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받고 있는 UMPC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빌 게이츠가 “향후 수년 안에 모든 휴대용 디지털 기기들의 기능들은 융합될 것”이라고 예언했듯이 디지털 기기들 간의 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휴대전화는 MP3·PMP·DMB 기능이 융합된 상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조만간 UMPC(Ultra Mobile Personal Computer)가 이 같은 변화의 정점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UMPC는 지난 2006년 3월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인 세빗(CEBIT)에서 처음 등장했다. 인텔과 MS가 비밀리에 추진해 온 일명 ‘오리가미’ 프로젝트의 실체를 공개한 것.
이날 공개된 1세대 UMPC는 윈도 XP 태블릿 PC 에디션 OS(운영체제)와 MS 파트너 회사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융합시켜 만든 제품이다. 7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에 음악과 영화 재생, 문서 편집, e메일 열람, 인터넷 서핑 등의 기능이 제공된다.
UMPC의 기본 콘셉트는 기존 노트북의 성능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휴대성을 강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자유로운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실제 UMPC는 PC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어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인 PMP, 개인 정보 단말기인 PDA, 전자사전, 휴대용 게임기 등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설치 프로그램에 따라서 높은 확장성을 제공하며,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 호환성도 다른 기기에 비해 월등한 편이다.
하지만 UMPC는 출시 당시 혹평을 면치 못했다. 100만원대에 이르는 비교적 높은 가격, 작은 액정 크기, 짧은 배터리 지속 시간, 불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단점으로 인해 기존 노트북·PMP·PDA에 비해 특별한 장점을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UMPC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전문기업들도 성능을 대폭 개선한 2세대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등 초기의 우려와는 다르게 점점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휴대 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면서 보급 속도에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초창기 100만원을 훌쩍 넘겼던 가격이 4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4만~5만대에 그쳤던 국내 UMPC 시장 규모가 올해에는 10만대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렇듯 UMPC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은 UMPC만의 독특한 매력, 즉 모든 휴대용 기기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배터리 사용시간도 최대 10시간까지 늘어나고, 노트북과 같은 키보드를 탑재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이 대폭 강화된 것도 UMPC 부활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SSD 및 윈도 운영체제 탑재
최근 출시되고 있는 2세대 UMPC의 특징은 기존 하드디스크 대신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 SSD)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SSD는 부팅에서부터 프로그램 구동에 이르기까지 기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보다 약 30%정도 빠른 속도를 구현하며, 떨림과 충격에도 강해 이동 중에도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HDD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1세대 제품과는 달리 운영체제도 PC와 같은 윈도 XP, 윈도 비스타를 지원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 UMPC 시장에서는 소니코리아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후지쯔·아수스·대우루컴즈·라온디지털·고진샤코리아 등의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중 HP·파나소닉 등의 대기업들도 신제품 출시를 통해 UMPC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코리아와 삼성전자는 기존의 ‘UX’ 시리즈와 ‘Q1’ 등의 성능을 대폭 개선한 2세대 UMPC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으며, 슬라이딩 방식의 미니 키보드가 탑재된 성주컴퓨터의 ‘탱고 윙’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수스가 CEBIT 전시회에서 새롭게 선보인 ‘R70’은 비즈니스맨의 스텔스 전투기라고도 불린다. 폭이 불과 7인치 밖에 되지 않는 이 제품은 터치스크린과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내장 GPS와 3.5G 고속 인터넷 접속기능뿐 아니라 실시간 위치확인 기능으로 오프로드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다.
LG전자도 자사가 개발한 UMPC를 최근 열린 CEBIT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이 제품은 터치스크린 기능의 4.8인치 LCD와 40GB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있다.
고진샤코리아의 ‘K800B’는 SSD를 장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SSD 탑재로 부팅 속도가 빨라졌으며, 터치스크린과 키보드가 탑재돼 편의성이 강화됐다. 라온디지털이 출시한 ‘에버런’은 배터리 구동 시간을 12시간으로 대폭 향상시킨 제품이다. 무선 랜과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인터넷 문서작업 및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 구동도 가능하다.
와이브레인의 ‘B1’은 휴대폰,내비게이션,PMP 등 다른 모바일 제품보다 CPU 동작 속도가 2~3배 빠른 것이 강점이다. 3D 게임도 가능한 이 제품의 무게는 526g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UMPC는 무선인터넷 등 IT 인프라와 접목돼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개인 소비자만이 아닌 건축, 엔지니어 등의 업무용도로도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 작고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2세대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성능별로 살펴본 주요 UMPC
□ 소니코리아의 VGN-UX58LN
기본 사양과 성능이 웬만한 서브 노트북을 능가하기 때문에 ‘올인원 포켓 PC’로 불리기도 한다. 기존 UMPC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되는 이 제품은 SSD를 채용해 모바일 PC의 필수 요소인 성능ㆍ안정성ㆍ배터리 시간을 극대화 시켰으며, 무게도 484g에 불과하다. 또한 인텔의 최신 CPU인 코어2 솔로를 탑재, 전력 소모를 최소화면서도 성능을 높였다. 특히 2개의 모션 아이(내장 카메라), 터치스크린, 블루투스, 슬라이드 방식의 키보드를 통해 더욱 향상된 멀티미디어 환경을 제공한다.
□ 삼성전자의 Q1 울트라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사용시간 증대, LCD 해상도 개선, 쉬운 문자 입력을 위한 키패드 적용 등이다.
Q1 울트라는 UMPC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저전력 설계로 기존 모델보타 배터리 사용시간이 무려 50% 이상 향상됐다. 7인치 저전력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의 LCD를 채용한 이 제품은 UMPC 사용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휴대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동시 편리한 사용을 위해 부드러운 그립감을 구현했고,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사이즈로 설계됐다.
□ 아수스코리아의 R2H
R2H는 강력한 하드웨어 보안 및 다양한 기능 제공을 특징으로 한다. 이 제품은 130만 고화질 화상 카메라와 GPS 안테나 및 강력한 보안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또한 자유로운 데이터 통신을 위한 무선 랜 환경 및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한다.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과 스타일러스 펜을 이용한 필기 입력 방식을 동시에 지원한다. 위성 위치확인시스템(GPS)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어 여행을 할 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효율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실트로닉의 유렌
모바일 오토 PC 유렌은 윈도 XP 기반의 7인치 터치스크린 UMPC다. SiRF-III GPS 모듈이 내장돼 휴대가 편리하다. 또한 일반 내비게이션과 같은 수신율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장착, DMBㆍ영화ㆍMP3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가 달려있지 않아 문자 입력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 사용시간도 다소 짧은 편이다.
□ 대우루컴즈의 솔로 M1
PMP, MP3P, DMB, 웹캠, 블루투스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는 UMPC다. 7인치 와이드 스크린에 중량은 800g. 솔로 M1은 인텔의 초전력 900㎒ CPU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 시스템인 윈도 XP 타블렛 에디션을 채용, 기존 PC가 구현하는 모든 기능이 지원된다. 특히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하고 있으며, 130만 화소의 CMOS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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