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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로봇과 결혼하는 시대 도래









오는 2020년이 되면 ‘신랑 홍길동, 신부 KOR-500A’라고 쓰인 청첩장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성생활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개발돼 인간과 로봇이 부부의 연을 맺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한 과학자는 심리학, 사회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분야 450여권의 출판물을 분석,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 때쯤이면 로봇도 배우자가 지녀야할 모든 내·외적 조건을 완비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1세기형 피그말리온

‘옛날 그리스 키프로스 섬에 유명한 조각가가 살았다. 그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아 여인이라는 존재에 극도의 혐오감을 지니고 있었다.

낭비와 허영이 심하고, 오만하며, 천박스럽다는 것이 그가 여인에 대해 가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었기에 이성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은 항상 고귀함과 순결함을 갖춘 완벽한 여인과의 사랑을 꿈꿨다. 오랜 세월 괴로워하던 그는 어느 날 직접 이상형의 여인을 조각해보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 상아로 실물 크기의 여인 조각상을 만들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의 조각상에 ‘칼라테이아(Galatea)’라는 이름까지 붙여준 그는 그만 이 여인 조각상과 사랑에 빠졌다. 매일 그녀와 대화하고 키스했으며, 반지와 목걸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간절함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결국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었고, 두 사람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이란 조각가의 이야기다. 신화 속 인물이기는 해도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과 결혼에 성공한 역사상 첫 번째 남자다.
하지만 오는 2020년이 되면 신화가 아닌 현실에서 21세기형 피그말리온들을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될 칼라테이아는 다름 아닌 ‘안드로이드’다.
기계장치에 불과(?)한 로봇과 법적인 부부지연을 맺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이 당혹스런 전망은 한 영국인 과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 출신의 인공지능 연구가인 데이비드 레비 박사가 그 주인공.

그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심리학, 사회학, 로봇공학, 인공지능, HIC(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물질과학, 성(性) 과학 등의 분야에서 발표된 450여권의 전문서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의 로봇기술 개발 추이를 감안할 때 이 즈음이면 어느 정도의 지능과 자율성, 외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인 성기를 갖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의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봇과의 섹스 실현

그의 주장대로 로봇공학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3~4세 어린아이 수준의 인공지능이 개발돼 있는 상태며, 각종 정밀센서들과 고용량 마이크로칩의 힘을 빌려 자율 이동성을 확보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또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 달러 이상의 연구자금이 투입되면서 이족보행, 균형성, 감각, 손동작, 인지능력(AI), 인공피부, 표정 재현 등의 기술은 이미 몇몇 부분에서 인간만큼 자연스러운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 영화 에이아이(A.I.)나 내추럴시티에 등장하는 예쁘고 멋진 인공지능 안드로이드를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것을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설령 인간을 빼닮았다고 해서, 그리고 연예인을 능가하는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친근감이나 우정이 아닌 사랑을 느껴 정식 결혼까지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레비 박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는 먼저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과의 섹스가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매년 전 세계에서 개당 수 백 만원을 호가하는 성인용 인형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상황에서 성(性) 산업계가 섹스 로봇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 역시 이 첨단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판단에서다.

레비 박사는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거부감을 표명하겠지만 성인잡지에 로봇과의 섹스가 환상적이라는 내용의 경험담 기사가 실리는 즉시 주문 전화가 쇄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술적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 제작 문제만 해결되면 성 기능의 탑재는 지금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그만의 생각이 아니다. 유럽로보틱스연구네트워크(EURON)의 설립자인 헨리크 크리스텐슨 박사도 지난 2006년 이와 비슷한 이유를 들어 향후 5년 내 로봇과 성생활을 즐기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장 완벽한 이상형

