들어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쉬어진다는 것이다.
다단계로켓은 로켓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를 여러 개의 탱크로 나누어 장착한 뒤 연료가 소모된 연료탱크를 한통씩 버림으로써 로켓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로켓의 무게를 줄임으로써 점점 가벼워지는 로켓은 동일한 추진력으로도 보다 멀리, 그리고 보다 빨리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뉴턴의 제2법칙에 따른 것이다. 즉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F=m×a)으로 정의되므로 동일한 힘이 작용할 때 질량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가속도는 더욱 커지게 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물리법칙에만 의존한다면 다단계로켓의 단 수가 증가할수록 보다 효율적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 중인 물체에서 일부분을 떼어내는 힘이 계속될 경우 로켓의 자세와 방향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또한 각 단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염 등으로 인해 다른 기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로켓은 3~4단 수준으로 제작된다.
다단계로켓에서 각 단들이 하는 역할은 3단계 로켓의 경우 1단과 2단은 추진제를 소모한 뒤 분리돼 무게를 줄이는 역할에서는 동일하다. 마지막 3단 로켓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거나 달 탐사의 경우 달로 향하는 추진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1, 2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추진력을 오랫동안 내도록 제작된다.
일반적으로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는 1단 로켓엔진은 부스터(booster)라고도 불리며, 수 백 톤 무게의 로켓을 지면에서 들어 올려 지구 중력 탈출에 필요한 만큼의 속도를 만들어 내게 된다.
1단 분리 때 속도는 시속 2만Km
다단계로켓의 분리 과정을 지난 1998년 12월 발사된 화성 탐사선 마스 클라이밋 오비터(Mars Climate Orbiter)의 발사 과정을 통해 알아보자.
마스 클라이밋 오비터를 화성으로 보내는데 사용된 로켓은 보잉사의 델타Ⅱ 로켓으로 총 3단이며, 가장 하단인 1단에 4개의 외부 부스터가 달려있다. 1, 2단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고 3단은 고체 연료를 사용했다.
발사 후 1분 만에 외부 부스터의 고체 연료가 모두 소진되고, 4개의 부스터는 2개씩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 1단 로켓엔진은 계속 점화된 상태로 비행 속도는 시속 4,000km, 고도는 21.7km다.
발사 후 4분이 지나면 1단 로켓엔진의 연료가 소모되고 분리되는데, 이때 비행 고도는 122km, 속도는 시속 2만km에 달한다.1단 로켓이 분리된 후 13초 후에 2단 엔진이 점화되며, 점화 직후 로켓 최상단에 장착돼 임무 장비를 보호하고 있던 원뿔형 금속 덮개(페어링)가 분리돼 떨어져 나간다.
2단 엔진은 이후 11분 동안 계속해서 연소돼 로켓을 지구 저궤도까지 올려놓게 된다. 통상 저궤도는 고도 200~2,000Km 사이의 지역을 말하며,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319.6~346.9km 높이의 궤도를 돌고 있다. 지구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도 않고 우주 밖으로 튀어 나가지도 않는 지구궤도에 도달하면 2단 로켓은 분리돼 떨어져 나가게 된다.
임무 장비가 탑재된 3단 로켓은 지구궤도에 따라 지구를 공전하게 되며, 화성탐사가 목적이었던 마스 클라이밋 오비터는 3단 로켓 점화 후 지구궤도를 벗어나 화성으로 향했다.
화성의 기후 변화 등을 탐사하려 했던 마스 클라이밋 오비터는 1999년 9월 화성에 도착했지만 화성 대기와의 마찰열로 우주선이 타 버리는 등 실패를 겪었다.
노즐은 내구성과 경량화 충족돼야
다단계로켓의 1, 2단은 대체로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 로켓은 최하단부에 연소가스를 분출하는 노즐과 로켓엔진이 있으며 나머지는 산화제 탱크, 연료탱크, 가압용 고압가스 탱크 등으로 구성된다.
산화제와 연료는 연소가 이뤄지기 위해 필요하며, 가압용 고압가스는 연료나 산화제를 사용하면서 비워지는 탱크 속으로 유입돼 연료의 양이 줄어도 동일한 힘으로 분출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이는 가압형 액체로켓의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주로 헬륨을 사용하는 가압용 고압가스의 무게까지 줄이기 위해 터빈의 힘으로 연료와 산화제를 압축·분출하도록 해주는 터빈 액체로켓을 사용하는 추세다.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분출하는 노즐은 동일한 연소가스에도 그 크기에 따라 추진력이 달라지며, 연료를 다 소모할 때까지의 내구성을 가져야 하는 동시에 최대한의 경량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 1단 로켓의 경우 날개(fin)가 부착돼 있는데, 이 날개는 항공기에서처럼 양력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로켓의 자세 제어를 위해 장착된다. 날개 대신 여러 개의 부스터를 장착하는 경우에는 부스터의 분출 제어를 통해 자세 제어를 하게 된다.
가장 위쪽의 3단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이 많이 사용돼 왔으며, 아랫단의 로켓을 차고 나간다는 의미로 킥 모터, 킥 로켓 등으로 불린다.
2단 로켓이 분리된 뒤 킥 로켓의 점화로 원하는 위치의 궤도까지 상승하게 되며, 킥 로켓 위쪽의 가스제트 자세제어시스템 등을 이용해 필요로 하는 자세 제어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 장치는 로켓의 여러 방향에 분출구를 두고, 여기에서 가스를 분출함으로써 로켓의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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