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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기상재해와 기상조절기술









최근 들어 온갖 기상이변이 지구촌 전체에서 빈발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보도는 일상이 됐으며 가뭄과 홍수, 이상 고온과 혹한이 거의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도 수십 년 전에 비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겨울 일수가 짧아졌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하면서 수십 년 후에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 대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과 재해의 원인으로는 산업화 등에 따른 이산화탄소 증가와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꼽히고 있는데, 영화 역시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워터월드와 일본침몰

10여 년 전에 개봉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Water world; 1995)’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려 지구의 대부분이 물에 잠긴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같은 엄청난 재난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온통 물바다인 새로운 세계에 나름대로 적응해 살아가고, 주인공은 열악한 자연환경과 해적 등의 위협에 맞서 투쟁하면서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실제 남태평양에 위치한 한 섬나라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미 가라앉고 있으며, 앞으로는 해안에 위치한 각국의 대도시들마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요즈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지구의 섬뜩한 미래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워터월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 이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릴 뿐 지구가 온통 물에 잠기기까지의 과정이나 구체적인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흥행에는 실패했던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육지가 바다에 잠기거나 갑작스럽게 침몰한다는 영화는 이밖에도 꽤 많은데, ‘일본침몰(日本沈沒, Sinking Of Japan; 2006)’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70년대 일본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영화화돼 큰 인기를 끌었다가 2006년 리메이크됐다.
일본침몰은 단순하게 일본이 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대지진과 지각변동에 의해 일본 열도가 침몰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다량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성하고, 그것이 윤활작용을 통해 태평양판(plate)의 움직임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영화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밀한 이론 전개나 구성이 뛰어난 SF 영화라기보다는 대재난에 휩싸인 대중들의 공포와 영웅의 활약상을 부각시킨 범속한 재난 영화에 가깝다. 이 때문에 영화에 나오는 상황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과학적 측면 돋보인 투모로우

에머리히 감독은 투모로우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재난이라는 다소 무거우면서도 어려운 주제를 나름대로 소화, 화면에 옮김으로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기상학자인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하러 가는 등 따뜻한 가족애를 부각시키고 있고, 대도시들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하는 등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상이변과 재해의 과정 및 원인을 나름대로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어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영화의 첫 장면 역시 극지방 탐사에 나선 대원들이 거대한 빙산이 두 조각나면서 위험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은 극지 얼음과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가 물에 잠긴다는 설정은 아니다.

즉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의 수온과 해류에 변화가 생기면서 잦은 기상이변과 재해가 생기고 결국에는 미국 영토의 대부분이 빙하기와 같은 혹한에 시달리는 기후변화마저 묘사된다. 이는 해양 대순환의 변화가 빙하기를 초래한다는 이른바 ‘소빙하기 이론’ 을 떠올리게 한다.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따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 얼개는 충분한 가능성과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극지의 빙하 등이 녹으면 바닷물의 수온과 염도가 낮아지고, 이것이 적도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따뜻한 해류와 만나면서 그 흐름을 방해하거나 바꿀 수 있다. 이는 결국 지구 전체의 에너지 순환체계에 변화를 초래하면서 곳에 따라 혹한과 이상 고온, 가뭄과 폭우 등을 더욱 잦아지게 하는 등 기후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그린란드의 얼음이 대거 녹는다면 멕시코 만류의 변화로 인해 영국은 수십 년 내에 시베리아와 같은 한대지방이 되고 말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이 영화가 나온 이듬해인 2005년 9월에는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다.



재즈의 고향으로 유명한 도시 뉴올리언스에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히면서 이 영화의 경고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다만 투모로우는 몇 가지 과장된 장면이나 가능성이 희박한 부분들도 있기는 하다. 영화에서는 LA 전역이 지속되는 토네이도(tornado)의 습격으로 거의 초토화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미국 중부나 동부의 내륙지방에서만 발생하는 토네이도가 해안지역인 LA에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해류 변화 등에 의해 설령 빙하기가 닥치더라도 일정 정도의 세월을 두고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지 영화에서처럼 불과 며칠 만에 미국 전역이 빙하기에 휩싸인다는 것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과학적인 측면에서 나름대로 돋보이는 면이 많을 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점들이 적지 않다.

영화에서 부통령으로 나온 배우는 모습이 딕 체니 현 미국 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약간 무능하고 무력해 보이는 대통령은 피난을 가던 중 결국 사고로 죽고 부통령이 처음부터 이후 사태 수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온다.

특히 대다수 미 국민이 멕시코로 대피한 후 맨 마지막에 부통령은 ‘이제는 우리가 가난한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게 됐다’고 TV로 연설하는 장면은 수많은 중남미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밀입국하는 현실을 뒤집어보게 한다.

토네이도와 스톰 체이서

너른 지역에 걸쳐 피해를 주는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달리 토네이도는 매우 한정된 지역에 국한해 수직으로 나타나는 맹렬한 회오리바람으로 풍속과 순간 파괴력은 이들을 능가한다.

중심에서는 100m/sec 이상의 풍속을 보이기도 하고,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1931년 발생한 토네이도는 승객 117명을 실은 83톤의 객차를 감아올렸다는 기록도 있다.
토네이도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로는 동명의 영화 ‘토네이도(Tornado)’도 있지만 장 드봉 감독의 ‘트위스터(Twister; 1996)’가 가장 훌륭한 영화로 꼽힌다.

트위스터는 어릴 적 아버지가 눈앞에서 토네이도에 휩싸여 희생되는 것을 본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즉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이 토네이도를 신속히 예측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를 뒤쫓으며 연구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무리 연구를 한다고 해도 토네이도를 쫓아다닌다는 것은 무척이나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른바 ‘스톰 체이서(storm chaser)’라고 불리는 이런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많이 있었고 지금도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만을 쫓아다니면서 카메라에 담는 사진 전문가들도 있다. 영화 토네이도에서도 역시 일반인들에게 토네이도를 스릴 있게 눈앞에서 경험하게 해 주는 스톰 체이서가 등장한다.

트위스터에서 주인공과 과학자들이 토네이도 속에 띄워 올려 계측하려는 장비의 이름은 도로시(Dorothy)다. 물론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여주인공이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기한 세계로 간다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알루미늄 캔을 잘라 날개를 만든 수많은 도로시 센서들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토네이도를 타고 하늘로 솟구쳐 날아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트위스터는 토네이도를 실제처럼 재현한 특수효과 못지않게 과학적인 고증도 비교적 잘 돼있다.

일례로 토네이도의 움직임을 도플러 레이더를 이용해 모니터하는 장면이 그 것이다. 즉 빛의 도플러 효과에 따라 가까워질 때는 푸른색으로, 멀어질 때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계측 장비인 도로시를 토네이도 길목에 놓고 멀리서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장비를 만들면 훨씬 쉬울 텐데 굳이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 바로 앞에서 장비를 밀어놓고 달리는 장면은 옥의 티라기보다는 극적 효과를 고조시키려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토네이도나 태풍을 연구해 설령 진로나 특성 등을 예측할 수는 있다고 해도 과연 이들을 적절히 조절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을까. 최근 강력한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토네이도나 태풍을 잠재울 수 있다는 주장을 미국인 과학자가 내놓는 등 이 같은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가능할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려울 듯하다.

글_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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