레비 박사는 또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사람은 안드로이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다각적으로 분석해 10여 가지로 압축한 결과, 이들 대다수가 인간과 인간뿐만이 아닌 인간과 로봇 사이에도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동일한 성격,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이성에게 호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외모가 출중한 사람을 보면 사랑에 빠지며, 또 어떤 부류는 모든 것이 평범해도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이 조건들은 모두 기술적인 프로그래밍을 통해 로봇이 갖출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외모와 성격을 소유한 이상형의 로봇을 모든 사람이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레비 박사는 “집사 로봇, 가정부 로봇 등 로봇의 지능과 능력이 발전할수록 인간과 로봇의 관계는 더욱 개인적이고 은밀해진다”면서 “성인 수준의 지능과 탁월한 외모, 성생활 능력을 겸비한 개인용 안드로이드가 보급될 경우 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 애지중지하는 자동차 등 개인적으로 소중한 물건들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끼게 되는 인간의 심리현상을 고려할 때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져 부부지연을 맺게 될까. 물론 아니다. 레비 박사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로봇과의 결혼은 실제 가능한지가 아니라 언제 시작될지의 문제”라며 “하지만 로봇 결혼의 대상자는 주로 정상적인 결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사람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체적·정신적 장애자, 극도의 추남·추녀, 배타적인 인간성 및 극단적인 수줍음의 소유자 등 이성들과 평범한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레비 박사는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이들에게 안드로이드는 더없이 완벽한 배우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법성 그리고 사회적 허용

그의 예상이 적중해 로봇과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우리의 법과 사회가 이를 합법적인 결혼으로 인정해주겠는가의 부분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레비 박사는 매우 낙관적이다.

사회학적, 심리학적으로 인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짓는 행위는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는 다수 대중의 생각, 즉 사회적 통념에 기초한 군중심리의 발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과 사회적 인식은 시대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유동적 가치라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레비 박사는 과거 우리가 동성 간의 결혼, 혹은 타 인종간의 결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었는지를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그는 “100년 전 모든 미국인들은 동성애와 인종 혼합 결혼을 불결하고 불순한 것으로 생각했고 법도 이를 엄격히 금지했다”며 “하지만 대중의 생각이 바뀌면서 타 인종 간 결혼은 합법이 된지 50여년이 흘렀고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주(洲) 또한 이미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로봇과의 결혼도 이와 동일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레비 박사는 로봇과의 결혼이 가장 먼저 합법화될 곳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를 꼽았다. 매사추세츠는 지난 2003년 미국 51개 주 중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지역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다수의 첨단과학 연구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로봇에 대한 친밀감도 높은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이자 로봇 윤리학자인 미국 조지아 공대의 로날드 아킨 교수는 “2050년 이전에 미국 내에서 로봇 결혼이 허용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불법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원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이란 동물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존재”라며 “로봇을 법적인 아내와 남편으로 맞아들이기 위한 몇몇 사람들의 도전이 생각보다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리적·도덕적 딜레마

이에 따라 레비 박사와 아킨 교수 등 로봇 공학자들은 로봇이 한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될 미래 상황에 대비해 로봇의 의무와 권한을 규정하는 로봇 윤리, 로봇에 대한 사회적 처우 문제를 시급히 연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화학자이자 SF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주창한 ‘로봇은 사람을 해쳐선 안 된다’, ‘사람을 헤치는 것이 아니면 사람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앞의 두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보호한다’ 등 인간중심적 사고에 기반한 ‘로봇 3원칙’ 정도로는 미래사회가 상당한 윤리적·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을 하다 로봇을 치어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이 로봇이 누군가의 헌신적 사랑을 받고 있는 아내나 남편 로봇이라면? 이는 분명 자전거나 핸드폰을 부서뜨린 것과는 다르다. 새로운 로봇을 사주는 것으로는 유가족(?)의 슬픔을 달래기 힘들 것이다.

아킨 교수는 “로봇과의 결혼, 로봇과의 섹스는 기존의 사회규범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놓을 수 있다”며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놓지 않을 경우 사회 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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