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직장인들에게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을 꼽으라면 아마도 여름휴가가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처럼 휴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다.
그렇다면 휴가에 의해 진정한 재충전을 하기 위한 제1 조건은 무엇일까.
긴 휴가 기간? 충분한 휴식? 아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조직심리학자인 도브 에덴 박사에 따르면 휴가다운 휴가의 제1 조건은 바로 ‘휴대폰과의 작별’이다.
에덴 박사 연구팀이 최근 이스라엘, 미국, 뉴질랜드 등 3개국 8개 대학의 교수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 휴가기간 중 휴대폰을 위시한 휴대형 IT기기들을 통해 직장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평상시의 업무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정도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각 교수들의 휴가 전과 휴가 도중, 그리고 휴가 후에 정신적으로 느끼는 만성적 업무 스트레스 감소치를 일명 ‘휴식효과(respite effects)’라는 지수로 계량화했는데, 기존 업무를 잊고 학교와의 연락 루트를 완전히 차단한 사람들의 수치가 월등히 높았다.
에덴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휴가지에 휴대폰을 가져가는 것은 아직도 업무현장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회사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업무를 생각하는 것조차 휴가의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적 통념과 달리 휴가기간의 길고 짧음은 이 같은 심리적 해방감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년여의 안식년을 경험한 교수들과 1주일간 단기휴가를 떠난 교수들의 휴식효과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밝혀진 것.
특히 휴가가 종료된 후 3주일만 지나면 휴가기간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휴가를 떠나기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귀됐다.
스트레스 감소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 번의 긴 휴가보다는 짧은 휴가를 자주 갖는 것이 스트레스 감소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이번 연구와 관련, 에덴 박사는 “지속적 업무 스트레스는 정신적·육체적 탈진을 초래, 업무능률을 저해하기 때문에 개인과 회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영자라면 휴가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휴대폰을 집에 놔두고 이메일도 열어보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문명의 이기였던 휴대폰이 종종 족쇄로 느껴지는 현대인들이라면 ‘좋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10년 전 모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를 다시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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